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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빨간 마후라(1964)- 하늘에서 보는 아름다운 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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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빨간 마후라(1964)- 하늘에서 보는 아름다운 강산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7.22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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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 영화보다 더 많이 알려진 노래 ‘빨간 마후라’가 배경음악이다.

신상옥 감독은 <빨간 마후라>에서 또 한 번 진가를 발휘한다. 숱한 영화 제조기로 날린 명성이 이번에는 하늘로 솟아올랐다.

전투기 출격이니, 공중전이니 하는 것이 촌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을 수 있으나 그런 평 때문에 영화 보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뭐든지 최초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영화 처음으로 눈요기 거리를 제공했다. 스펙터클 하고 오금 저리는 한국영화는 이전에는 없었다.

‘국뽕’이니 반공 영화니 하면서 등한시할 필요도 없다. 그것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 같은 놈은 이 같은 더러운 전쟁에서만 필요하다’고 절규하는 주인공의 두서너 차례 발언을 눈여겨 보자.

전쟁의 환멸이 영화 깊숙이 각인돼 있다. 그러니 어떠한 일체의 선입견이나 다른 관심 말고 오로지 영화로만 보자. 지금의 잣대로 들이대지 말라는 말이다.

뭐, 그렇다고 웰메이드라고 칭송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볼거리 위주라 하더라도 그럴만한 짜임새나 개연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니까.

보라매들의 전우애와 생사를 가르는 용기, 그리고 가련한 여성에 대한 측은지심과 사랑에 대해서도 딴소리 말자.

오늘이 아닌 1964년의 눈으로 되돌려 보면 그럴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좀 너그럽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 자, 이제 전투기 조종사들의 활약상에 집중해 보자.

군기 바짝 든 9인의 용사가 강릉 전진 기지에 모였다. 훈련과 훈련 끝에 마침내 첫 출격이다. 그 전에 전투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가 이들에게 건네 진다.

하늘의 수호자라는 자부심과 조국에 대한 숙연함 그리고 기필코 이기고 말겠다는 다짐이 붉은 천 조각에 새겨진다. 노래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도 많이 나와 지겨울 정도라고 말하고 싶으나 그렇지도 않다. 박자와 가락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훈련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술집으로 몰려간다. 흥겹다. 그러나 이내 눈에 쌍심지를 켠다. 아는 여자가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남자와 노닥인다. 화를 벌컥 낸다.

무슨 내연의 관계라도 되는가.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여기 나오는 것은 안된다니 이들은 대체 어떤 관계인가.

궁금증은 다음으로 미루고 출격을 위한 브리핑이 시작된다. 지상군의 상황은 전날과 비슷하다. 전선을 두고 대치하나 과격한 진군이나 급격한 퇴각은 없다. 서로 현 전선을 유지하는 소강상태다.

하늘의 상황도 무리 없다. 풍향과 고도, 기온도 적당하다. 편대 비행의 기술이 대단하다. 전투기의 소음이 화면 가득 찬다. 기총사격에 맞서 폭탄투하도 성공적이다. 목표로 정한 적진지는 정확히 부서진다.

첫 출격은 거의 완벽한 성공이다. 이런 것이 전쟁이라면 사시사철 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너무 자신감이 붙어 컴백 명령도 무시한 채 공격을 더 퍼붓는다. 공격은 성공했으나 군기는 제로다. 당연히 영창감이다.

그런데 늘 그렇듯이 이번 한 번 만 용서한다. 다시 술집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귀환해서는 술과 여자가 빠질 수 없다. 위스키 잔을 앞에 두고 여자는 팔자 사나운 년 운운하면서 이제 막 타락하겠다고 경고장을 날린다.

▲ 전투기 조종사들이 빨간 마후라를 두르고 차에 앉아 이동하고 있다. 풀이 죽은 그들을 달래기 위해 앞자리에 앉은 주인공이 빨간 마후라를 부를 것을 명령한다. 분위기는 고조되고 사기는 충천한다. 노래 하나 불렀을 뿐인데 그 이전과 이후는 사뭇 다르다. 군가는 군인에게 무엇인가.
▲ 전투기 조종사들이 빨간 마후라를 두르고 차에 앉아 이동하고 있다. 풀이 죽은 그들을 달래기 위해 앞자리에 앉은 주인공이 빨간 마후라를 부를 것을 명령한다. 분위기는 고조되고 사기는 충천한다. 노래 하나 불렀을 뿐인데 그 이전과 이후는 사뭇 다르다. 군가는 군인에게 무엇인가.

마지못해 도와주는 체면 같은 것 버리라고 재촉한다. 따귀를 맞은 여자는 반성보다는 나 같은 거 아무렇게나 멋대로 살게 내버려 두라고 눈물을 흘린다.

동정보다는 사랑이 필요한 여자의 사연을 듣고 싶다. 뒤로 미룬 이야기가 시작된다. 눈보라가 휘날린다. 춘천에서 대관령을 넘어오는 여자가 짚 차의 눈에 띈다. 나 홀로 봇짐 하나 지고 이 겨울에 산악 훈련도 아니고 강릉으로 향하고 있다.

이유라는 것은 고작 그곳에 가면 뭐 먹고 살 것이 없나 하는 희망 하나 품고 있다. 연고나 친척도 없다. 이북 사리원이 고향이고 그곳에서 부모님이 모두 사망했다.

그냥 놔둘 우리의 주인공들이 아니다. 전쟁 중임에도 첫눈에 취해 낭만을 마시러 온 보라매들은 여자를 안전한 곳으로 모시고 뒤를 봐준다. 그리고 그 중 한명이 눈이 맞아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잠시 깨가 쏟아지는 것은 불문가지.

전투는 계속되고 비행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격이다. 용감한 보라매가 죽는다. 낙하산 탈출은 성공했으나 적의 소총은 막지 못했다.

늘 저녁에 돌아오는 것처럼 오늘 저녁에는 돌아오지 않는다. 미망인이 된 여자가 술집의 바로 그 여자가 되겠다.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급강하한다. 그리고 준비된 폭탄을 떨어트린다. 적들은 죽고 우리는 또 승리했다.

베트남전에서 효과를 톡톡히 본 네이팜탄도 위용을 자랑한다. 낮에는 출격 밤에는 술집으로 이어지는 어제와 같은 오늘이 보라매의 일상이다.

미망인, 그녀를 눈여겨보는 또 다른 보라매가 있다. 동료이면서 상관의 아내를 사랑한다. 둘은 맺어진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 짓는 버릇은 사라지지 않으나 그녀는 자신만이 비극의 주인공인 양 슬픔에 빠져 있지 않다.

그도 말한다. 자신이 어린 시절 살던 집을 박살 냈다고. 괴뢰군 사이에 있는 어린이와 부인이 그렇게 됐다고, 그렇지만 슬퍼하지 않으니 당신도 용기를 가지라고 다독인다.

홀로 서기 위해 초가집으로 이사 간 그녀의 짐을 날려준 그가 막사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녀는 그러는 그를 돌려세운다. 빨간 마후라를 손에 들고서.

전에 그이 주려고 준비했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받아 달라. 그럴 리 있나. 바라던 바이니 탱큐다.

시간은 흘러 크리스마스 이브다. 술과 여자가 빠질 수 없다. 흥겹다. 춤을 춘다. 서로 허리를 잡고 빨간 마후라 노랫가락에 맞춰 빙빙 돈다. 눈이 내린다. 자정이다. 모두 성탄절을 축하하기에 바쁘다. 둘은 그날 결혼했다. 아무도 모르게.

전쟁은 계속 이어진다. 공군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미군이 36번이나 출격해도 끊지 못한 다리 때문에 고민이 여간 아니다. 당연히 내가 하겠다고 주인공이 나선다.

적기와 공중전이 볼 만하다. 전과를 올렸으나 그도 총을 맞는다. 가미카제 특공대처럼 비행기를 몰고 다리로 돌진한다. 여기서 그는 주인공의 여자와 결혼한 보라매가 아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그도 어려운 국면을 맞았으나 실제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비행기 고리를 이용해 적지에서 탈출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다.

그녀의 남자가 연속해서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리 부상은 곧 나을 것이다. 전쟁은 끝났다. 국군의 날인가, 공군의 시범 공중 쇼가 펼쳐진다.

브이 아이피 석의 맨 앞자리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낀 인물이 왼손에 담배를 물고 있다. 그 옆에 올린 머리의 여자가 다소곳하다.

국가: 한국

감독: 신상옥

출연: 신영균, 최은희

평점:

팁: ‘나 같은 놈은 이런 더러운 전쟁에서만 필요한 놈이다’라는 말은 본문에서 소개했다. 그 당시 주인공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은 파격적이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나왔는데 잘리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하다. 아직 정권은 그런 것을 눈치챌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제작됐다. 스케일이 대단하다. 흥행에도 성공했다. 해외로 수출까지 했다.

지상전이 아닌 공중전을 한 첫 한국영화라고 한다. 죽은 보라매의 유서 낭독과 죽은 줄 모르고 면회 온 노모의 신파는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라는 생각이다.

그 장면이 없었다면 다른 장면도 그와 엇비슷할 것이고 그러니 그런 아련함은 영화의 완성도를 따지기 전에 관객들의 눈시울을 짜주면 된다는 이해심으로 묻어가자.

술 한 잔 사주겠다고 그 술집에 나란히 앉아 있는 군인들의 모습이 그로테스크하다. 서 있는 여러 명의 술집 여자들이 인상적이다.

공중에서 보는 지상의 경치가 기가 막히다. 우리의 산하가 이렇게 멋진데 더는 부서져서는 안되겠다. 눈덮힌 산 능선을 하염없이 걷고 싶다.

올해는 한국 전쟁이 일어난 지 70주년이고 휴전이 된 지 67년이다. 참으로 긴 세월 동안 헤어졌고 반목했고 이용하고 이용당했다. 휴전이 아닌 영원한 종전과 평화협정 그리고 통일 같은 것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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