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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08-07 20:55 (금)
땅꾼의 뱀독은 하룻밤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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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꾼의 뱀독은 하룻밤새 사라졌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07.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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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지금 민구 앞에 있는 땅꾼은 까치 살모사에 물려 병원에 실려 갈 때도 직업에 대한 뒤늦은 후회로 땅을 치지 않았다. 정신이 아찔하고 물린 다리가 원래 다리보다 두 배나 굵어졌어도 이것은 자랑할만한 훈장이라고 여겼다.

전쟁터에서 크게 이겨서 받은, 적 앞에 내놓고 싶은 그것과 뱀독의 후유증이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훈장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가슴에 달아봤자 어둠에서는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는 병원에 누워서도 삽을 쥐고 땅을 파는 삽질을 그리워했다.

누워있던 그는 심심했던지 양손을 들고 손금이 있는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손톱 마디 하나가 사라진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눈에 거슬렸으나 그나마도 다행이었다. 아예 엄지 하나가 사라졌다고 해도 서운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인생을 있게 한 뱀의 처사에 분노하기보다는 이해하는 쪽을 택했다.

뱀도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물지 않으면 그게 어디 뱀이고 독이 없다면 그게 어디 독사인가. 반쯤 남은 링게르의 수액이 떨어지다 멈췄다. 그가 돌릴 수 있도록한 줄의 중간 부분에 달린 조정 나사를 잘린 엄지를 이용해 눌렀기 때문이다.

이까짓 약이 다 무슨 소용이람. 자신 때문에 죽어간 뱀을 생각하면 자신은 더 고통을 받아도 쌌다. 병원에 편하게 누워있는 것은뱀에 대한 바른 처사가 아니었다. 그는 기다리던 간호사가 오자 결심한 것을 말하기 위해 허리를 들었다.

괜찮다는 시늉으로 간호사가 말 대신 손짓을 했으나 땅꾼은 등을 바닥에 대지 않고 하려던 말을 했다. 바늘 좀 빼줘요. 의아한 듯 간호사가 땅꾼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나 곧 시선을 돌렸다. 마주하기 싫은 상대라기보다는 쏘는 듯한 눈빛이 불쾌감을 넘어 어떤 혐오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

간호사는 이번에는 말을 했으나 다 끝맺지는 않았다. 아직 남아 있으니 끝나면 제거해 주겠다는 뒷말을 땅꾼은 이해했다. 남아 있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간호사의 직업의식 때문이었다. 남은 것에 대한 값은 치르지요.

그 말이 얼마나 단호하고 간단명료했던지 간호사는 다른 말 하지 않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났다. 나갔던 간호사가 다시 돌아왔을 때 땅꾼은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

어이없어하는 표정도 아랑곳하지 않고 땅꾼은 주사기가 꽂힌 손을 앞으로 내밀었고 내밀지 않아도 그러려고 했다는 듯이 간호사는 그가 원하는 것을 즉시 들어 주고는 휑하니 나가버렸다. 병원에 와서 환자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한 것에 대한 화풀이였다.

병원 문을 나선 그는 부은 다리를 끌다시피 해서 10일 길을 걸었다. 걸을 때 둔중한 통증이 다리로부터 심장으로 타고 올라왔으나 갇혀 있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에 감사했다.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는 새삼 깨닫았다는 듯이 가다가 멈춰서서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지친 몸을 쉬기도 하면서 병원에서 잘 빠져나온 안도감을 확인하니 발걸음은 느려도 가뿐가뿐했다.

산길로 접어들자 이런 기분이 더욱 좋아져 되레 아픔조차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아픔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존재 이유를 더듬는 기회도 됐다. 그러나 집에 도착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부은 다리는 더 커졌고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병적으로 나타나는 까무라치 듯한 느낌을 받으며 깊은 잠에 빠져 다음날 같은 시간까지 깨지 않고 자던 잠을 계속 잤다. 꿈속에서 땅꾼은 삽을 들고 이리저리 산속을 헤매고 다녔다.

그때는 그물질이 아닌 삽질이 뱀을 잡는 대세였다. 꿈속에서도 그는 그런 자신이 마침 내린 신 때문에 무당처럼 신이 난 상태였다는 것을 알았다.

숨어있는 뱀들은 그의 삽질 몇 번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영락없이 자루에 들어가 잡히는 신세가 됐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게로 들어 올려 던져진 뱀은 망태기에 쑥 하고 들어갔다. 앞을 보고 던지는 농구 선수도 이처럼 잘할 수는 없었다.

덜렁하고 떨어지는 소리로 그는 제대로 들어갔는지 아니면 빗맞아 땅으로 갔는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또 한 마리 들어갔군. 확인차 그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땅꾼은 그런 던지는 솜씨 외에도 예민한 후각과 촉각을 자랑했다. 경력이 10년을 넘어가자 이제는 뱀과도 겨눌 만했다. 말하자면 뱀과의 싸움에서 승자가 되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뱀이 숨을 만한 장소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것이 그의 임무였고 그는 이 임무에서 뒤떨어지거나 낙오된 적이 없었다. 남들은 엉뚱한 곳에서 삽질을 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을 때 그는 한두 번의 땅 파기 만으로도 수십 마리의 독사를 망태기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땅속에 있는 뱀들은 따로 있지 않고 항상 같이 있었다. 서로 좋아서 일수로도 있고 그렇게 해야 생존에 유리할 수도 있었기 때문인데 그 정확인 이유는 뱀들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많이 뭉쳐 있을수록 좋다는 것만은 땅꾼은 확실히 알았다.

습기가 조금 있고 어두운 곳이 땅을 파야 할 장소였다. 초보 땅꾼들도 온 신경을 여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가 가지고 있는 감이라는 것, 한눈에 척 봤는데 저기다, 라는 것이 초보는 물론 웬만한 경력 땅꾼들과는 견줄 바가 아니었다.

사촌이 소개한 땅꾼은 그게 있었다. 그것이 보통 땅꾼과 일류 땅꾼의 차이였다. 이제 그는 묘지 주변을 돌면서 상석을 떠들지 않았다.

그것은 묘지에 누워 주인 행세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그도 처음에는 아무 묘지나 들어가서 마구 상석을 들쑤셨다. 상석은 곧 뱀이었다. 멀리서 가을 햇빛에 반사되는 검은 빛의 오석을 발견하면 떡본 듯이 달려갔다.

실패할 때도 있었지만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늘 찜찜했다. 저놈 잡아라, 하고 소리치면서 쫓아오는 묘지 주인의 아들에게 두어 번 당하고 나서는 좀 점잖게 영업하고 싶었다. 불경한 짓을 더 하는 대신 여기서 멈추자고 생각했다.

아니 그보다도 그런 짓은 초보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니 눈에 보이는 남이 떠들지 않는 상석이 곁에 있어도 그냥 지나쳤다. 자신 같은 베테랑이 손댈 것이 아니었다. 그 땅꾼에게는 나름대로 이런 원칙이 있었고 그 원칙을 지키면서 그는 땅꾼이 지켜야 할 10계명 같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했다.

남의 귀중한 것을 깨면서까지 뱀을 잡는 것은 살인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규율로 삼았다. 어떤 땅꾼은 미안해서인지 뱀을 잡아 주면 그 집의 액운까지 없애주니 되레 묘지 주인 아들이 표창장을 줘야 한다고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런 되잖은 자기변명은 땅꾼이 피해야 할 두 번째 계명이었다.

세 번째 계명은 깨진 상석의 원인이 자신이 사용한 긴 빠루를 이용해 안쪽에 집어넣고 있는 힘을 다해 들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고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잡혀도 상석 값에 대한 보상보다는 다른 사람이 먼저 한 것이고 자신의 짓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떠넘기기는 땅꾼이 지켜야 할 네 번째 계명이었다.

그는 초보 땅꾼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런 경지에 빨리 도달하도록 격려를 잊지 않았다. 그러면 그들은 감사의 말 대신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시선을 보내면서 다시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는데 이런 경우는 양반 축에 끼었다.

간혹 봐서 안면이 있는 땅꾼에게 이런 말을 하면 배가 불렀다고 야유했다. 거길 안 들면 어딜 드는데? 하고 신기한 것을 본 양 눈을 휘둥거렸다.

그날 하루 입원하라는 의사의 말을 뿌리치고 땅꾼이 병원을 박차고 나온 것은 앞서 말했다. 그 땅꾼이 산속 어두워 질 무렵 오두막에 도착한 후 잠에 떨어진 것도 유심히 읽은 독자들은 알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러기 전에 알리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지금 밝히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친절한 소설이라는 칭찬을 받고 싶은 나머지 그 과정을 여기에 잠깐 소개하면 이렇다.

베개에 머리를 묻기 전에 그는 부인에게 솥에 물을 가득 받아 놓으라고 이른 후에 불이 잘 붙는 마른 장작을 아궁이 속에 한가득 집어넣었다. 그리고 미지근하게 물이 데워지기를 기다려 자루 속의 뱀들을 한꺼번에 풀었다.

그리고 뚜껑을 닫았다. 아궁이의 불은 맹렬하게 타올랐고 잠시 후에 밥이 됐을 때 나는 두두두두 하는 소리가 무쇠솥 뚜껑 아래서 연신 들려왔다. 뱀들이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오래 가지 않았다. 땅꾼은 부뚜막에 쭈그리고 앉아 여덟 시간을 끓여 솥 가득한 물이 한 주전자 거리로 줄어 들었을 때 대병 술 하나를 꺼내 오라고 아내를 불렀다.

공손한 아내가 잔 두 개와 함께 술을 가져왔을 때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하늘의 붉은 빛이 어두운 빛을 밀어내고 오두막의 지붕에 사뿐히 가라앉았다.

두 사람은 사발 가득 술을 부어 놓고 단숨에 마시기 시작해 바닥이 날 때까지 술을 먹었다. 30분 만에 술병의 술이 비자 두 사람은 주전자에 있는 뱀 졸린 물을 입가심으로 술 먹듯이 들이부었는데 다 먹고 나서 두 사람은 서로의 입가에 묻은 비누 거품 같은 모양을 보고 함께 웃었다.

그리고 손을 잡고 닫힌 방문을 거칠게 차고 들어가서는 그대로 함께 고꾸라졌다. 고꾸라진 자리에는 마침 화사의 꽃무늬 같은 화려한 비단 금칠이 깔려 있었다. 그들은 뱀처럼 얽혀 소낙비 오듯이 땀을 흘린 후 고꾸라진 그 자리에서 곧바로 골아떨어졌다.

그러니 뱀에 물린 땅꾼이 잠을 자기 시작한 것은 병원에서 돌아온 직후가 아닌 한 참 후라는 사실이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부은 오른쪽 다리는 감쪽같이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가 있었다. 먼동이 터오를 때 땅꾼은 기지개를 켰고 그 기지개에 눈을 찔리면서 깜짝 놀란 아내도 남편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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