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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프랑켄슈타인(1931)- 괴물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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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프랑켄슈타인(1931)- 괴물의 항변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2.22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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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해서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없다. 풀도 물도 하늘도 강아지도 그렇다. 우연히 왔다가 우연히 간다. 그런가 하면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서, 괴물은 창조되기 위해서 세상에 나온다.

괴물의 창조자는 인간이다. 인간은 그를 통해 무언가 이득을 얻기를 바란다. 신의 모독이나 우주 법칙은 무시된다. 사랑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니 괴물이 잘못됐다고 해서 책임질 일이 아니다. 없애면 그뿐이다.

제임스 웨일 감독은 메리 셜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최초의 공포 영화로 불린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었다. ( 그러나 영화와 원작은 내용이 많이 다르다. 원작이 철학적 사유가 물씬 묻어난다면 영화는 말 그대로 공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

이 영화는 친절하게 시작한다. ( 그러나 끝은 지옥이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신사가 열린 커튼 사이로 나와 삶과 죽음, 전율, 충격의 긴장감을 느껴도 상관없는 사람만 영화를 보라고 말한다. 그것이 제작자의 생각이라며. ( 그런데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은 이미 영화관에 들어와 있다. 그러니 이 멘트는 관객에게 공포를 느낄 준비를 하라는 팁과 같은 것이다.)

십자가와 종소리, 삽과 곡괭이, 신부와 검은 상복 차림은 죽음의 장소에 어울린다. 누군가가 죽고 매장을 끝낸 사람들이 자리를 뜬다. 그 자리는 숨어서 지켜본 두 사람의 차지다.

프랑캔슈타인 박사( 보리스 칼로프)와(여기서 프랑캔슈타인은 괴물이 아닌 박사 이름이다. 괴물은 이름이 없다. 후에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을 괴물과 동일시 하고 있다.) 프리츠 조수(드와이트 프라이)다.

그들은 시체가 필요하다. 죽은 자에서 산자를 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는 그렇게 시작된다. 관 속의 시체는 그러나 목이 부러져 있고 뇌는 무용지물이다. 다른 뇌가 필요하다.

의과대학 시체실이 제격이다. 그들은 병 속에 담긴 착한 뇌 대신 범죄자의 뇌에 주목한다. 표본실에서 훔친 뇌는 전두엽의 주름이 현저히 적다. 전형적인 범죄가 뇌다. (영화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임.)

그 무렵 약혼녀는 박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당신보다 일이 우선이라고. (이런 무심한 사람 같으니라고.) 아무도 내 비밀을 엿볼 수 없다고. 주체할 수 없는 엄청난 발견을 할 것 같다고. 그러면서 자신이 조수와 함께 빈 망루( 풍차)에 사는 사실도 밝힌다.

갑자기 번개와 천둥이 요란하다. 긴 쇠줄이 내려와 있는 실험실은 온통 기계 장치로 복잡하다. 다시 번개와 천둥. 박사는 소리친다. 드디어 때가 됐다. 피도 안 나고 썩지도 않는다.

천에 씌운 희미한 물체. 박사는 또다시 외친다. 내가 훔친 뇌, 직접 만든 시체에서 부활하는 죽은 이의 뇌. 섬광과 같은 불빛과 귀청을 때리는 소리, 그 소리보다 더 큰 문 두드리는 소리.

▲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창조자로부터 죽음을 당하는 괴물은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아닌 괴물이므로 태어나자마자 죽어야 하는 운명이다. 그러니 너무 억울해 하지 말기를. 당시 분장술이 대단하다. 괴물의 모습은 이런 것이다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창조자로부터 죽음을 당하는 괴물은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아닌 괴물이므로 태어나자마자 죽어야 하는 운명이다. 그러니 너무 억울해 하지 말기를. 당시 분장술이 대단하다. 괴물의 모습은 이런 것이다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모른 체하나 결국 문을 열고 만다. 비바람 속에서 약혼녀와 친구, 자신을 가르친 교수가 불안한 듯 서 있다. 각별히 조심하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는 천으로 둘러싸인 기괴한 물체에 접근한다.

시체에 광선을 비춰 죽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의 결과물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기겁한다. 멈췄던 손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 박사는 신의 이름으로 신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창조자의 기분을 만끽한다.

한편 박사의 아버지 남작은 멀쩡한 아들이 미친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결혼식 준비가 다 된 것을 알리러 온 시장에게 대신 화풀이 한다.( 남작이 시장을 종 다루듯이 한다. 위세가 대단하다. 풀죽은 시장이지만 나중에 괴물을 잡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다룰 때는 위엄이 서려있다.)

분을 못 이긴 아버지는 다른 여자가 있다면 그년을 끌어내겠다며 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그즈음 박사는 위험하다고 아무도 도전하지 않으면 지금의 인류는 없다며 깜깜한 밤에서 어떻게 동이 트는지 알아야 한다고 스승인 교수와 언쟁을 벌인다. 그러면 교수는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너를 좀 먹고 있다고 나무란다.

그러나 박사는 스승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의 연구에 확신이 있다. 지금까지 괴물(보리스 칼로프)은 완벽한 어둠에 갇혀 있었다. 빛에 익숙해질 때까지만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 박사의 생각이다.

화면은 움직이는 괴물의 뒷모습을 서서히 비춘다. 아직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발자국 소리는 점점 다가온다. 괴물이 뒤돌아본다. 무표정한 얼굴. 납으로 만든 것처럼 창백한 얼굴에 두툼하게 튀어나온 눈썹. 이마는 머리 쪽에서부터 아래로 길게 갈라졌다.

여전히 걸음은 느리다. 행동도 굼뜨다. 마치 초기 로봇처럼 어리벙벙하거나 뻣뻣하다. 목과 손목의 긴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검은 옷과 포마드 바른 머리는 살아 있는 시체처럼 음산하다. (분장 기술이 대단하다.)

그가 무언가 말하기 위해 손을 펼치려고 한다. 그 순간 조수가 횃불을 들고 마치 산짐승을 쫓는 시늉을 한다. 괴물은 놀라면서 대항할 준비를 한다. 옆에 있던 박사와 교수는 괴물의 뒤통수를 갈기고 쓰러트린다.

괴물의 비명이 심장을 파고든다. 쓰러진 괴물은 묶인 호랑이처럼 처절하게 울부 짓는다. 보통 사람의 10배 힘을 가졌어도 묶여 있는 그는 채찍에 속수무책 당한다. 괴물은 갇힌다.

프리츠가 괴물을 싫어한 이유는 잘 나와 있지 않다. 박사의 말에 따르면 그는 항상 괴물을 학대했다. 그 자신이 불구의 몸인데도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괴물을 동정하지 못했다. (나쁜 프리츠, 다음 생에서는 그러지 말기를.)이제 괴물은 힘을 쓰지 못하는 피하주사를 맞고 해부당하는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용케도 위기를 극복하고 어정거리며 건물 밖으로 탈출한다. 초기보다는 제법 걷는 게 익숙하다. 괴물은 숲속으로 들어간다.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남작의 아들 프랑켄슈타인과 엘리자베스(매 클라크) 의 결혼식 준비가 시끌벅적하다. ( 마을을 돌며 춤추고 노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 후에 나온 결혼식 장면들은 모두 이 작품에 빚을 졌다고 봐야 한다.)

마을이 들떠 있을 때 숲속의 괴물은 막 아버지와 잠깐 헤어진 소녀와 마주친다. 처음에 소녀는 괴물을 보고 놀라지만 곧 천연스러운 표정으로 자기를 소개하고 꽃을 내민다. 괴물 역시 당황하다가 짧은 미소를 보내고 둘은 꽃을 강물에 던지면서 논다.

손에 든 꽃이 떨어지자 괴물은 소녀를 번쩍 들어 꽃처럼 강물에 던진다. 소녀는 떠오르지 않는다. 남작이 선심을 쓴 맥주에 취한 군중들은 여전히 신바람이다. 그때 소녀를 안은 아버지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거리에 나타난다. 이것은 살인이다.

축제장은 금세 괴물을 잡으러 가는 사람들로 가득 차고 박사와 괴물은 그가 태어난 풍차 앞에서 일대 결전을 벌인다.

국가: 미국

감독: 제임스 웨일

출연: 보리스 칼로프, 콜린 클라이브, 매 클라크, 드와이트 프라이

평점:

: 괴물의 최후는 비참하다. 인간이 보면 멋진 결말이지만 괴물은 너무 억울하다. 원하지 않고 태어났는데 원하지 않은 죽음을 맞았다.

그를 창조한 박사는 괴물을 보호하기는커녕 없애기 위해 혈안이다. 영화 초기가 박사 위주로 돌아갔다면 후반부는 단연 괴물의 활약상이 눈에 띈다. 겨우 26만 달러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무려 12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최초의 공포 영화로 손색이 없다.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 박사가 괴물과 대결하는 장면 정도가 비슷하다고나 할까. 책 속의 괴물은 살인을 일삼고 말을 하고 읽으며 사람처럼 감정이 있다.

그와 달리 영화의 괴물은 그런 것을 하지 못한다. 절반만 성공한 괴물이라고나 할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괴물이 주는 공포는 화면을 지배했다. 특히 괴물이 탄생하고 활약하고 죽을 때 나타나는 폭풍우와 괴성과 온갖 기괴한 소리는 소름이 돋기에 충분하다.

묶여 있던 사냥개가 튀어 나가면서 짖는 소리 역시 몸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괴물이 죽을 때 신랑 아버지가 포도주잔을 들며 건배를 하는 장면은 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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