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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복수는 나의 것(2002) - 용서 3부작을 기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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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복수는 나의 것(2002) - 용서 3부작을 기대함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9.01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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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는 부족하고 원하는 사람이 많을 때는 불법이 횡행한다.

개인간 사고파는 행위는 경각에 달린 생명을 살리는 최후의 수단이다. 화장실에 신장 사고 팝니다, 장기 알선, 전문의 항시 대기 같은 찌라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혈육이라고는 누나 한 명인데 그 누나가 장기 이식이 절실하다. 동생 류( 신하균)는 혈액형이 안 맞는다.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건다. 허름한 건물의 고층에 파려는 자와 사려는 자가 만난다. 류는 자신의 것을 주고 거기다 천만 원 더한다. 그러나 사기다. 청각 장애인으로 노동 현장에서 해고당한 류가 감당하기에는 현실은 너무 벅차다.

복수의 시작이다. 누군가의 딸을 납치하기로 한다. 극렬 운동권 출신 영미(배두나)가 망설이는 그를 부추킨다. 납치가 전부 나쁜 것이 아니고 좋은 납치도 있다고.

동진(송강호)의 딸이 대상이다.

돈가방을 들고 동진은 나선다. 경찰에 신고 대신 살아 돌아온 사례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그는 류가 파놓은 함정에 걸린다.

돈가방을 뺏기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딸은 살지 않고 죽었다. 납치범이 돈 만 챙기고 죽였다고 생각한 그는 복수에 나선다. 류는 사기 꾼을, 동진은 류를 찾아 나선다. 앞서 착한 납치를 언급했듯이 류는 아이를 살해하지는 않았다.

▲ 장기 밀매를 상담하는 류. 그는 복수 했으니 만족했을까. 길게 살아도 여전히 허무한 인생인 것을,짧게 굵게 살았으니 그의 삶은 만족에 방점이 찍힐까. 성공한 복수가 있다면 그의 복수는 실패라고 해야 한다. 박찬욱 감독은 여러번 끔찍한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영혼이 정화되기를 바라면서 그러기 위해 용서 삼부작 같은 전혀 다른 영화로 만나보기를 기대해 본다.
▲ 장기 밀매를 상담하는 류. 그는 복수 했으니 만족했을까. 길게 살아도 여전히 허무한 인생인 것을,짧게 굵게 살았으니 그의 삶은 만족에 방점이 찍힐까. 성공한 복수가 있다면 그의 복수는 실패라고 해야 한다. 박찬욱 감독은 여러번 끔찍한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영혼이 정화되기를 바라면서 그러기 위해 용서 삼부작 같은 전혀 다른 영화로 만나보기를 기대해 본다.

이런 짓 하지 말라며 자살한 누이를 묻어 주기 위해 찾아간 강가에서 아이 실수로 죽은 것이다. 그러나 동진이 그런 사실을 알 까닭이 없다.

복수는 류가 먼저 단행한다. 야구 방망이가 등장한다. 그 전에 야외 야구 연습실에서 헛 휘두르는 장면이 있다.

어쩌다 맞아도 빗맞은 파울이다. 해본 사람은 알지만 의외로 공이 빠르다. 오기나 힘만으로 공을 방망이에 맞출 수 없다. 기교가 있어야 한다.

헛방을 쳐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여기서 헛방은 그의 복수가 헛된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것은 아닐까. 그의 인생이 헛방인 것처럼 말이다. (해석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 아니면 말고.)

동진은 회사도, 집도 정리한다. 나름대로 착하게 산 인생도 정리한다. 남은 돈은 형사에게 건넨다. 사적 복수를 눈 감아 달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된다. 그가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원한 댓가일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영미를 잡는데 성공한다. 야구 방망이 대신 밧데리가 등장한다. 전기 고문을 위한 도구다. 그녀는 죽기 직전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고 엄포를 놓는다. 자신은 무서운 사람이라면서.

그러나 이글이글 타오르는 복수심 앞에서 그런 말은 살기 위한 수작일 뿐이다, 라고 동진은 생각한다. 설사 그 말이 사실일지라도 그는 그녀를 살려두지 않을 작정을 실행에 옮긴다.

이제 남은 것은 류와 동진이다. 서로가 강한 존재인 것을 알기에 한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승자는 동진이다. 그는 딸이 죽은 곳으로 그를 끌고 간다.

물 속에서 그는 이런 말을 한다. 네가 착한 놈인 것을 안다고. 순진한 관객들은 여기서 그가 죽지 않고 살지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그러나 복수이외의 다른 것은 안중에 없는 동진은 전기고문 대신 잘 드는 칼을 사용한다. 강물이 붉은 피로 물든다. 그는 토막낸 시체를 자루 담았다.

사건 현장을 떠나면 그에게는 또 다른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산 자는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니까. 그러나 그는 짚차를 타고온 네 명의 사나이에게 무참하게 살해된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는 용서는 없다. 복수외에는 다른 것은 설자리가 없다. 애초 그렇게 작정하고 만든 영화다. 인정은 없다. 끔찍한 공포와 참혹 그리고 파멸만이 있을 뿐이다.

한국에도 이런 광기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어설픈 인정으로 신파를 만들던 시대는 지났으니.

감독은 그러려고 작정한 것을 중간에서 비틀지 않고 끝까지 그대로 밀고 나갔다. 짜임새도 있고 개연성도 있다. 그러나 너무 무섭다. 공포가 온 몸을 사로 잡는다. 이렇게까지 극악한 묘사가 필요할 까 싶다.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끔찍함이 다 나왔다.

영화를 만들고 감독 역시 속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와 함께 복수 삼부작으로 불린다. 세 번의 복수가 나왔으니 이제 박 감독은 복수 아닌 용서 삼부작을 만들어 보면 어떻까.

적당히 잔인하고 적당히 끔찍한 것으로. 실력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으니 용서 삼부작이 나오면 그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기대해도 되겠다.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올 수 있는 자괴감은 그것으로 말끔히 해소된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먼 훗날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생은 복수만이 능사가 아니다, 복수는 있든 없든 신에게 맡기고 인간은 용서를 하자는 메시지를 던져 보면 좋겠다.

세상이 하도 각박하고 살벌하니 영화에서라도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충격과 공포말고도 호평받을 수 있는 영화는 많다.

국가: 한국

감독: 박찬욱

출연: 신하균, 송강호, 배두나

평점:

: 청각 장애인 노동자와 극렬 분자의 조합이 생경하다. 그러나 나눠주는 찌라시의 내용과 외치는 구호를 보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극단을 달리는 자는 반드시 위험에 빠지기 마련이다. 자기 주장만이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에게 인정의 남의 일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는 그것을 베풀기를 바란다. 넌센스다. 감독은 그런 틈을 주지 않았다. 여자라고 봐주지도 어설프게 다루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욱 끔찍했다. 그 끔찍한 현장에서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는 인간은 인간의 이성에 앞선 동물성을 보게 된다.

야수의 마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흔들리는 법이 없다. 없는 것은 또 있다. 바로 착한 유괴다. 이는 비겁한 자의 자기변명일 뿐이다.

모든 유괴는 다 나쁘다. 영화는 끝나고 다른 것은 다 잊었는데 고무줄 놀이하면서 여자애들이 부르는 한국전쟁 당시 불렸던 군가 '승리의 노래'는 계속 입속을 맴돈다.

무찌르자 오랑캐 몇백만이냐, 대한 남아 가는데 초개로구나, 나아가자 나아가 승리의 길로, 나아가자 나아가 승리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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