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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담합에 성공한 약사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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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담합에 성공한 약사들을 위해
  • 의약뉴스 김홍진 기자
  • 승인 2020.01.24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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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관계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의-약 담합이 종종 튀어나오는 이유는 그 담합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상호 비밀 준수 하에 합의한 담합은 결코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약속을 잘 지켰다면 범법이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

담합 사례가 쏟아지지 않는 이유는, 시도가 적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성공 사례가 많았을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동일성분명 조제는 둘째 치고라도 사후통보 간소화만 이뤄졌더라면 담합 문제가 이토록 보건의료사회 깊숙이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기는 한다.

1월 초부터 중순까지, 약사회 각 지역 분회총회를 둘러본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위기’였다. 총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대부분이 ‘약사사회는 지금 위기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시대는 어느덧 4차 사회로 접어들었고, AIㆍ빅데이터 등 단어들이 생소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제약ㆍ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가 됐고 ‘바이오’라는 말은 주식 품질을 인증하는 마크인 양, 바이오관련주는 상한가를 달렸다.

이런 시기에 세상 가는 줄 모르고 본업에 충실고자 약국에 갇혀 환자를 돌보던 약사들은 조금씩 시장과 멀어져 갔다.

어느새 4차 산업은 약사들에게 자판기, 전자처방전 등을 요구했고, 여기에 더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편의점에 내놓은 상비약을 더 내 놓으라는 요구마저 받고 있다.

본인의 자리도 지키기 힘든 상황에서 교육부는 약학대학을 늘리자 하고, 설상가상으로 어쩌면 가장 믿고 있었을 그들의 약은, NDMA라는 불순물을 내놓으며 환불, 재조제 등으로 약사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이 같은 위기에서 약사들은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상황일까. 최근 상임이사회에 따르면 대한약사회 홈페이지에 새로 마련된 담합신고센터에 벌써 세 건의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약사들은 어쩌면 서로의 약국과 그 한 건물 혹은 층에 있는 병ㆍ의원을 번갈아 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의약분업 20주년이 되는 2020년이다. 20년은 강산이 두 번 바뀌고, 갓난아기는 풋내를 벗어던지고 성인이 되는 시간이다.

의-약 담합이라는 병폐가, 일부 약사들에게는 달콤한 말일 것이다. 병ㆍ의원 눈치를 살피는 대가로 안정적 수입을 보장받는다. 온통 불안한 환경 속 '수익 안정'은 무엇보다 달콤한 열매이리라.

다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들 일부 약사들에게 '담합'이 처음부터 달콤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약학교육평가원 한균희 이사장은 22일 약사국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약학대학에 처음 들어올 때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약사면허는 그저 출발점이니,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에 공헌하는 약사를 꿈꾸던 시절을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였을 것이다.

의약분업 20년 시대에 의약담합에 성공한 약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수익보다 약사면허를 처음 딸 때의 초심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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