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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3-28 16:29 (목)
혈당 중심의 접근 방식은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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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중심의 접근 방식은 설 자리가 없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0.08.2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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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
▲ 심혈관 보호 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는 SGLT-2 억제제가 또 하나의 승전보를 전해왔다. 최근 CVD-REAL 2 하위분석 연구를 통해 경구용 당뇨병치료제 시장 최대 맞수인 DPP-4 억제제보다 심혈관 보호 효과가 뛰어나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 비록 무작위대조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는 아니라 하더라도, 40만명에 가까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DPP-4 억제제와 비교해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보호 효과를 확인한 대규모 리얼월드 연구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의약뉴스는 우리나라에서 CVD-REAL 2 연구를 주도한 아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를 만나 이 연구의 가치와 전망을 들어봤다.
▲ 심혈관 보호 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는 SGLT-2 억제제가 또 하나의 승전보를 전해왔다. 최근 CVD-REAL 2 하위분석 연구를 통해 경구용 당뇨병치료제 시장 최대 맞수인 DPP-4 억제제보다 심혈관 보호 효과가 뛰어나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 비록 무작위대조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는 아니라 하더라도, 40만명에 가까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DPP-4 억제제와 비교해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보호 효과를 확인한 대규모 리얼월드 연구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의약뉴스는 우리나라에서 CVD-REAL 2 연구를 주도한 아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를 만나 이 연구의 가치와 전망을 들어봤다.

“DPP-4 억제제에 비해 SGLT-2 억제제가 혜택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심혈관 보호 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는 SGLT-2 억제제가 또 하나의 승전보를 전해왔다.

최근 CVD-REAL 2 하위분석 연구를 통해 경구용 당뇨병치료제 시장 최대 맞수인 DPP-4 억제제보다 심혈관 보호 효과가 뛰어나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

앞서 발표된 CVD-REAL 2 연구에서 계열을 구분하지 않고 다른 당뇨병 치료제들과 비교해 보다 뛰어난 심혈관계 보호 효과를 입증한 데 이어, 이번에는 DPP-4 억제제라는 계열을 특정해 우월성을 입증했다.

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 7월호에 게재된 이 연구에서는 13개국 약 38만 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성향점수 매칭 기법을 이용, SGLT-2 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와 DPP-4 억제제로 시작한 환자를 각각 19만 3124명씩 1:1 비율로 분석했다. 

참여 환자의 30.1%는 심혈관질환 기왕력이 있는 환자였으며, 1.2년간의 추적 관찰을 통해 지금까지 SGLT-2 억제제의 관찰 연구 중 가장 많은 심혈관 사건이 포함됐다. 

SGLT-2 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 중 다파글리플로진(제품명 포시가, 아스트라제네카)을 복용한 환자가  60.2%, 엠파글리플로진(제품명 자디앙, 베링거인겔하임ㆍ릴리)이 12.7%, 카나글리플로진(제품명 인보카나, 얀센)이 23.2%, 이프라글리플로진(제품명 슈글렛, 아스텔라스)이 2.7%, 그외 SGLT-2 억제제가 1.2%였다. 

연구 결과 SGLT-2 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은 DPP-4 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보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31%,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41%,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36% 적었다. 또한 심근경색 위험은 12%, 뇌졸중 위험은 15%를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SGLT-2 억제제 복용 환자의 경우 92.4%가 다파글리플로진을 복용했으며, 3.3%가 엠파글리플로진, 4.3%는 이프라글리플로진을 복용했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SGLT-2 억제제 투약군은 DPP-4 억제제 투약군 대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15%,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23%,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17%, 심근경색 위험이 8%, 뇌졸중 위험은 17% 적었다.

비록 무작위대조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는 아니라 하더라도, 40만명에 가까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DPP-4 억제제와 비교해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보호 효과를 확인한 대규모 리얼월드 연구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의약뉴스는 우리나라에서 CVD-REAL 2 연구를 주도한 아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를 만나 이 연구의 가치와 전망을 들어봤다.


◇SGLT-2 억제제, 심부전은 물론 심근경색ㆍ뇌졸중에서도 유의미한 결과
이전의 연구에서 DPP-4 억제제는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했지만, 심혈관계 이점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반면, SGLT-2 억제제들은 연이어 심혈관 보호 효과를 입증, 간접적으로나마 DPP-4 억제제보다 SGLT-2 억제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연구에 앞서 발표됐던 CVD-REAL 역시 RCT와 마찬가지로 다른 당뇨병 치료제들과 비교해 SGLT-2 억제제의 뛰어난 심혈관 보호 효과를 입증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각 계열별,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고 있는 DPP-4 억제제와 직접 비교한 데이터가 없다는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이 가운데 발표된 CVD-REAL 2는 마침내 DPP-4 억제제보다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보호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김대중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당뇨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약물 간의 비교를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면서 “CVD-REAL 2 연구가 SGLT-2 억제제와 그 밖에 모든 당뇨병 치료제를 비교하는 디자인이었다면, 이번 CVD-REAL 2 하위분석 연구는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를 비교했을 때 결과가 어떤지를 확인하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DPP-4 억제제는 심혈관에서 우월한(superior) 혜택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안전성은 입증한 약물”이라면서 “DD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를 비교해 봄으로써 어느 약을 선택할지에 대해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CVD-REAL 2 연구는 6개국 환자를 대상으로 한 반면, 이번 CVD-REAL 2 하위분석 연구는 13개국 대상으로 진행돼 엄밀히 말하면 이전 연구와 완전히 동일한 연구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참여 국가는 두 배로 늘었지만 우리나라 환자들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으며, 약물로는 포시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우리나라에서는 90% 이상의 환자들이 포시가를 투약했다.

김 교수는 “CVD-REAL 2 연구처럼 이번 분석도 역시 한국인 데이터가 전체 환자의 약 44%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면서 “분석 과정에서 사용하는 SGLT-2 억제제 전체를 모두 등록(enroll)했고, DPP-4 억제제도 그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약물을 대상으로 분석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논문 상, 전체 SGLT-2 억제제와 전체 DPP-4 억제제를 비교한 것인데, SGLT-2 억제제 중에서는 포시가가 약 60%로 가장 많이 포함됐다”면서 “한국인 대상 분석에서는 포시가가 92.4% 였는데, 시기적으로 한국은 자디앙을 포함한 다른 약이 많이 쓰이기 전이라 대부분 포시가 데이터”라고 부연했다.

분석 결과 앞서 진행된 RCT에서는 주로 심부전에서 이점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에서는 심부전은 물론 심근경색과 뇌졸중, 사망 등 다양한 평가변수에서 SGLT-2 억제제가 우월성을 보였다.

김 교수는 “연구 결과는 기존의 CVD-REAL 2 연구에서 발표했던 것과 유사하게 나왔고,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에서 혜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룰 두고 그는 “사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결과까지 (긍정적으로) 나올 줄 몰랐다”면서 “실제로 여러 나라들의 세부 데이터를 보면 나라마다 다른 의미의 결과값이 나왔는데, 합쳐 보니 의미 있는 차이가 보이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 대해 “DDP-4 억제제 비교에만 국한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샘플 사이즈가 양쪽 각각 약 19만명으로 굉장히 큰 연구”라며 “물론 국가별로는 각각 그 결과가 조금씩 다르지만 모아놓고 봤을 때의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DECLARE-TIMI 58 연구 등 기존의 RCT를 메타 분석했을 때도 이런 패턴으로 나왔는데, 그 패턴 그대로 리얼월드 데이터에서도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기존에 심혈관 질환 기왕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해서 분석했을 때도 동일하게 심부전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적게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RCT에 비해서 리얼월드 데이터는 그 결론의 강도를 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DPP-4 억제제에 비해 SGLT-2 억제제가 혜택(benefit)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에 있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리얼월드 데이터이긴 하지만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북미, 중동 지역 등 13개국이 참여한 굉장히 큰 샘플 사이즈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라며 “RCT 같은 경우에는 연구를 어떻게 설계하냐에 따라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나오지 않기도 해 결과를 해석할 때 당황스러울 때도 있는데, VERTIS-CV 연구가 발표된 이후 그 동안 나왔던 것을 메타 분석 해봤을 때도 유사하게 나와 SGLT-2 억제제가 심부전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에서 분명히 혜택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에서는 논란이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좋게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혜택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들도 많다”고 전했다.


◇혈당 중심의 접근방식, 더이상 설 자리 없어
김 교수는 이번 연구와 마찬가지로 SGLT-2 억제제들이 일관되게 보여준 심혈관 보호 효과나 심부전ㆍ신부전 관련 연구에서 도출된 긍정적인 결과가 당뇨병 치료의 접근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가이드라인에서 보여준 것이지만, 더 이상 혈당 중심의 접근 방식은 설 자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아직은 과도기에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특히 심혈관, 심장 쪽에서는 아직은 보수적인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미국은 심혈관질환, 특히 관상동맥질환 환자 비율이 높아 심부전이나 사망률을 낮추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면서 “그렇기에 당뇨병 환자에 대해서 혈당 수치에 상관없이 SGLT-2 억제제나 GLP-1 유사체를 먼저 고려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치료제로 메트포르민이 아닌 혜택이 강력한 SGLT-2 억제제나 GLP-1 유사체를 먼저 사용하라고 권고했다”며 “우리나라도 그 흐름을 따라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화혈색소 수치에 따라 메트포르민 또는 인슐린을 쓰는, 혈당에 근거한 접근 방식의 틀을 깨고, 심혈관질환 기왕력, 신장의 기능 상태 등을 먼저 파악하는 쪽으로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교수는 “심부전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있지만 사실 당뇨병 환자를 볼 때 심부전이 있는지 없는지 잘 평가하지 않는다”면서 “순환기내과에 가면 루틴하게 심장에 대한 검사를 하는데 지금처럼 심부전을 예방하는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나오는 상황에서는 당뇨병 환자도 루틴하게 심부전 기능 평가를 하는 것이 권고사항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증상이 있어야만 심부전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증상 심부전이 점점 크게 대두되고 있다는 것.

또한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HFpEF) 환자에서도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검증이 되면 당뇨병을 진단받았을 때 심장 초음파도 해야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그 기준에 맞춰서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만성신장질환(CKD)쪽에서는 이미 그렇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DAPA-HF에 이어 DAPA-CKD 등의 결과가 순차적으로 발표되고 나면처방의 패턴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심한 고혈당 상태로 탈수증상 및 케톤이 검출되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바로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수는 없다”면서 “그 때는 인슐린 치료나 상황을 호전시키는 안정화(stabilize) 과정이 필요해 그 후에 약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이번 리얼월드 데이터는 그렇게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심혈관 연구(cardiovascular outcome trial)들을 보면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면 적어도 3개월 정도 안정화(stabilize)하는 기간을 두고 연구를 시작했다”며 “이 기간에는 사실 어떤 약도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혈당도 너무 심하면 대게는 부작용이 생긴다”며 “SGLT-2 억제제도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어 혈당을 안정시키고 난 뒤 약물을 스위치 하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 김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심혈관은 물론 신장 보호 효과까지 입증한 만큼, 당뇨병 치료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혈당에만 집중하던 치료 전략에서 벗어나 심혈관질환 위험과 신기능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1차 치료제의 선택이 달라지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 김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심혈관은 물론 신장 보호 효과까지 입증한 만큼, 당뇨병 치료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혈당에만 집중하던 치료 전략에서 벗어나 심혈관질환 위험과 신기능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1차 치료제의 선택이 달라지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투약 순서 고정된 급여기준 변화 불가피...조기 병용도 가능해야
다만 김 교수는 유럽처럼 메트포르민을 1차 치료제서 완전히 배제하자는 뜻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최소한 혈당 수치만 따져서 무조건 메트포르민을 먼저 사용한 후 다른 약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어떤 약(혈당 강하제)을 써도 혈당은 당연히 떨어진다”면서 “혈당을 안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혈당 수치에 따라 어떤 약을 쓸 건지 정하는 식의 접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혈당 기반으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은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심평원 가이드라인에 묶여있어서 그런 것(메트포르민을 먼저 사용한 후 단계별로 사용하는 것)인데, 결국 이 부분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메트포르민과 SGLT-2 억제제를 동시에 시작할 수도 있고, 반대 순서로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으로 입원했다 퇴원한 당뇨병 환자라면, 메트포르민을 몇 달 쓴 후 SGLT-2 억제제를 쓰기 보다는 SGLT-2 억제제를 먼저 쓰고 충분하지 않으면 메트포르민을 추가하는 방식으로도 갈 수 있어야 한다”며 “근거가 강력한데 굳이 거꾸로 갈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마찬가지로 DPP-4 억제제 입장에서도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하는 것이 혈당을 훨씬 더 정상에 가깝게 조절할 수 있다”며 “과거에 설포닐유레아 제제를 주로 쓸 때는 저혈당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단계별로 조심스럽게 접근을 했다면, DPP-4 억제제나 SGLT-2 억제제는 저혈당 위험이 없고 단일 용량이기 때문에 혈당의 변화를 관찰해서 3개월 있다가 충분치 못하다면 다른 계열의 약을 더하거나 메트포르민의 양을 증량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유럽에서처럼 메트포르민을 1차 치료제에서 배제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이점이 명확한 치료제를 먼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심혈관질환 기왕력이 없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효과가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SGLT-2 억제제와 GLP-1 유사체부터 써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그런 방향(SGLT-2억제제나 GLP-1 유사체를 먼저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이유로 메트포로민을 1차 치료제로 쓰더라도 고용량까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기에 병용요법으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로 김 교수는 “어떤 약을 최대 용량(full dose)로 쓰는 것과 여러 계열의 약을 작은 용량으로 함께 쓰는 것을 비교하면 병용요법이 순응도가 더 좋다”며 “예를 들면, 메트포르민을 1500mg, 2000mg 등 고용량을 쓰면 효과도 있겠지만 부작용이 많이 수반되는데, 그보다는 메트포르민 1000mg과 다른 약을 같이 쓰면 환자는 훨씬 순조롭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렇게 보면 조기 병용 요법도 꼭 SGLT-2 억제제를 먼저 쓰자거나 혹은 메트포르민을 제외하자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도 병용요법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며 “심지어 메트포르민 대신 SGLT-2 억제제를 먼저 쓸 수도 있다는 것으로, 순서의 문제일 뿐 메트포르민은 결국에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GLT-2 억제제, 다소 불편하지만 심혈관 질환 예방효과 있다고 알려야
EMPA-REG과 CANVAS, DECLARE-TIMI 58로 이어진 RCT는 물론 CVD-REAL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에서 SGLT-2 억제제의 심혈관계 이점이 확인됐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DPP-4 억제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SGLT-2 억제제에 비해 효과의 측면에서 장점은 떨어지지만, 부작용의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이점이 있어 처방하기에 부담이 적기 때문.

비록 SGLT-2 억제제의 부작용이 심각한 것은 아니라지만, 요로감염 등으로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어 처방에 부담이 된다는 것.

하지만, 적어도 심혈관질환이 있는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SGLT-2 억제제의 이점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환자들이 먼저 알고 SGLT-2 억제제 처방을 문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SGLT-2 억제제를 적게 쓰는 편이지만, 작년과 올해는 조금 달라졌다”면서 “대한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서 처음으로 SGLT-2 억제제를 언급했는데, 워낙 근거가 강력했기 때문에 적어도 심혈관 질환 기왕력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DPP-4 억제제보다 SGLT-2 억제제를 선택해야 된다고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GLT-2 억제제는 환자가 불편해하는 것들이 있어 의사들은 주저하게 된다”며 “DPP-4 억제제는 효과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부작용이 없지만, SGLT-2 억제제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해준다고는 하지만 환자 눈에는 그 효과가 보이지 않고 부작용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 입장에서는 약을 줬는데 환자가 불편해하면 난처하다”며 “아무리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 약이더라도 선뜻 쉽게 권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DPP-4 억제제는 가격은 설포닐유레아보다는 비싸지만 환자가 불편해 하는 것이 없으니 설포닐유레아로 저혈당이 온 환자에서 DPP-4 억제제로 바꿔주거나 2차 치료제에서 처음 사용하는 약제로 DPP-4 억제제를 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SGLT-2 억제제가 불편하더라도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면서 “환자에게 당신은 심혈관질환 고위험 상태, 혹은 이미 심혈관질환을 이미 경험한 상태이기 때문에 심장에 대한 효과가 있는 약을 쓰는 게 좋겠다고 약을 써야 하는 이유를 강하게 얘기해 환자가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심혈관질환이 없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고민스러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SGLT-2 억제제를 쓸 것인지는 환자 상태별로 다르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앞으로 SGLT-2 억제제 효과에 대해 환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 왜 나는 그 약을 안 쓰고 있느냐고 오히려 환자들이 먼저 얘기를 꺼낼 수도 있다”며 “가끔 신문을 스크랩해서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환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SGLT-2 억제제 신장 보호 효과에 기대 커...새로운 치료 기회 마련될 것
한편, 최근 SLGT-2 억제제들은 심혈관 보호 효과에서 나아가 신장 보호 효과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최소 eGFR 45mL/min/1.73m2 이상인 경우에만 사용 가능한 SGLT-2 억제제들이 보다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도 사용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SGLT-2 억제제를 통해 신기능 저하를 막아 eGFR에 따라 사용 불가능했던 다른 치료제를 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최근 SGLT-2 억제제들이 보여주고 있는 신장 보호 효과와 관련 “과거 혈압약 ARB 제제가 신장을 보호하는 작용이 있다고 발표한 이후 많은 연구들이 실패한 상황에서 나온 연구다 보니 신장내과에서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콩팥병(CKD)이든 아니든 신장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SGLT-2 억제제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지금은 SGLT-2 억제제가 당뇨병 환자에서 eGFR 45mL/min/1.73m2까지로 적응증이 국한되어 있는데, eGFR 30 혹은 15까지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는 eGFR이 떨어진 환자에게 약을 주면 혈당개선효과가 없기 때문에 연구의 범위를 거기까지만 두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eGFR이 떨어져있더라도, 그래서 혈당개선효과가 별로 없다 하더라도 신장을 보호하는 효과는 있다는 것으로, 그렇다면 SGLT-2 억제제는 기본으로 쓰고 혈당은 다른 약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기능은 당뇨병이 아니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악화되는데, 한 번 악화된 후에는 다시 회복되기가 어려운 만큼, 최소한 악화되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SGLT-2 억제제를 몇 년 사용하고 나이도 들다 보면 eGFR이 떨어질 텐데, 이때 중단할 것인지, 아니면 신장을 그나마 보호할 수 있는 약이니 중단하지 말고 계속 쓰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이슈가 될 것”이라며 “다른 사람은 5년에 걸쳐서 eGFR 30까지 떨어지는데 이 약을 유지한 사람은 10년에 걸쳐서 30이 된다면 그것도 매우 큰 효과여서, 이를 기대하고 끊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시가, 당뇨병 예방 가능성 높지만 현실적 한계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SGLT-2 억제제의 당뇨병 예방 효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시가의 심부전 관련 RCT인 DAPA-HF 연구에서 당뇨병이 없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위분석한 결과, 포시가를 투약한 환자들의 당뇨병 이환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

김 교수 역시 SGLT-2 억제제의 당뇨병 예방 효과를 기대해 볼만 하다고 평가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SGLT-2 억제제가 직접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체중감량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몸에서 지방이 빠져나간 만큼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그러다 보면 당뇨병 예방 효과는 뒤따라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지방간에 대한 효과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지방간이 줄어드는 것 또한 저항성과 상당히 관련이 있다”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된다면 당연히 당뇨병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뇨병 예방 효과가 있다라고 하려면 당뇨병 예방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다시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당뇨병 예방 효과가 검증된 약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메트포르민 조차 당뇨병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가하고 있지 않다”며 “TZD도 대표적으로 예방 효과가 검증된 약이지만 TZD를 당뇨병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 이유로 김 교수는 “전당뇨(prediabetes)인 사람들이 당뇨병 환자 보다 많은데 이 사람들이 환자군으로 편입되는 문제도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 비용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시가도 연구를 해보면 당연히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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