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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영광의 길(1957)- 패배의 책임은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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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영광의 길(1957)- 패배의 책임은 누구에게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4.19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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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무자비한 것이기에 어떤 감정도 용납돼선 안 된다. 냉혹하고 모질어서 이성이나 감성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래야 하고 그것은 그르기 보다는 옳다고 여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나쁜 평화라 할지라도 전쟁보다는 좋다는데 의견을 모은다. 그러나 인간세상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러기 위한 준비가 곳곳에서 준비되고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 인간의 어리석음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다. 그런 배경에는 전쟁을 원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쟁을 통해 잃는 것보다는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

생명보다는 죽음을, 가난보다는 부를 또는 진급을 통해 자신의 위상을 한 층 더 높일 수 있기를 고대한다. 그들이 기꺼이 전쟁을 갈구하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쟁을 결정하고 그러도록 압력을 넣는 세력은 전쟁으로부터 매우 안전한 곳에서 전쟁이 가져올 이득을 계산하기에 바쁘다.

장군은 전투에서 죽을 일이 거의 없다. 그들은 후방에서 돌격명령만 내리면 된다. 포격으로부터 안전한 벙커에서 반짝이는 별을 달고 점령할 고지의 좌표만 찍으면 된다.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파티를 열면서 다음 진급 심사에서 하나의 별을 더 달 수 있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들이 별을 달 때 수많은 이름 없는 병사들은 지옥의 강을 건넌다. 다치고 정신병자가 되고 죽는다.

그러나 이들은 기억되기 보다는 쉽게 잊는다. 대신 장군은 영웅으로 받들며 온갖 호사를 누린다. 한마디로 전쟁은 그들을 위한 놀이터 이며 보수 높은 직장이다.

이런 표현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광의 길> 을 보라고, 이 영화를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드는지 안 드는지 판단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 장군(왼쪽)은 대령에서 개미고지 점령을 명령한다. 그러나 대령은 병사의 절반이상이 죽을 것이라며 무모한 작전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명령은 실행되고 예상대로 전투는 처참한 패배로 끝난다. 누군가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장교아닌 병사 셋이 희생양으로 처형된다.
▲ 장군(왼쪽)은 대령에서 개미고지 점령을 명령한다. 그러나 대령은 병사의 절반이상이 죽을 것이라며 무모한 작전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명령은 실행되고 예상대로 전투는 처참한 패배로 끝난다. 누군가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장교아닌 병사 셋이 희생양으로 처형된다.

두 명의 장군이 여기 있다. 둘은 친구관계이며 이번 작전이 끝나면 하나의 별을 더 달 수 있다는 기분에 들떠 있다. 서로 밀어 주겠다고 굳은 언약을 한다.

1916년 프랑스 군. 독일군이 점령한 개미고지에 대한 일대 공격이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공격을 위한 준비는 미흡하고 상황은 악화 일로다. 사단은 조각났고 뚫고 나가는 것은 부대의 능력 밖이다.

남아 있는 인원은 공격은커녕 방어도 버겁다. 도저히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현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대령( 커크 더글러스)은 무모한 작전으로 희생될 수많은 부하들이 걱정이다.

병사들이 죽는 것은 전쟁에서 피할 수 없지만 이번 작전은 성공 가능성도 없을뿐더러 아군 측 희생은 상상이상이다.

그는 처음에는 단호히 거절한다. 부하 목숨 하나가 프랑스의 영예나 국기보다 중요하다. 애국심이란 건달들의 마지막 도피처라는 사무엘 존슨의 애국심을 꺼내들면서 반발한다.

그러나 장군은 지휘관의 용기 부족 등으로 몰아치고 결국 대령을 끌어 들이는데 성공한다. 마침내 결행을 위한 이틀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참호를 돌며 격려하는 장군은 얼빠진 병사의 따귀를 갈기며 전투 노이로제에 걸린 이런 병사는 필요 없다며 매몰찬 반응을 보인다. 포탄은 여기저기 굉음과 함께 죽음의 축포를 쏘아 올린다.

참호안의 병사들은 생을 생각할 시간도 없이 돌격명령을 받는다. 예상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적은 완고했고 참호 밖을 나서는 순간 기관총 세례로 거꾸러지기 일쑤다.

안전한 후방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장군은 애가 탄다. 고지를 점령해 승전보를 올려야 별을 더 달 수 있는데 상황은 불리한 쪽으로 진행된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병사들에게 장군은 오직 전진, 전진만을 외친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장군은 적진에 대한 포격대신 아군 참호에 포격을 지시한다.

공격 좌표를 받은 포병 대위는 그곳이 아군 기지임을 알고 장군의 서면 지시가 없이는 명령을 받을 수 없다고 거부한다.

대령의 대대는 많은 희생자를 내고 참패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과연 누가 개미고지 점령 실패의 책임을 질 것인가.

장군들은 모여 회의를 한다. 그리고 중대마다 한 명 씩 뽑아 사형집행을 결정한다.

본보기로 삼아 군기를 살려야 한다. 적과 맞설 용기부족이라는 이유로. 장교는 빠지고 세 명의 병사가 죽을 운명이다.

그들은 제비뽑기로( 누군가 희생이 필요할 때 프랑스 군은 제비뽑기를 종종했다고 한다), 겁쟁이 중대장 중위의 비위를 알고 그로 인해 미움을 샀다는 이유로, 사회 부적응자라는 이유로 사형수가 됐다.

적의 총에 맞아 죽는 것도 억울한데 아군의 총에 죽는 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군법회의는 열리고 이들은 형식적인 절차를 걸쳐 총살형을 언도 받는다. 증인이나 속기록도 없이.

정작 책임을 져야할 장군은 병사를 희생양으로 삼고 자신은 빠져 나간다. 누구도 그들의 결정을 방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여기 한 사람, 대대장 대령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군법회의를 열고 병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장군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섰다.

장군의 편에서 편한 길을 가지 않고 아무런 이득도 명예도 없는 하찮은 병사들의 쪽에 서서 그들을 옹호하고 그들이 사형대에 매달리기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에게 그 길은 예수의 면류관처럼 달콤하지 않고 아프다.

그에게 왜 그런 길을 가느냐고 묻고 싶다. 가만히 있으면 별을 달고 지위가 높아지고 더 많은 영광을 얻을 수 있는데 왜 그런 무모한 짓을 벌이는지 따지고 싶다.

파리 목숨 같은 병사, 그것도 겨우 세 명이 죽는데 대령씩이나 달고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작태인가, 꾸짖고 싶다.

과연 그가 가는 길은 영광의 길인가, 부패하고 타락한 길인가.

우리는 평화 시에 이런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하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국가: 미국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커크 더글러스, 아돌프 멩주, 조지 멕레디

평점:

: 세 명의 병사는 적의 총이 아닌 아군의 총을 맞고 죽는다. ( 제 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 군에서 일어난 실제 일이라고 한다) 대령은 장군을 이기지 못했고 군법회의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법정에서 대령과 검사가 펼치는 서로 다른 주장은 살벌하다. 그러나 여기는 계급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전쟁터.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군대에서 이성이니 감성이니 하는 것은 사치다. 장군의 지휘를 받는 군법회의는 대령의 변호를 가볍게 무시한다.

병사들이 죽기 위해 잠시 감방에 갇혀 있을 때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애처롭다. 그들은 말한다. 내일 아침이면 여기 있는 바퀴벌레는 살아남고 우리는 죽는다.

이때 신의 은총을 딸랑이며 신부가 등장한다. 신의 대리인인 그는 우리는 주님의 뜻에 의심을 갖지 않는다거나 형제여~를 외친다.

그리고 하느님의 섭리를 설교한다. 누구나 죽는 죽음을 받으라고 그래야 편하다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 순간, 위안을 주지 못하는 하느님이 인간에게 과연 필요한 존재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부상당한 병사는 어린애가 아닌 남자답게 죽기 위해 나무판자로 몸을 묶고 처형대에 올라섰다. 총성이 울리고 그들이 고꾸라졌다.

한편 잡혀온 독일군 젊은 여자( 수전 크리스찬, 후에 큐브릭 감독의 부인이 됐다)는 겁에 질려 프랑스 군 앞에서 서툰 노래를 부른다. 병사들은 애절한 그 노래 소리에 처음에는 조롱이나 환호했으나 이내 고요함으로 응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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