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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괴물(2002)- 괴물 감독의 괴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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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괴물(2002)- 괴물 감독의 괴물이야기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2.10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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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 부대는 평택으로 이전했다. 그곳은 이제 국가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그 이전에 우연히 미군들이 생활하는 용산 기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부대안은 부대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시설들은 붙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었다. 여유가 있고 전쟁과는 거리가 먼 평화스러운 공간이었다.

오래된 건물들은 고풍스러웠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잘 정돈된 운동장은 이국적인 자태를 뽐냈다. 상상 속의 동물 이름을 딴 호텔은 언뜻 생경했으나 이내 적응이 됐다.

움직이는 미군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순간 서울 한복판의 군부대와 미군의 존재가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루빨리 공원으로 단장 되기를)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보고 나서 용산 미군 부대가 떠오른 것은 미군이 포르말린을 한강으로 대량 방류하라고 한국인에게 지시하는 첫 장면 때문이었다.

독극물을 안전장치 없이 내다 버리라는 말에 한국인은 의아했으나 곧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죽고 살기 때문인데 상관은 미군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독극물이 방류된 한강. 잠실 수중보 부근에서 남자들이 허리까지 물이 들어찬 곳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다. 그러다가 허리가 굽은 이상한 물고기를 발견하다.

그즈음 한강 둔치의 매점은 평화롭다.

강두(송강호)는 낮잠에 빠져 있고 아버지 희봉(박희봉)은 그런 아들의 태평한 모습에 사랑스러운 혀를 찬다. 둔치에 모여든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평화의 지속은 두려움을 주기 마련이다. 그 행복 오래가지 않는다.

검은 물체가 들썩인다. 그것은 가만히 있지 않고 서서히 움직이더니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사람들에게 달려든다.

▲ 한강 둔치에서 놀던 시민들이 괴물에 쫓기고 있다. 이 괴물은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한강을 지날 때면 난간 아래에서 강물로 스무스하게 떨어지는 괴물의 모습이 연상된다. 사족: 한강은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게 흘러야 한다.
▲ 한강 둔치에서 놀던 시민들이 괴물에 쫓기고 있다. 이 괴물은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한강을 지날 때면 난간 아래에서 강물로 스무스하게 떨어지는 괴물의 모습이 연상된다. 사족: 한강은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게 흘러야 한다.

강두의 딸 현서(고아성)가 괴물에게 납치된다. 리디미컬한 꼬리로 가볍게 감싸고 입 근처로 사뿐히 들어 올리는 광경을 본 강두의 심정은 찢어지기보다는 어리벙벙하다. 정신이 든 후에야 도망치다 잡은 손을 놓쳤다는 죄책감이 짓누른다.

한강은 폐쇄됐다. 괴물을 잡기 위한 당국은 군경을 동원한다. 그리고 한강 정화를 위해 소독약을 대규모로 살포한다. 야단법석이 따로 없다. 강두 식구들은 졸지에 일터를 잃고 쫓겨난다.

죽은자들의 가족은 넓은 공간에서 합동 장례식을 열고 오열한다. 그곳에 강두의 가족도 있다. 그런 참혹한 광경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장례식장은 온통 울음바다다.

그런데, 어느 날 강두에게 핸드폰이 울린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현서의 목소리. 낙심한 강두 가족은 아연 활기를 띈다. 그때부터 혼연일체로 현서 찾기에 나선다.

강두와 할아버지 희봉은 물론 삼촌 남일(박해일)과 고모 남주( 배두나)의 사투가 시작된다. 그러나 한강은 폐쇄됐고 전염을 우려한 당국은 괴물과 접촉한 강두 가족을 병원에 감금한다. 격리된 강두는 꼼짝못하는 신세가 되고 현서가 살아 있다는 호소는 먹혀들지 않는다.

강두는 병원 탈출을 꿈꾼다. 아무도 현서의 생존 사실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수색에 나서야 할 당국은 허둥댈 뿐 뾰족한 대책 없이 시간은 흐른다. 현서가 살아 있다고 해도 굶주림이나 혹은 부상 악화로 사망할지 모르는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의사들은 괴물 접촉으로 전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에서 급파된 의사도 그런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강두를 잡아두고 이마를 뚫는 수술을 강행한다. ( 이 장면에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멕머피 역의 잭 니콜슨이 반항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서 전두엽이 잘리는 강제 수술을 받았던 바로 그 장면. 수술 후 멕머피는 죽었지만 강두는 살아남았다는 점이 다르다고나 할까.)

영화는 강두 가족이 현서를 살리려는 한 축과 괴물을 잡으려는 당국 그리고 아랑곳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괴물의 흉포함으로 좁혀 가고 있다. 극도의 긴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삼각관계로 관객들은 식은땀을 연신 흘린다.

괴물의 최후는 아주 멋지다. 괴물의 입장에서는 비참한 종말이지만 강두 가족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군인, 경찰, 당국이 아닌 바로 강두 가족이 해냈다. 삼촌 해일은 화염병을 들고 과감하게 괴물과 맞서는데 마치 80년대 시위장면처럼 드라마틱한 모습이다.

마지막 장면은 양궁선수 남주 몫이다. 던진 화염병이 뒤로 떨어져( 웃었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남주가 활 시위를 당긴다. ( 이 장면은 괴물이 난간을 타고 곡예를 보여주는 것과 견줄만하다. 괴물의 현란한 움직임과 한국 전통 무기 활의 대결은 아름답다.)

괴물이 죽을 때는 괴물이 혼자가 아니고 하나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의 형제자매 혹은 괴물의 남편이나 아내가 살아남아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봉준호 감독이 시간이 있다면 <괴물 2>를 만들어 줬으면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상상만으로 행복하지 않은가.

국가: 한국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

평점:

: 괴물의 출현은 서두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포르말린 독극물에 의한 돌연변이로 짐작된다. 인간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가 괴물을 낳았고 그 괴물에게 인간이 당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섭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리석은 인간은 과거로부터 배우는데 인색하다. 지금 순간도 어디에선가 또 다른 괴물이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 세대가 아닌 후대에게 더 절실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괴물>은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인정받았다. <살인의 추억>으로 진가를 인정받은 봉준호 감독의 명성은 더욱 굳어졌다.

이 작품은 하도 유명해서 뭐라고 한마디 하는 것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다. 맷돌을 돌릴 수 있는 자루가 빠져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굳이 수저 하나를 더 얹은 것은 한 번 더 영화를 보기 위한 핑곗거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괴물>의 감독 ‘괴물’ 봉준호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각본상( 아시아권에서는 처음)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이 상은 이안 감독이 <와호장룡>으로 아시아권에서는 첫 수상했다. )에 이어 감독상(이안 감독이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번 받음.), 작품상( 아시아권 처음.) 등 4관왕에 올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92년 아카데미 역사의 대이변이 연출됐다. 축하, 축하,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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