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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생일 전날(1938)- 출가한 자매끼리의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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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생일 전날(1938)- 출가한 자매끼리의 심리전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9.29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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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천의 <생일 전날>은 제목에서 이마 나와 있듯이 생일 전날에 일어난 이야기다. 생일의 주인공은 이야기 속 인물의 아버지가 되겠다.

육순 기념도 아니고 오십 생일이라고 자신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나 한 가족의 가장 생일이니 아니 모일 수 없다.

먼저 큰딸 서분이 등장한다. 이름이 촌스러운 것으로 보아 배우지 못한 시골 아낙 이미지가 풍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물론 그 남편 역시 “농사나 해 먹는 사람”이다.

부농이라면 그런대로 행세나 하겠지만 소작농보다는 나은 가난한 자작농이니 내세울 것이 없다. 하지만 화목한 것으로 보인다.

남편 창선은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농사짓고 가족을 사랑하고 장인을 위하는 범상치는 않아도 평범 이상의 사위 노릇을 하는 것으로 짐작한다.

생일 전날, 밤이며 사과며 닭 한 마리를 처가에 보내는 마음이 보기에 좋다.

그에게는 자식이 둘 있는데 아내와 복손이만 행차한다. 자신은 뗄감 준비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핑계라고 한 것은 꼬질꼬질한 행색으로 가족 전체가 우르르 처가로 몰려가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입는 것도 변변치 않는 촌티 나는 모양으로 돼지 떼 같은 꼴을 보이기 싫다. 창선이는 그것이 마음에 걸려 남은 자식이 함께 가고 싶어 떼쓰는 것을 말린다.

기름진 양복을 입고 자가용이라도 떡 하니 타고 가서 소고기 근이나 던져 놓을 형편이라면 달랐을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눈치 빠른 서분은 굳이 같이 가자고 조르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서분의 친정은 시골에서 시오리 떨어진 읍내에 있다. 버스도 다닐 정도이니 자신이 사는 곳과는 판이하게 다른 도시라고 봐야 한다. 그가 도착하자 동생 인숙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린다.

“거저 촌에 가 살면 벨 수 없어요.”

무시하고 깔보는 말이다. 상대를 그렇게 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보다는 우월해야 한다. 그 우월의 기준은 보통학교를 나온 학식이나 도덕이나 경륜이라기보다는 돈이다.

인숙도 출가했으니 남편의 지위가 높다면 언니를 얕본다고 해서 그리 무어 큰 흉이 될까. ( 큰일 날 소리다. 흉, 되고도 남는다.)

언니와 달리 인숙의 남편은 경찰의 경부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가 뛰어나서 그런 실력 있는 남편을 고른 것은 아니다.

뒤늦게 난 인숙은 호적도 정리되고 나서 근사한 이름도 갖고 먼저 간 언니 형편이 그런 것을 보고 농부보다는 월급쟁이가 낫다고 아버지가 판단해서 순사에게 시집을 보낸 것이다.

그런데 인숙의 말에 따르면 남편은 벌써 부장으로 진급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서분의 남편 즉 인숙의 형부 창선이가 무언가 잘못했고 남동생 인호 문제 때문에 진급이 늦었다.

뒤늦게 진급한 것은 실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한 형부와 남동생에게 있다는 투다.

여기서 잠깐 인호를 살펴보자. 인호는 유학생이다. 집안 형편이 펴지자 순서대로 평양을 거쳐 동경으로 갔다. 그런데 어느 날 창선이 사는 집으로 야밤에 들이닥친다.

일본에 있어야 할 사람이 저녁 늦게 와서는 바로 원산으로 떠난다는 것이다. 사각모를 쓴 학생 복도 아니고 감발에 허름한 외투 차림이다.

걱정하는 누나에게는 학생들이 늘 하는 무전여행으로 금강산을 구경하러 가는 길에 노자를 얻기 위해서 들렀다고 둘러댄다. 그런 말을 하는 인호나 듣는 서분이나 믿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서분은 남편 몰래 꿍쳐 둔 돈을 주고 인호는 그 길로 산속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그 인호가 생일 전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무려 4년 만이다. 인호가 왜 일경에 잡혀 옥살이를 그렇게 했는지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아마도 어떤 범죄 행각에 연루된 듯한 모양인데 그의 인물 묘사로 보아 잡범이라기보다는 사상범일 가능성이 크다.

창선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처남을 보호할 요량으로 인호가 집에 들른 적이 없고 동경에 있지 않느냐고 되레 반문한다. 처남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댄 것이다.

인숙이 앞서 시골 떼기 형부와 인호 탓을 하면서 시험에 붙고도 발령이 1년이나 늦은 이유를 말하는 대목은 이런 연유에서 나왔다.

▲ 시골 사는 언니 서분은 가난하다. 그래서 친정 아버지 생일날에 부엌에서 음식 만들기에 마쁘다. 동생 인숙은 경찰 간부를 남편으로 두고 도시에서 산다. 일보다는 방안에서 노닥거리기를 즐긴다. 자매는 돈과 남편의 지위에 따라 서열이 바뀐다. 자매의 심리 묘사는 자식들의 싸움 과정에서 절정에 달한다.
▲ 시골 사는 언니 서분은 가난하다. 그래서 친정 아버지 생일날에 부엌에서 음식 만들기에 마쁘다. 동생 인숙은 경찰 간부를 남편으로 두고 도시에서 산다. 일보다는 방안에서 노닥거리기를 즐긴다. 자매는 돈과 남편의 지위에 따라 서열이 바뀐다. 자매의 심리 묘사는 자식들의 싸움 과정에서 절정에 달한다.

어쨌든 서분은 부엌에 들어가 생일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반면 인숙은 방안에 들어앉아 부장 부인과 이런저런 말을 지껄이며 서분의 심기를 돋군다.

그러면서 “형님이 가져온 사과나 벤벤한가 한 알 먹어 봅세다” 하고는 맛있게 먹는다.

먹고 나서는 “저 사과는 왜금” 이라고 한 수 낮추면서 “사과는 무얼무얼 해두 홍옥허고 국광” 이라고 떠벌인다.

그 소리를 들은 서분은 기분이 꽝이다. 우롱당하고 업수임 당한 서분은 '고얀 년'이라고 속으로 욕하면서도 드러내지 않고 제 마음 붙잡기에 애를 쓴다.

이런 가운데 인호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방안에서 담배만 줄창 피워 댄다. 아이들은 밖에서 노느라 바쁘다. 자매의 자식들이니 사촌 간이 되겠다.

서분의 아들 복손이는 인숙의 딸 명자가 주먹으로 찌르는 대도 대꾸 없이 당하기만 하다가 손가락으로 눈알을 찌르려고 하자 마침내 명자를 밀어뜨리고 명자는 큰 소리로 울고 그 소리를 방 안에 있던 인숙이 듣게 된다.

벼락같이 달려 나와 복손이를 나무란다. 그 말이 가관이다.

“촌 아새낀 미욱스레 어린 아인 왜 때리네? 기 애가 너 겉은 거 한테 맞을 아이가.”

서분이도 부엌에서 나와 복손이를 나무라는 듯하나 장난스럽게 꼬집는다. 그 모습을 인호가 불안스레 바라보고 있다.

: 생일의 주인공 아버지는 작품의 주인공은 아니다. 돈은 제법 있는 듯하다. 아들을 유학 보낼 정도이고 광산을 소유했다. 생일 전날에도 수저를 놓자마자 그 핑계를 대고 산으로 간다.

출가한 두 딸과 아들 인호가 주인공이지만 사실은 서분과 인숙 간의 갈등이 핵심이 되겠다.

못살고 시골에 사는 언니 서분과 ( 아들이 아니어서 태어난 첫날 가족들이 서운하다고 해서 서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서분의 팔자는 말하자면 타고난 것이다.) 돈 많고 도시에 사는 동생 인숙의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형제는 대립보다는 우애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혼인 전의 일이다. 각자 결혼하고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남편의 지위나 재산 정도에 따라 형제의 위치도 바뀌게 된다. 난 순서가 아닌 돈 순서다. 뒤웅박 팔자가 따로 없다. 이런 심리 묘사를 김남천은 <생일 전날>을 통해 실감 나게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작가는 1930년대 한국문학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카프 동인으로 활동하다 투옥됐으며 평양 고무 공장 파업에 직접 참여했다.

그 당시 체험은 <조정안>, <공장신문>, <공우회> 등으로 나타났다. 월북 후에는 북한 최고 회의 제 1기 대의원이 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으나 박헌영 숙청 과정에서 임화 등과 함께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 추석 연휴는 내일인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다. 가족이 모일 절호의 기회다. 잘 사는 아들과 못 사는 딸, 그 반대일 수 있는 조합이 서로 만난다.

돈 많다고, 돈 적다고 형제끼리 다투는 추석이라기보다는 그런 것 구애받지 않는 우애 든든한 한가위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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