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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디파티드(2006)- 스파이, 간첩 그리고 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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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디파티드(2006)- 스파이, 간첩 그리고 첩자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10.10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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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괴롭히는 자들은 대개 약자를 대상으로 한다. 자신보다 센 자들에게는 감히 덤비지 못한다. 건달이나 양아치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깡패라고 예외는 아니다. 생각 있는 사람이 보기에 이들은 덜떨어진 인간들이다. 기왕 등쳐 먹을 거라면 힘센 자들에게 왕창 뜯어내면 될 것을 푼돈이나 챙기려고 어려운 사람을 더 어렵게 한다.

이런 자들은 봐 줄 수 없다. 유감 정도가 아니다. 불만이 있다면 적지 않고 아주 많다. 미국 보스톤으로 가보자. 왜냐고. 마틴 스코세이즈 감독의 <디파티드> 배경이 주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여기 나오는 조무래기들은 작은 가게에 들러 수금하느라 바쁘다. 수금하러 왔다고 꼴값을 떠는 것이 생 양치가 따로 없다. 약한자 괴롭히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그 배후는 ‘어마무시’하다. 푼돈이 모여 목돈이 된다고나 할까. 그러니 앞서 유감 운운은 취소해야 할지 모른다. 조직의 보스 프랭크( 잭 니콜슨)는 70살 정도로 늙은 마피아다( 실제 분장한 모습이 그 나이 정도를 가늠하게 한다. 능청스런 연기가 과연 그답다).

수하에 건달들을 두고 여전히 밤의 대통령으로 행세한다. 주 경찰청은 그를 잡아야 한다. 왜냐고. 경찰이기 때문이다. 그러라고 있는 조직이니 그래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영화에서는 더 그렇다. 쉽게 해결될 거라면 그들이 늘 모여서 회의하고 FBI까지 나서고 끼어들고 거들까.

보스는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잘도 피해 다닌다. 정보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그가 경찰에 심어놓은 프락치 이른바 스파이가 적절한 때에 기막히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참 콜린( 맷 데이먼)은 두뇌가 명석하고 행동은 민첩하며 언행은 신중하다. 그는 동료들을 따돌리고 승승장구한다. 과연 프랭크의 첩자답다.

경찰이 급습하나 번번이 실패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프랭크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처럼 키웠다. 햄과 치즈도 사주고 만화책도 안겨줬다.

삶은 투쟁이고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고 사내다움을 주입했으며 인생에 공짜는 없다고 부채의식을 심어주면서 마음먹으면 뭐든 될 수 있다고 꼬드긴 결과다.

교회는 그런 것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서 어린 싹을 노랗게 물들이고 그도 적극 호응한다. 총질하는 것은 마찬가진데 경찰이든 마피아든 어느 쪽이든 무슨 상관인가.

경찰이 된 깡패, 맷 데이먼은 어리숙하면서도 몰인정한 경찰의 역을 그럭저럭 잘도 해낸다.

깡패가 심은 경찰이 있다면 경찰이 심은 깡패도 있다. 깡패 빌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가족력 때문에 처음부터 기가 팍 죽었다.

그를 면접하는 경찰 반장과 고참 형사는 범죄자인 그의 삼촌 이력을 줄줄이 꿴다. 막노동꾼 아버지가 공항의 짐꾼인 것도 까발린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다.

▲ 범죄 두목 잭 니콜슨( 가운데) 연기가 멋지다. 능청스럽고 잔인하고 무덤덤하며 유머스럽다. 과연 밤의 황제다운 풍모다.
▲ 범죄 두목 잭 니콜슨( 가운데) 연기가 멋지다. 능청스럽고 잔인하고 무덤덤하며 유머스럽다. 과연 밤의 황제다운 풍모다.

그는 제복을 벗는다. 경찰을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찰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의 신분은 더는 경찰이 아니다.

그가 여전히 주 경찰이라는 것을 보장하는 파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반장과 고참 뿐이다. 철저히 신분 세탁을 마친 그는 프랭크를 잡기 위해 조직 속으로 파고든다.

간첩 대 간첩, 스파이 대 스파이의 대결이 펼쳐진다. 여기서 누가 승자고 누가 패자인지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영화가 바라는 바도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냉혹함, 잔인함, 조직의 비리 등을 보여 주면 그만이다.

기막힌 반전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살인과 살인의 과정이 눈 돌릴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은 물론 갱 조직 내에서도 서로 첩자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정보를 팔아먹다가 위장이 먼저 발각되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나중에 그렇게 되도 마찬가지다.

적과 내통한 자를 살려 둘 수 조직은 그 어디에도 없다. 죽고 죽이는 것이 파리채로 벽에 앉은 날 파리 잡는 것 만큼이나 쉽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죽으니 삶과 죽음은 종이쪽 하나 차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흑인에 대한 비하, 아일랜드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 중국에 대한 경계 등이 양념으로 추가된다.

여기에 미국에선 돈이 인격, 정직이 진실은 아니다, 드라마 속 경찰 말고 경찰은 다 위선자, 이 나라의 거래방식은 한쪽이 물건을 주면 다른 한쪽이 돈을 준다, 진정해라, 그렇지 않으면 나도 진정못해, 인생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다, 인간의 먹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등 재미난 대사들이 넘쳐난다.

두 남자 사이의 한 여자도 무시할 수 없다. 내가 경찰인지 갱인지 알지 못하는 혼돈의 두 남자를 치료하는 그녀 역시 어떤 것이 제정신인지 헷갈린다.

정신과 의사인 그녀는 경찰이 된 갱과 갱이 된 경찰 사이에서 줄다리를 타면서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 삶인지 관객들을 생각 속으로 끌어들인다.

국가: 미국

감독: 마틴 스코세이즈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평점:

: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의 믿음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는 믿는 발등에 도끼 찍히지 않아도 안다.

그만큼 인간의 신념은 허약한 것이고 그 허약의 허점을 파고드는 것 또한 인간이다. 생각해 보라.

누구보다도 믿었던 우수한 경찰이 겨우 마피아의 끄나풀이었다니. 그 배신감, 그 충격은 오래갈 것이다. 그 뒤에 오는 것은 배신에 대한 분노다.

마피아의 의리는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사람이 아닌 조직을 우선시한다( 어디서 들어 본 말이다). 그래야 질서가 잡히고 굴러가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첩자는 기생하기 어렵다.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날이 그들이 활약하기 좋은 시기다.

서로 조직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고 비밀에 부치는 이런 류의 영화는 홍콩에서 나온 <무간도>(2002)가 원조라고 한다.

그러니 이 영화는 리메이크작이 되겠다. 그것을 토대로 만들었다. 무간도를 보면서 둘을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이 영화는 2007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네 개 부분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어떤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단한 작품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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