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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접속 (1997)- 도연과 석규의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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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접속 (1997)- 도연과 석규의 러브스토리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2.02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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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이 전화를 걸고 있다. 등을 보이고 멍때리고( 혹은 고심하고 )있는 남자가 석규다.
▲도연이 전화를 걸고 있다. 등을 보이고 멍때리고( 혹은 고심하고 )있는 남자가 석규다.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간다. 바람처럼 순식간이다. 그들은 모른다. 누가 누구인지. 그러나 관객들은 안다. 그래서 애가 탄다. 언제 그들이 아는 체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왕가위 감독이 1994년에 내놓은 <중경삼림>에는 두 남녀 주인공이 마주치는 장면이 나온다. 나중에 둘은 만나지만 그 순간 만났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마약중개업자 임청하와 사복경찰 금성무는 서로 알기 전에 거리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다.

장윤현 감독의 <접속>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온다. 동현(한석규)과 수현(전도연)이 몇 차례 스쳐 지나간다. 비 오는 날, 영화관 앞이라면 더 그럴싸하다. 가방을 머리에 이고 달리는 남자를 여자가 흉내낸다. 관객들은 그들이 앞으로 사랑하게 될 그들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임청하와 금성무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가 하면 이런 경우도 있다. 처음 만나고 인연이다, 이것은 ‘내 사랑이다’라고 확정하는 경우다. 운명이라고나 할까.

시간이 갈수록 그런 감정은 더 심해진다. 그래서 결혼을 앞두고도 서로를 못 잊어 첫 인연을 찾는다. 그리고 마침내 재회. 이런 유의 영화는 많으나 킬링타임 용으로 하나를 소개하면 2002년에 나온 피터 첼솜 감독의 <세런디피티>를 들 수 있다.

둘이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 관객들은 찢어지기보다는 접속하기를 자연스럽게 원하게 된다.

뜬금없이 스쳐 지나는 장면과 만날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만난다는 운명을 꺼낸 것은 <접속>이 둘을 모두 담아냈기 때문이다.

홈쇼핑 호스트 수현은 희진(강민영)의 애인 기철(김태우)을 사모한다. 기철은 일견 두 사람 사이에서 양다리를 타는 듯 보인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희진을 택한다. 희진은 그러나 기철의 청혼을 거부한다.

▲ 석규는 도연을 왜 오래도록 기다리게 했을까. 가게 밖의 의자가 모두 치워지고 나서야 왜, 석규는 도연에게 다가갔을까. 도연과 석규의 사랑이야기는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어떤 운명과도 연관이 있을 듯 싶다. 둘이 만났으니 석규는 시드니행을 포기했을까. 포기하고 둘이 결혼하고 살았다면 지금도 잘 살고 있을까. 이런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해보는 것은 영화의 여운을 좀더 즐기기 위함이다.
▲ 석규는 도연을 왜 오래도록 기다리게 했을까. 가게 밖의 의자가 모두 치워지고 나서야 왜, 석규는 도연에게 다가갔을까. 도연과 석규의 사랑이야기는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어떤 운명과도 연관이 있을 듯 싶다. 둘이 만났으니 석규는 시드니행을 포기했을까. 포기하고 둘이 결혼하고 살았다면 지금도 잘 살고 있을까. 이런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해보는 것은 영화의 여운을 좀더 즐기기 위함이다.

그즈음 수현은 라디오 음악 담당 피디와 피씨 통신을 주고 받는다. 피디는 옛 애인이 보내 준 오래된 음반을 틀고 그 노래를 계기로 둘은 컴퓨터로 서로의 아픔을 공유한다.

남자는 그 전에 라디오 작가 은희(추상미)와 그런저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자는 대시하는데 동현은 옛 여인을 잊지 못한다. 여인 2라는 닉네임을 쓰는 수현은 점차 과거의 여자 때문에 괴로워 하는 동현을 만나고 싶어한다.

동현 역시 그런 수현이 싫지 않다. 서로 컴퓨터를 통해 주고받는 남녀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다가선다. 그 전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두 사람은 음반 가게의 이 층으로 오르는 좁은 계단에서 또 스쳐 지나가지만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오지랖 넓은 관객은 ‘개가 개야’ 하고 소리치고 싶을 것이다.)

동현은 프로 개편 시 부서 발령의 압박을 받기도 하고 이런저런 고민으로 퇴사를 결정한다. 그리고 기약 없이 시드니로 떠나려고 한다. (지금 시드니 불타고 있다. 시드니가 산불을 딛고 일어서기를. )

그러다가 둘은 마침내 만난다. 멀티 플렉스 극장이 나오기 전 종로의 피카디리 앞. 여자가 기다린다. 남자는 2층 창가에서 그런 여자를 내려다 본다. 여러 시간이 지났다. 여자가 더는 기다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떠나는데 그제서야 남자가 급하게 계단을 달려 내려간다.

만남. 이것을 운명적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동현은 그날 옛 애인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국가: 한국

감독: 장윤현

출연: 전도연, 한석규, 추상미

평점:

: 이 영화는 전도연이라는 걸출한 여배우를 탄생시켰다.

우러러 볼만한 성인이 태어난 것처럼 탄생이라고 한 것은 그만큼 전도연이 한국영화에 끼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이는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데뷔작으로 일약 스타 배우의 반열에 오른 전도연의 연기는 한마디로, 좋았다.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노련한 석규에 절대 밀리지 않았다.

장윤현 감독은 1990년에 만든 독립영화 <파업전야>에 공동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장 감독 역시 이 영화로 비평은 물론 흥행에도 성공해 유명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음악을 매개로 만났으니 음반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그의 엘피판에 실린 Pale blue eyes와 주제곡 사라 본의 The lover’s concerto는 영화만큼이나 유명세를 탔다.

한 번 틈내서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들어도 좋고 미리 들어봐도 나쁠 거 없다. 석규와 도연 역시 영화가 끝나고 나서 혹은 촬영 중에 간간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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