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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의 얼굴에 만족감이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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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의 얼굴에 만족감이 미끄러졌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07.13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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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사촌의 사랑방에 모였다. 그 방은 뱀 사냥 기간 뱀 부부의 임시 거쳐였다.

네 명이 앉자 꽉 찬 느낌이었다. 방이 폭은 좁고 긴 사각형이기도 했지만 뱀 부부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었다. 서 있을 때와 앉아 있을 때 부부는 몸의 균형이 완전히 달랐다.

키는 작지만 하체가 발달한 두 사람은 족히 네 사람이 차지할 공간을 확보했다. 넓은 어깨와 다부진 몸통 그리고 굵은 허벅지를 받쳐주는 엉덩이의 안정감은 사실 위안보다는 위압감이 앞섰다.

형광등 아래서 두 사람은 완전한 주인이었고 손님을 대접하는 자세는 확고부동했다.

사촌은 미진한 것을 털고 싶었는지 대병 소주를 들고 왔다. 뱀의 남자가 나가는 것을 만류 하면서 거기 있지? 한마디 하고는 문고를 밀었다.

잠시 후 그대로야, 하면서 사촌이 들어왔다. 술을 보자 뱀의 여자의 눈이 잠깐 빛났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인광처럼 순식간에 지나갔으나 여운은 그보다는 길었다.

슬쩍슬쩍 성일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뱀의 여자는 알았다.

훔쳐본다는 느낌은 없었으나 여자의 감각은 그런 것을 놓칠 리 없었다. 어떤 호기심이 자신으로 향하고 있는지도 뱀의 여자는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속 깊은 곳에서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용기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일종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를 뱀의 여자는 지켜주었다.

산속의 막걸리처럼 잔이 돌 때 안주는 오이와 고추를 찍어 먹기 위한 고추장이 전부였다. 성일은 첫 잔은 받았으나 두 번째부터는 사양했다.

아직 어리다는 핑계를 댔고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해서 뱀 부부는 물론 사촌도 빈잔을 채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권하지도 않았다.

방안에서 본 뱀 부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눈의 날카로움은 여전했으나 긴장이 풀려서인지 무섭다는 인상보다는 험한 일을 많이 한 사람들이 흔히 풍기는 세파에 찌든 모습이 더 강했다.

피부는 붉은빛이 돌았고 어린아이처럼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말랐어도 건강한 느낌이 드는 묘한 느낌이 뱀 부부를 감싸고 돌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자 성일은 늦었으니 이제는 일어나야겠다는 시늉을 했다. 뒤로 짚었던 두 손을 떼면서 눈은 뱀 부부를 쳐다봤는데 먼저 파하는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해도 되겠느냐, 는 의사 표시였다.

그러나 진짜로 일어나고 싶다기보다는 눈치가 보이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존재로 인해 부부가 불편을 느끼거나 내일 뱀 사냥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뱀 부부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성일이 있는 것이 되레 자신들의 즐거움이라도 되는 듯이 표정을 금새 바꾸더니 서로 술잔을 돌리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사촌도 지금은 일어서 때가 아니라는 듯이 좀 더 놀다 가라는 직접적인 말을 꺼냈다. 졸리는 했지만 집에 가야 자기밖에 더하겠느냐,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 성일은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반가운 마음에 그러죠, 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뱀 부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뱀 사냥꾼과 이렇게 마주 앉은 것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아직 듣지 못한 사냥꾼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 있다면 마저 듣고 싶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러나 섣불리 궁금한 것을 물어보지는 않았다.

상대가 이미 말하고자 마음먹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뱀의 남자는 그런 성일의 마음을 들어주고 싶었는지 말하기 전에 그냥 씩 웃었다. 옆에서 보니 앞에서 볼 때와는 달리 이빨 빠진 곳이 더 잘 보였다.

보이는 구강구조가 다르기도 했겠지만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최대한 입을 크게 벌렸기 때문이다. 손을 대지 않았으나 손을 대고 옆으로 입술을 잡아당긴 것처럼 옆으로 넓게 퍼졌으므로 입안까지 훤히 보였다.

잇몸의 선홍색 사이 사이로 검은색이 드러났는데 표가 날 정도였다. 뱀의 독이 입안의 색깔마저 바꾼 것이다. 그가 벌린 입을 다물지 않고 말하기 위해 옆으로 얼굴을 당기자 삼각형의 형상이 더욱 도드라졌다.

이것은 영락없는 뱀이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뱀과 뱀의 남자가 비슷한 구석이 확실히 있었다.

얼굴이 변하자 덩달아 작은 눈도 더욱 작아져 눈 섶 아래에 잠기는 듯싶었다. 홍수로 불어난 물처럼 눈썹에 가려 눈이 있던 자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눈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봐야 할 지경이었다.

그 상태에서는 표정의 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웠다. 웃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상태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굳이 그것을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 목소리나 분위기로 충분히 감지가 됐고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쏘는 듯한 서늘한 기운을 받는 것만도 벅찼다. 뱀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마치 커다란 뱀이 똬리를 틀고 앉았다가 공격을 취할 때와 같은 자세가 나왔다.

성일은 저도 모르게 뒤로 몸을 반쯤 뺐다. 무서워서라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 앞으로 숙였던 몸을 반동을 이용해 곤추세운 정도였으나 그런 행동을 뱀의 부부는 놓치지 않고 보았다.

뱀의 남자는 그런 성일을 눈여겨보면서 반쯤 남은 술병을 들어 올렸다. 병목 부분을 잡았던 손이 따르기 위해 아래로 내려왔을 때 병 속에 있던 뱀도 따라 움직였다.

이쪽을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들고 있는 뱀이 저쪽으로 몸을 돌렸다.

승천하는 이무기처럼 비틀린 뱀은 혀를 날름거렸다. 당장이라도 병 밖으로 나가 공격할 듯이 상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때 꽉 다문 입이 벌어지면서 그 사이로 끝이 갈라진 혀가 들어갔다가 나왔다.

성일은 또 한 번 멈칫했다. 죽어 자빠진 병 속의 뱀일 뿐인데 변하지 않은 온전한 형태에 순간 착각에 빠졌던 것이다. 뱀의 형태는 사라지지 않고 더욱 또렷했다.

작년 이맘때 담근 거야. 뱀의 남자가 벌린 입을 다물면서 한마디 했다. 색깔 좋지. 이 정도면 최상급이라는 듯이 만족한 표정이 삼각형 얼굴에 미끄러지듯이 지나갔다.

뱀의 여자가 한마디 거들었다. 학생도 이것 많이 먹으면 나야, 하고 말했다. 그 소리는 제대로 발음이 되어 나오지 못했다. 이빨 사이로 휘파람처럼 소리가 새어 나갔다.

나야 라니. 무슨 말이지. 그렇게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뱀의 남자가 잔을 비우고 나서는 왼손을 위로 구부려 근육을 과시했다. 나처럼 된다는 뜻이었다.

자신을 대신한 설명에 뱀의 여자가 살포시 웃었다. 웃을 때는 그녀도 제법 귀여운 데가 있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구미호와는 달랐다. 화장도 진하지 않고 표정을 억지로 짓지도 않았다.

그저 나오는 데로의 표정이었다. 뱀의 여자는 뱀의 남자와 같은 속도로 술잔을 비웠다. 성일은 잔을 내밀었다. 딱 한 잔만 더하고 싶었다.

친구들과는 취할 정도로 먹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번에는 뱀의 여자가 술병을 들었다. 대병이 기울어지기 위해 옆으로 눕자 뱀도 따라 누웠다.

뱀의 머리가 술과 함께 밖으로 나오려고 앞쪽으로 움직였다. 들어가. 뱀의 여자가 짧게 또 한마디 했다. 그리고 병을 바로 세웠다. 명령을 따르려는 듯이 뱀도 똑바로 서더니 정말로 안쪽으로 기어들어갔다. 마치 병 속이 굴속이라도 되는 것처럼.

성일은 술을 먹고 혀로 입술 주변을 표나지 않게 닦았다. 칫솔질 하듯이 좌우로 밀어 댔는데 혹시 묻어 있을 독을 안으로 삼키기 위해서였다.

그런 식으로 이빨도 여러 차례 닦았다. 독은 피부로 들어오면 독이지만 위장으로 넘어가면 약이 된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그런 말이 이치에도 합당하게 생각됐기 때문에 성일은 틈틈이 혀를 입안에 두지 않고 꺼내서 입술 주위를 부지런히 닦았다.

뱀 술 두어 잔으로 이가 빠질 리가 없었다. 뱀의 남자처럼 튼튼해지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러려니 하는 정도였으나 이빨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혹시 자고 일어나니 대문니 두 개가 빠지고 잇몸이 시커멓게 변색돼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뱀의 남자가 씩 웃었다. 마치 네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술병이 다 비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뱀의 남자에게서 들은 재미있는 일화 같은 것은 없었다.

그는 말조심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었고 깊은 속내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날 밤 성일은 잠을 자다가 아랫도리가 심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별이 어깨 위로 바짝 내려왔던 어린 시절 그 어느 날처럼 새벽에 잠을 깼다. 잠이 깨는 그 순간을 기억하자 성일의 상념도 끝이 났다.

그 땅꾼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할까 같은 또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성일은 신호에 파란 불이 들어오자 무슨 급한 볼일이 있는 사람처럼 서두르면서 빠르게 길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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