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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3-28 20:29 (목)
혈우병 치료제 헌법소원 10년, 여전히 존재하는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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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치료제 헌법소원 10년, 여전히 존재하는 ‘사각지대’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0.09.28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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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중증환자 68% 관절질환 노출...치료제 발전에도 예방요법 한계 여전

혈우병 치료제의 10년 도돌이표가 다시 시작됐다. 

혈우병 환자들의 절반, 중증 환자 중에서는 70%가 겪고 있는 관절질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치료제의 등장 함께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또다시 앞을 가로막은 것.

10년 전, 혈우 사회는 전례를 찾아보기 드문 당혹스런 급여기준을 철폐하기 위해 헌법소원에 나섰다.

기존의 혈장치료제보다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유전자 재조합 치료제가 등장했지만, 당시의 급여기준이 특정 년도(1983년) 이전 출생자에게는 급여를 인정하지 않자 10년을 싸운 끝에 결국 헌법소원에 나선 것.

나이도 아닌 출생년도를 기준으로 급여적용을 달리한다는 상식 밖의 급여기준은 2년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출생연도 제한이라는 이슈에 가려져 있었지만, 당시 혈우 사회는 또 다른 급여기준을 허물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바로 예방요법(유지요법) 급여의 현실화다.

▲ 혈우재단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혈우병 환자(A형 기준) 가운데 70% 이상이 중증 환자로, 이 가운데 70% 가량이 관절질환을 가지고 있으나, 예방요법 실시율은 60%를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 혈우재단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혈우병 환자(A형 기준) 가운데 70% 이상이 중증 환자로, 이 가운데 70% 가량이 관절질환을 가지고 있으나, 예방요법 실시율은 60%를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혈우병 환자들 중 상당수는 관절 출혈로 인한 손상으로 영구적 장애를 지닌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혈우병 치료제를 반감기에 따라 주기적으로 투약한다면 관절출혈을 예방, 관절 손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예방에 인색한 우리나라의 급여 현실에, 혈우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더해져 혈우병 예방요법에 대한 급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예방요법에 대한 급여도 연령으로 제한하거나, 급여 용량이 불충분해 사실상 예방요법 실행이 불가능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기존 치료제보다 반감기를 획기적으로 늘려 투약 순응도와 함께 관절손상도 줄인 치료제들이 등장, 예방요법의 효율성은 높였지만, 접근성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졌다.

주 2회 투약으로 예방요법이 가능한 장기지속형 주사제들이 등장했지만, 급여 인정 용량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혈우병 예방요법에 있어 가장 큰 난제는 잦은 주사와 투약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이 가운데 장기지속형 주사제들은 예방요법을 위해 2~3일에 한 번씩 투약해야 했던 기존 치료제보다 반감기를 늘려 투약간격을 넓힘으로써 순응도를 크게 개선했다.

실례로 FDA에서 처음으로 허가 받은 반감기 연장 A형 혈우병 치료제 엘록테이트(사노피)는 임상연구와 리얼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 RWD)로 예방요법을 통한 관절질환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지난 3월 발표된 ASPIRE 3상 연장 연구의 최종 분석 결과, 엘록테이트로 개인 맞춤형 예방요법을 시행한 환자군의 관절자발출혈률 중앙값은 0.0이었으며, 관절 건강 점수(mHJHS, modified Hemophilia Joint Health Score)는 연구 시작 시점 대비 -2.5 개선됐다.

이에 앞서 미국에서 엘록테이트로 전환한 17명의 A형 혈우병 환자들을 분석한 리얼월드 데이터에서는, 표준 반감기 치료제 사용 시 각각 2.3, 1.8이었던 연간출혈률(ABR)과 연간 관절출혈률(ABJR)이 엘록테이트 전환 후에는 1.3, 0.71로 감소했다.

이와 관련, 세계혈우연맹은 지난 8월 출판한 혈우병 치료 가이드라인 제3차 개정판에서 예방요법을 표준 치료법으로 제시했으며, 여기에 엘록테이트와 같은 반감기 연장 혈액응고인자 제제 등 새로운 치료제를 통한 예방요법을 포함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혈우병 예방요법에 대한 급여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식약처 허가사항에 따르면, 엘록테이트의 일상적 예방요법을 위한 투약 간격 및 용량은 3~5일 간격 1회 50IU/kg이며, 12세 미만 소아의 경우 투여 횟수를 늘리거나 80IU/kg까지 증량이 필요한 것으로 허가받았다. 성인 기준 한 달에 약 300IU~500IU/kg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급여 용량은 1회 20~25IU/kg으로 증등도 이상의 경우 30IU/kg까지 증량 할 수 있지만, 예방요법에는 한계가 있다. 한 달 기준으로도 7~8회까지 투약을 허용, 210~240IU/이 최대다.

관절손상의 위험이 큰 중증 혈우병 환자의 예방요법에는 한계가 클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체내 청소율이 성인에 비해 높아 더 많은 용량을 투여해야 하는 소아의 경우 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로 혈우재단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혈우병 환자(A형 기준) 가운데 70% 이상이 중증 환자로, 이 가운데 70% 가량이 관절질환을 가지고 있으나, 예방요법 실시율은 60%를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최근들어 중증 혈우병 환자 중 관절병증 환자의 비율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혈우재단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중증 혈우병 환자 중 관절병증 환자는 67.7%로 최근 5년 사이 4.3% 가량 줄어들었다. 

사실상 예방요법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10년 전 90%를 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60%선 가까이 올라선 예방요법 시행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으로, 예방요법 급여 용량을 현실화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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