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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09-30 11:40 (수)
어둡다고 표현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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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고 표현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09.14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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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년 동안이다. 이 기간은 간단히 건너뛰자. 수시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나중에 미뤄 두는 것은 재미없거나 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독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이슈들을 끄집어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앞서 교회에서의 삼 년간은  호석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는 것만 밝힌다.

그는 그곳 목사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물론 배우지 못한 것들도 많이 알았다. 그는 목사님을 삼촌이라고 불렀다.

호석과 삼촌이 빠지면서 성일이 사는 제기동 집으로 가보자. 성일 할아버지가 신축한 한옥의 두 채를 지하로 연결했다는 사실은 앞서 말했다. 그러나 지하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운만 뗐을 뿐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오늘은 밝은 햇볕이 비추는 지상이 아닌 어두운 세계인 지하로 내려가 보자. 어둡다고 표현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낮보다야 밝다고 할 수 없으나 그에 버금갈 만큼 전기 시절이 잘 돼있어 지상과 같은 지하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성일 할아버지는 반신반인이 사망하고 난 후 수시로 지하에서 군복 입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가 밖으로 나가기도 했으나 그를 찾아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지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성일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성일은 뒤로 빠지고 제 3자가 옆에 서서 모든 것을 지켜 보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방식을 가져왔다.

반신반인이 죽고 나서 3개월 후 쯤 할아버지는 대령 계급장을 떼고 별 하나를 달았다. 말똥 세 개의 위엄보다 별 하나가 더 값진 것을 다들 알겠지만 처음에 성일은 세 개가 하나보다 더 낫다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나란히 선 세 개가 더 멋있고 근사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친숙해서 그렇게 보였는지 몰랐다. 그래서 처음에 어깨와 가슴에 모자에 박힌 별을 보고도 별 한 개는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령들이 일자로 서서 차렷 상태로 경례를 붙일 때 언뜻 보았던 별 한 개의 권위 때문에 그 이후로는 둘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할아버지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장군이 됐다. 장군이 된 이후로 집 앞에는 검은색에 붉은 별이 박힌 짚차가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

검은 색과 붉은 별은 눈에 띄었으며 차의 뒤에는 짐승의 꼬리처럼 가늘고 긴 안테나가 하늘로 솟아 있었다. 그것은 정차해 있을 때는 가만히 있었으나 움직이면 눈에 보일 정도로 좌우로 흔들렸다. 마치 검장군의 꼬리처럼 움직였는데 그것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기 때문이었다.

부드러운 것은 또 있었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는 문이 그랬다. 그 문은 회전문이었는데 사람이 지나가면 옆으로 돌았다. 그래서 따로 손으로 문을 밀거나 잡아 당기지 않아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옥집 아래는 지하 벙커로 이용됐다. 벙커라고 했으니 외부의 공격에 안전하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방이 여러 개 있고 어떤 방은 창문이 없는 밀폐된 공간이어서 닫히면 완전히 암흑이 되는 곳도 있었다.

검장군이 겁도 없이 지하로 내려가 짖어서 성일이 달려가 끌고 올라올 때 그곳의 위치와 구조를 얼핏 보았던 것이다. 성일이 그곳 생활을 청산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드나드는 군인수가 많아지고 간혹 민간인들이 찾아 올 때 였다.

군인들은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런 전투하는 군인들이 아니라 특수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보안대 부대라는 사실 역시 나중에 알았다. 백화점에 다니는 누나는 언젠가 이곳에 온 사람 가운데 한 명이 텔레비전에 나왔다고 말했다.

정확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나 틀림없이 그 사람이 맞는 것 같다고 놀라는 시늉을 지었다. 성일은 그런 것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 말을 듣고 부터는 뉴스를 보다가 군인들이 나오면 자세히 지켜보았다.

그 즈음은 성일의 단칸방에는 14인치 흑백 텔레비전이 있었는데 그것은 할아버지가 검장군을 잘 돌봐주고 있다고 나에게 준 것이었다. 말하자면 선물 같은 것이었는데 할머니는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공부해야 할 학생 방에 텔레비는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전기세 걱정을 했다. 월세에 전기료까지 얹어서 받을 수 없었던 할머니는 간혹 마당에서 스쳐 지나가면 이달 전기세가 많이 나왔다는 말로 텔레비전을 오래 시청하지 말 것을 은근히 저지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텔레비전 주변을 박스 같은 것으로 길게 막고 그 옆에 담뇨를 덮기도 했다. 물론 소리는 죽여 어떤 음성도 새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뉴스를 자주보다 보니 반신반인이 죽은 이유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인들의 싸움으로 변하고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도 알았고 이 기회를 틈타 북괴가 남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쌓이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수시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며 북괴의 등장은 대학생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데모하는 장면 이후에 바로 나왔다. 대학생들이 데모하면 북괴가 쳐들어온다는 것을 성일은 짐작했다.

왜 형들은 저런 무모한 짓을 벌이는지 만나면 몰래 때려주고 뒤에서는 욕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났다. 그러다가도 군인들이 등장해 전방을 철통같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면 안도감에 몸이 풀렸다.

그래서 성일은 한옥집에 군인들이 들락거릴 때마다 그들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으면서 커서 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나 저런 사람들 덕분에 나라가 지켜진다고 여겼다.

데모하는 사람과 비교하거나 인상을 쓰고 나와 주먹질을 하는 정치인들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삼김이니 하는 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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