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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꾼이 같잖은지 허리의 힘만으로 등을 곤추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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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꾼이 같잖은지 허리의 힘만으로 등을 곤추 세웠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06.29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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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걸러 지붕의 삭은 짚을 걷어 내고 새로 짚을 씌울 때 간혹 커다란 구렁이가 나타났다. 그러면 어머니는 산신령이 왔다 가는 것이라며 잡거나 죽여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화를 당하거나 오던 복이 달아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말을 할 때 어머니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민구가 죽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다 그러지 않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구렁이를 죽이지 말라는 말을 할 때면 어머니는 꼭 지켜야 할 약속인 것처럼 다짐하듯이 말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민구는 뱀이 보이면 보이는 족족 죽였다.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는다고 죽였고 도망가면 쫓아가서 죽였는데 그런 사실을 어머니가 알고 있었다.

나쁜 것을 죽이는 것이 착한 소년이 주저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기나 파리처럼 죽여야 하는 존재로 여겼다. 다른 말은 다 들어도 뱀만큼은 어머니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이 종종 나왔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어느새 민구는 부모님의 말씀이라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자기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에 다다랐다. 그는 착한 소년이어서 다른 누구에게 칭찬받는 그런 아이이고 싶었다.

그런 행동을 할 때 어머니를 배신한다고는 여기지는 않았다. 어머니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학교에서 미신을 믿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배울 때 확신으로 굳어졌다. 어머니가 믿는 산신령이니 하는 것 역시 미신이라는 것을 민구가 알아챈 것이다.

어머니와 다른 어른들의 태도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그들은 뱀을 보면 죽이라고 했고 그렇게 하면 칭찬하고 그 반대라면 나쁜 아이는 아니라 할지라도 좋은 아이는 아니라고 수군댔다.

그래서 민구는 뱀을 죽였을 때는 죽였다고 말했고 그냥 가던 길을 가라고 나뒀을 때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간혹 뱀에 물려 죽었다는 소식이 이웃 마을에서 들려오기도 했고 병원에 실려 갔다는 말도 돌았다. 뱀은 착한 사람들을 죽이는 나쁜 동물이라는 확신이 이런 사실에서도 확인됐다. 뱀은 나쁜 동물이었다.

죽은 사람이나 병원에 실려 간 사람은 밭에서 일을 하다가 혹은 볼 일이 급해서 길을 벗어나 겨우 한 발자국 숲으로 들어갔다가 뱀에게 당했다. 선량한 사람을 공격하는 뱀은 무서운 존재였고 물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을 상상하면 긴장으로 닭살이 돋았다.

햇살이 따사로운 가을 어느 날, 구렁이 한 마리가 돌담을 타고 몸을 길게 늘어트리고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머리는 넘어가 보이지 않았으나 몸통은 아직 남아 있었고 꼬리는 바닥에서 막 떠 있는 상태였다. 얼추 보아도 2 미터 정도 넘는 녀석이었다.

몸통은 검은색이 아닌 황갈색이었는데 이것은 먹구렁이가 아닌 황구렁이를 의미했다. 마음 같아서는 녀석의 꼬리를 잡아서 땅에 내동댕이치고 아니면 머리 위로 빙빙 돌리다 멀리 날려 버리고 싶기도 했다.

사실 녀석도 민구처럼 가을 햇살을 즐기고 있었을 뿐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담을 넘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구렁이는 또 독사처럼 독이 있지도 않아서 혐오스럽지만 두려운 존재는 아니었다.

독사가 아니면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그러면 전부 거역하는 것은 아니어서 조금은 덜 미안했다. 일종의 적당한 타협인 셈이다. 꽃뱀도 마찬가지였다.

붉고 푸른색이 예쁜 화사도 독이 없어 그것을 보면 눈앞에서 얼짱 거리지 말고 빨리 도망갔으면 했다. 작대기를 들고 위협하는 것은 짓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똬리를 풀고 달아나라는 신호였다.

사촌의 집에 가자 평상에 앉아 있던 부부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으레 하는 그런 형식적인 눈짓을 보였다. 사촌이 미리 언질을 해서인지 그저 그런 표정이다. 서울서 학교다니는 동생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촌에서 서울로 다니는 것 자체가 큰 일 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모르지 않고 알았다는 듯이 부부는 머리를 한 번 끄덕였는데 그 동작은 동시에 일어났다. 턱으로 사촌이 저것을 보고 싶어하니 한번 보여주라고 두 사람을 보고 말했다.

사촌이 가르킨 저것은 뱀이었다. 남자는 저것이 있는 저쪽으로 가서 항아리를 열고 자루를 들고 나왔다. 자루를 보는 순간 여러 마리의 뱀들이 서로 얽혀 있었다. 약으로 먹거나 좀 더 세지기 위해 한두 마리 잡아 놓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뱀을 팔아 이득을 보는 땅꾼이었다.

말로는 수없이 들었지만 진짜 땅꾼을 마주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자루는 안을 볼 수 없는 제기동의 그런 자루가 아니라 고기를 잡는 촘촘한 그물로 만든 것이어서 내용물이 훤히 다 보였다. 화사도 있고 까치 살모사도 있고 물뱀도 있고 구렁이도 있었다. 보지 못한 뱀은 없었다.

그런 종류의 뱀을 민구는 알고 있었기 이것이 뭐냐고 물어보기 전에 종류와 크기에 따른 각각의 가격이 궁금했다. 땅꾼이 그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꺼낼 때 민구는 그의 오른손 엄지가 거의 없는 것을 보았다.

그것에 대해서는 짐작은 갔으나 나중에 물어보려고 뒤로 미뤘다. 엄지는 날카로운 것에 싹둑 잘려나가 표면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뭉뚝하게 주저앉은 모습이어서 기계적 사고는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까치 독사였다. 어떤 사람들은 칠점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곱 발자국을 걷기 전에 물리면 죽는 그런 무시무시한 뱀이었다. 그것의 머리를 땅꾼이 쥐고 있었기 때문에 삼각형의 모양은 형태 없이 어그러져 있었으나 통통한 몸과 짧은 꼬리는 여실히 드러났다.

뱀을 팔에 감은 채 그가 말했다. 물어보려던 것이었다. 그때 뱀이 용트림을 썼다. 꿈틀거리는 뱀은 잡힌 것이 분하다는 듯이 온몸을 비틀었다. 독을 날릴 수 없어 더 그런 움직임이었다. 민구는 땅꾼이 뱀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뱀이 그의 팔을 감고 있다고 생각했다. 놈은 팔을 더 강하게 조이기 위해 몸을 한 번 풀었다가 그 반동을 이용해 다시 감아 들이기 시작했다.

요놈한테 물렸어, 무려 세 번이나. 처음에는 병원에 실려갔고 두 번째는 이틀을 누웠고 세 번째는 손톱을 빼는 것으로 끝냈다고 말을 할 때 그의 앞니가 모두 없는 것이 드러났다. 칠점사에 세 번이나 물리고도 살아남았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듯 히죽, 히죽 웃었다.

실제로 세 번이나 물렸는지 확인할 수 없어 민구는 아쉬웠다. 물리는 현장에서 보았다면 그래서 첫 번째 물렸을 때 그가 갑자기 쓰러졌는지 아니면 결투를 하듯이 몇 발자국 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그랬는지 아니면 손을 움켜쥐고 펄쩍펄쩍 뛰어 올랐는지 모든 것이 신기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물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다. 네 번 물리면 면역이 생겨 따끔하고 말 정도일까, 아니면 아직 더 물려야 그것이 가능할지도 궁금했다. 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에게 스스로 물려 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뱀의 목을 쥐고 있었으나 어떤 공포심 같은 것이 땅군의 얼굴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입이 벌려진 뱀의 입 입구에 날카로운 이빨 두 개가 드러났다. 독니는 좌우 두 개였고 그 사이에서 노란 독이 조금 새 나와 땅꾼의 손등을 적셨다. 어디를 잡아야 독이 나온 다는 것을 알고 급소를 누른 것이다.

독을 뺏긴 독사는 더 악랄하게 온몸으로 대들었다. 감고 조이고 비틀었다. 그러나 독사는 독 안에 든 독사일 뿐이었다. 그가 한 번 더 히죽하고 웃었다.

아직 젊은 사람이 두 개의 대문니가 없는 것이 조금 우스웠다. 그런 것을 땅꾼은 그 자신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웃지 않을 수도 말하지도 않을 수도 없었다. 그때마다 윗입술이 입안으로 조금씩 밀려 들어갔다.

삼각형에 더 가까운 얼굴 형태로 변할 때 쯤 땅꾼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자루에 넣었다. 대문니 두 개가 없는것 역시 뱀과 관련된 것이리라. 그러나 남자는 호기심에 잔뜩 긴장한 민구의 궁금증을 이번에는 풀어주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말을 할 기회를 놓쳐 버렸거나 아니면 물어보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는지도 모른다. 민구는 왜 이빨이 없느냐는 말은 해서는 안 될 질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친해지면 물어봐도 될 것이다.

처음 만나는 나이 많은 사람에게 그런 질문은 예상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몰랐다. 사촌의 소개라고는 하지만 눈매가 사나운 전혀 낯선 그에게 그런 질문은 아직 시기상조였다.

뱀의 남자는 느렸지만 할 말은 다 하는 사람이었다.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묻기도 전에 이빨과 관련된 것만 빼고는 먼저 말해 민구는 그냥 듣고만 있었다.

자루 하나 팔면 쌀 한가마는 떨어진다고 말한 것은 자신보다도 큰 구렁이를 잡아 올렸을 때였다. 한나절 품으로 그만한 가격이면 괜찮다는 것이었다. 구렁이는 자신을 놓고 이런 저런 흥정하는 듯한 말을 하는 땅꾼이 같잖은지 허리의 힘만으로 등을 곤추 세웠다.

꼬리 끝은 여전히 땅에 걸쳐 있었고 땅꾼은 길이를 어림짐작으로라도 재보라는 듯이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제서야 꼬리가 땅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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