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으로 RAAS 억제제를 투약하고 있는 고혈압 환자가 코로나 19에 감염되더라도 이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ARB 또는 ACE 억제제(ACEi) 등 RAAS 억제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고 있는 고혈압 치료제로,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폐막한 유럽심장학화 연례학술회의(ESC 2020) 마지막 날 ‘오늘의 초록’으로 선정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인간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2(ACE2)’ 수용체에 결합해 사람에게 전염된다.
따라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RAAS 억제제를 사용하면 ACE2를 더욱 상승시켜 위험에 노출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반면, ACE2 수용체가 주료 폐에 존재하고 있어 RAAS 억제제 복용이 오히려 급성 폐손상이나 ACE2 매개 폐 염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브라질과 미국 연구진은 29개 기관에서 만성적으로 RAAS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던 659명의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RAAS 투약을 중지한 그룹과 유지한 그룹으로 1대 1 무작위 배정, 그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에는 3개 이상의 고혈압치료제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쿠비트릴/발사르탄 복합제(엔트레스토)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환자들은 제외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약 55세로 모두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었고, 3분의 1 정도는 당뇨병이 있었으며, 절반 정도가 비만한 환자였고, 4~5% 정도는 관상동맥질환이 있었으며, 신장질환은 1.2~1.5%, 심부전은 0.6%~2.2% 였다.
연구 결과, 30일 시점에 RAAS 억제제를 중단한 환자의 생존 퇴원까지의 기간은 평균 21.9일(±8.0일), 유지한 환자들은 평균 22.9일(±7.1일)로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HR=0.95, p=0.09)
30일 시점에 RAAS 억제제를 투약한 환자 중 91.8%가 생존해 퇴원했고, 유지한 환자 중에서는 95.0%가 생존해 퇴원했다.
30일 사망률은 투약을 중단한 환자에서 2.7%, 유지한 환자는 2.8%로 차이가 없었다.(HR=0.97, p=0.95)
이와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듀크대학 레나토 델라시오 로페스 교수는 "이 데이터는 경도 및 중등도 코로나 19 입원 환자에서 이러한 약물을 일률적으로 중단함으로써 얻는 임상적 이득이 없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러한 약물은 일반적으로 징후가 있는 환자에 대해 지속되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내 연구진들도 코로나 19 환자에 RAAS 복용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5월, 중앙대병원 내과 김원영 교수팀(중앙대 약학부 정선영 교수, 중앙대병원 내과 최재철 교수)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코로나 19 확진자 5179명 중 RAAS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 762명과 복용하지 않은 환자를 4417명을 비교, RAAS 억제제가 사망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감염학회지에 개제했다.
다만, 이 연구는 RAAS 복용 환자를 복용하지 않는 환자와 비교, 복용하던 환자를 중단한 그룹과 유지한 그룹으로 비교한 브라질 연구와는 차이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