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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05-16 12:55 (월)
그곳은 작전지역 아래 사병 막사 부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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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작전지역 아래 사병 막사 부근이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08.0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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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그가 한 공군 부대를 점검하러 가는 날이었다. 짚 차안에서 대령은 버스를 탈취한 난동범들의 최후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말할 때 그는 사건을 일으켜 곤란한 상황에 빠트렸던 그들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섞었다.

심지어 욕지기도 했으나 대위는 그런 것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당해도 쌀 만 한 그들이었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살지 못하고 제멋대로 행동한 대가는 참혹했다.

대장 일행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조교들마저 살해된 그곳은 무법천지였다. 아직 살아 있다는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그들은 모래사막을 두서없이 떠나 인천에 도착했다.

그러지 말아야 했으나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탈취했다. 가서 억울함을 말하리라. 반신반인을 만나 자신들이 그동안 해온 일을 토로하리라.

순진한 그들은 그런 생각을 했고 그러면 인내심이 많은 절대자는 그래 고생했다, 있던 죄는 없어졌다, 옛다, 두둑한 보상금이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이런 기대를 품고 서울로 진입했다.

무언가 일이 터지지 않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상부는 무전으로 그들의 탈영 사실을 알았다. 1월에 일어난 간첩 사건과 같은 수준으로 비상이 발령됐다.

그러나 대비는 늦었다. 그들은 벌써 구로를 지나 신도림 앞에 도달했다. 신도림의 일차 저지선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고도로 훈련된 특수 부대원을 예비군 몇 명이 카빈 소총으로 막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신도림이 무너지자 수방사 대대 병력이 노량진 인근의 제약회사 앞길을 막아섰다. 그들은 예비군과는 달랐다.

청와대로 가는 길목을 차단한 그들은 8차로를 막고 탱크 안에서 오는 적들을 기다렸다. 미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던 탈영병들은 도열한 세대의 탱크를 보자 당황했다.

그러나 곧 억울한 사연만 들어주면 무장 해제하고 투항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상부는 이들이 가소로운 자들이라는 생각에서 그 말을 들어 주기보다는 미리 조준한 목표물을 향해 캘리버 50을 발사했다.

운전대에 앉아 있던 대원과 앞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두 명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운전사가 운전대를 놓고 옆으로 기울어지자 버스는 똑바로 가다가 옆에 있는 전신주를 받고 더 나가지 못하고 멈췄다. 앞으로 가지 못하고 막힌 그들은 무기를 버리고 손들고 내려오면 살려 준다는 대대장의 확성기 소리를 들었다.

대대장이라는 말에 그들은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대대장이 직접 확성기를 든 것은 소대장의 투항요구와는 격이 달랐다. 그만큼 자신들이 대우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안에서는 믿어보자는 쪽으로 약간의 동요가 일었다.

기억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잊혀진 일부였고 이 기회에 완전히 잊혀 져야 할 대상들은 살려 준다는 말에 서로의 눈을 보면서 잠시 주춤했다.

기억에서 사라져야 할 그들을 위해 조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떠들지 말고 조용히 없어져 주는 것뿐이었는데 그럴 조국이 아니라면서 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죽을 각오로 달려왔으나 막상 목숨을 끊지 않겠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린 자들의 일부는 투항했고 삼 년 동안 속았는데 또 속을 수는 없다는 일부는 저항하다 사살됐다.

투항했던 자들은 살려 준다는 약속을 믿었으나 삽 십 초 만에 그 약속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화를 냈으나 이미 늦었다. 그들은 빈손이었고 그 손마저 뭉개져 있었다.

그들은 버드나무가 많은 어느 언덕 진 곳에서 총살당했다. 총살 당할 때 눈이나 비도 오지 않았고 낙엽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장례 절차도 생략됐다. 다만 땅속에 있던 곤충 몇 마리 만이 흙이 떨어지는 것을 감지 했을 뿐이었다.

완벽한 대공망을 자랑하는 막걸리 통 같은 레이더가 빙빙 돌면서 서울 하늘을 감시하는 작전지역 바로 아래 사병 막사 부근이었다.

대령은 조용히 듣고만 있던 대위에게 저쪽에 묻었어, 하고 말했다. 투항했던 동료들이 묻힌 곳으로 대위는 눈을 돌렸으나 더 묻거나 토를 달지 않았다.

그들과 자신은 별개였다. 그들은 조국을 배신했고 자신은 조국을 위해 헌신할 사람이었다. 대위는 모래섬의 지난 삼 년을 완전히 잊기로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대령을 위해 죽는 날 까지 충성을 다하겠다고 국기에 대해 맹세 하듯이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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