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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05-16 12:55 (월)
그만하면 됐다며 숙인 등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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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면 됐다며 숙인 등에 손을 얹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08.06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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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거듭되면서 독립군도 싸움을 조금씩 터득하기 시작했다. 모르던 것을 알고 새로운 것을 하나씩 익히면서 전투요원으로 거듭났다.

벼랑에 몰렸던 그들이 조금씩 세를 확장하고 전과를 올리고 올린 소문은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장개석 정부도 그 소문을 들었다.

그들은 독립군을 지원하는 임시정부 요원을 초청해 애로 사항을 들었고 자금과 무기를 지원했다. 해외에 있던 동포들도 어렵게 모은 돈을 독립자금으로 지원하면서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조금씩 살아났다.

이러다가 정말 독립이 올지도 몰랐다. 스스로 잃었던 나라를 제 힘으로 찾을 날이 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독립군들은 죽지 않고 살아서 다음 전투에서 전과를 올리자고 다짐했다.

그런 다짐을 하면서 토벌대에게 만큼은 조선인의 인정을 베풀지 않았다. 한 두 번의 동포애가 독립군 전체의 뿌리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토벌대가 하던 방식으로 똑같이 값아 주었다. 포로로 잡은 토벌대를 심문하기 위해 고문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고문에 못이겨 참을 수 없을 상태가 되면 지독한 조센징 놈이라고 욕했다.침을 뱉았다. 인정머리라고는 하나도 없다고 니 놈도 조선 팔도에 엄마가 있느냐고 쏘아 붙였다.

그들이 욕을 할 때는 일본말이 아니라 조선말이었고 그 뜻은 일본말이었다.

빠가야로.

그들은 끝내 불지 않고 죽으면서 이런 욕을 조선말로 지껄였다. 독립군은 혀를 내둘렀다. 그들의 어떤 신념이 불면 살려 준다는 회유 앞에서도 끝내 불지 않는지 분통을 터트리기보다 이해 할 수 없는 안쓰러움에 혀를 찼다.

토벌대는 용감했고 무자비했으나 그들 역시 사람인지라 죽기 직전에는 욕 대신 엄마를 불렀다.

붉은 장군은 죽은 자들이 여럿일 경우 매장하기 전에 일렬로 늘어 놓도록 명령했다. 손가락으로 세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몇 명인지 죽은자의 숫자가 틀리지 않았다.

하늘을 보고 누운 자들은 모두 간도 토벌대 소속인 것을 평생 자랑으로 삼은 자들이었다. 이들은 일본에서 정식 군사교육을 받기도 했고 빼어난 일부는 그런 교육을 받은 자 밑에서 별도 교육을 받으면서 토벌대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성장한 그들은 즉시 조직을 꾸려 독립군의 본거지인 만주 혹은 간도로 이동했다.

조선인은 조선인이 죽여야 한다는 이이제이 전법을 일본이 원했기 때문이다. 한 낫 조루래기에 불과한 조선인을 대일본제국의 정규군이 맞서 싸워 죽이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토벌대는 독립군을 자신에게 맡긴 것에 대한 보답으로 충성을 맹세했다.

독립군은 일제의 정규군보다 토벌대를 더 무서워했다. 그들은 앞서 여러번 되풀이 지적했지만 같은 조선인인데도 더 잔인하게 굴었다. 대적인 중국군보다 되레 독립군에 더 모질었다.

그들은 승기를 잡으면 퇴로를 차단해 잔챙이까지 추격해 씨를 말렸다. 그렇게 한 것은 그들을 다루는 천황군이 그렇게 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천황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하늘의 명령을 누가 감히 거역할 수 있는가, 그들은 명령을 수행하면서 이런 다짐을 수도 없이 되풀이 했다.

일본군의 지시를 받는 것을 부끄러워 하기는커녕 조선인이 일본군인의 명령에 따르면서 이것은 영광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길로 들어섰을 때 그들의 충성심은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쓰는 것으로도 모자랐다.

천황폐하 만세.

단 여섯 글자를 쓰는데 잘린 손가락에서 나오는 피는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남은 피로 그 아래에 조센진의 씨를 말리자라는 아홉 글자를 추가했다.

천황은 자신을 향한 만세보다 씨를 말리자는 구호에 그들을 더 인정했으며 다 쓰고 나서 고개를 숙이고 처분을 기다리는 그들의 숙인 등에 손을 얹었다. 그만하면 됐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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