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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는 팽나무 아래에 막걸리 통을 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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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는 팽나무 아래에 막걸리 통을 내려 놓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2.25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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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금주령이 내려진 시기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겠다. 분명히 내가 기억하는 것은 목수로 알려진 마을 사람이 막걸리 통을 들고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그는 팽나무 아래에 막걸리 통을 내려놓고 묶여 있는 돼지를 내려다보았다. 한 백 근은 넘겠는데. 그는 해체 전문가가 말했던 것과 같은 말을 했다.

도끼를 들고 있던 옆 사람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런 말을 할 때 사람들의 표정은 무거운 것을 억지로 들고 있는 듯이 얼굴에 힘줄이 여러 개 박혔다. 백 근이 어느 정도 무게인지 나는 가름하지 못했으나 매우 무겁다는 것을 알았다.

무거운 것은 큰 것이고 돼지는 내가 보기에도 무척 컸다. 네다리가 묶여 있는 돼지를 나는 동정하지 않았다. 불쌍하다는 감정은 들지 않았고 곧 죽어서 음식이 되리라는 것만 상상할 수 있었다.

모여 선 어른들은 뒤로 물러났다. 도끼를 든 남자가 비켜서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도끼 뒷날이 돼지의 머리를 박살냈다. 그렇지 않아도 두 눈을 크게 뜨고 두려움에 떨고 있던 돼지는 자신의 머리통으로 도끼날이 날라오자 엄청난 소리를 질러 댔다.

소리만 지를 뿐 피하려는 기색도 없이 돼지는 그것을 그대로 받았다.

박살냈다는 표현은 잘 못 된 것이었다. 돼지머리는 박살 나지 않았다. 도끼는 빗맞았고 돼지는 바로 죽지 않았다. 골이 부서지지 않은 것이다.

돼지는 그야말로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렀다. 동네는 물론 고개를 넘어가면 있는 이웃 마을까지 그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천지개벽이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은 아니었을까.

나는 돼지 목소리에 기가 질려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눈은 다른 데를 보지 않고 돼지에 고정했다. 땅에서 두 발을 하늘로 든 돼지는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연속해서 울어 댔다.

고개를 기웃하던 남자가 두 번째로 도끼날을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빗맞았는지 돼지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옆에 있던 아저씨가 도끼를 받아 들었다.

자신이 전에 한 번에 죽인 경험이 있다면서 세게 내리쳤는데 이번에도 돼지는 죽지 않았다. 머리 대신 눈에 도끼날이 떨어졌다. 처참한 광경이었으나 누구 하나 돼지를 동정하지 않았다.

해체 전문가가 식칼을 들고 나섰다. 그는 이 정도면 됐다는 듯이 준비한 커다란 함지박을 돼지 밑에 밀어 넣으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돼지머리를 들고 한 사람이 그것을 받쳐 들자 그는 칼을 돼지 목 쪽으로 가져갔다.

나는 그 장면도 지켜봤다. 여기서 돼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두고 싶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잔인한 짓이었기 때문에 심장이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 지켜봤다는 것만 말하고 싶다. 하나도 빠지지 않고.

숨통이 끊어진 돼지 목에서 엄청난 양의 선혈이 함지박으로 쏟아질 때 나는 뛰어서 산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나는 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았다. 넘어 질뻔하기는 했다.

그래서 몸을 바로 잡았을 때는 식은땀이 조금 나기도 했다. 나는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돼지 잡는 작업이 어느 정도까지 진척됐는지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목 땄어요.

그들은 빨리 일을 마치고 술과 함께 돼지고기 안주를 먹고 싶어 했다. 모두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모른다. 아버지는 아니었을지. 그때 아버지의 표정이 어떠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없다.

곡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슬픈 얼굴이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끝났다. 술 취한 사람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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