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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마음의 행로(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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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마음의 행로(1949)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1.12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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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상실에 걸린 남자와 그를 사랑한 여자의 애틋한 이야기
전쟁의 참화 속에서 과거를 잃은 남자에게...한 여인이 안개를 뚫고 다가온다

기억 상실의 원조 격인 영화로 머빈 드로이 감독의 <마음의 행로>(Random Harvest)를 꼽을만하다. 1949년에 나왔으니 이후에 나온 그것에 대한 주제들은 모두 이 영화를 직간접으로 참조했다고 봐야 한다.

이야기는 그보다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1918년 늦은 가을. 영국 미즈랜드의 외딴 곳에 정신병원이 음산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곳에 갇힌 환자들은 전쟁이 끝날 거라는 사실도 모른 체 세상과 떨어져 있다.

이곳에 기억 상실에 걸린 한 젊은이가 있다. ( 설정은 젊은이 인데 너무 늙었다. 상대 여배우는 젊어서 비교해보면 아버지와 딸처럼 어쩐지 어색한 감정을 숨기기 어렵다. 그런데 관객들은 그런 것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지, 아니면 배우의 연기가 좋아서인지 문제 거리는 되지 않고 있다.)

스미스( 로날드 콜맨)는 1917년 독일 전선에서 전투 중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자신이 누구인지 부모가 있는지 없는지 고향은 어디인지 도통 기억나는 것이 없다.

과거를 몽땅 잃어버린 이 남자의 이야기가 영화의 핵심포인트가 되겠다.

어느 날 노부부가 찾아와 스미스가 아들인지 확인하는데 스미스는 제발 그 부부의 아들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희망 사항일 뿐. 절망한 스미스가 병동 주변에서 배회한다.

그때 사이렌이 울리면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전쟁이 끝났다. 풍악이 울린다. 공장 굴뚝의 연기는 쉴 없이 뿜어 대고 거리는 신바람 난 사람들로 아우성이다.

짙은 안개 사이로 스미스가 병동으로 가지 않고 인파속으로 섞인다.

그때 백마 탄 남자처럼 미모의 여성이 나타난다. 극장의 가수인 폴라( 그리어 가슨)는 가족처럼 그 남자를 보호한다. 병원에서 는 탈출한 환자를 찾기 위한 작은 소동이 벌어지고 폴라는 기차로 그를 피신시킨다.

기억만 하지 못할 뿐 스미스는 멋진 남자다.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도 폴라의 덕분으로 말끔히 치유됐다. 그는 작가의 기질을 보인다.

리버풀 신문사에서는 투고료를 지급한다.

소액의 수표를 놓고 스미스는 청혼하고 폴라는 받아들인다. ( 여기서 청혼의 장소를 잠깐 언급해 보자. 낚시질을 할 수 있는 호수가 바로 앞이고 등을 기댈 수 있는 오래된 나무가 있다. 그 옆에는 돗자리 위에 두 사람이 누울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아직 겨울은 아니다. 흑백화면이어서 그렇지 칼라였다면 단풍 든 숲속과 한두 잎 떨어지는 나뭇잎이 운치를 더했을 것이다.)

언덕위 그림같은 집에서 두 사람은 신혼 살림을 한다. 깨가 쏟아지는 결과로 아들이 태어났다. 여기까지가 전반부다. 두 사람은 매우 만족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더구나 리버풀 신문사는 그를 더 좋은 조건으로 대우 하려고 한다.

그가 면접을 보기 위해 약속한 시간에 맞춰 집을 떠난다. 다음날 저녁 8시 그는 돌아 올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그가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외상은 없는데 충격으로 또다른 기억상실에 걸린다. 참혹한 전쟁터, 포사격, 화염, 엠불런스, 공포. 스미스는 말한다. 난 군인이다. 그런데 여긴 어디?

프랑스는 확실히 기억난다. 그런데 폴라를 만나고 결혼하고 생활한 기간만큼만 기억이 없다. 대신 사라졌던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 기억의 한 부분이 닫히고 한 부분이 열렸다.

그는 갑부의 자식이다. 꼭 3년 만이다. 대저택에서 식구들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연대장 출신의 엘리트이고 돈도 많아 그 기반으로 사업을 벌인다.

대성공이다. 어느 날 폴라는 비서를 구한다는 신문광고를 본다. 스미스가 틀림없다. 그녀는 비서로 자원한다. 그런데 옛 이름 찰스로 바뀐 스미스는 아내를 알아보지 못한다.

아, 슬픈 사랑의 전주곡이여. 여기서 폴라가 비서로 남편을 만나기 전의 사정을 잠깐 이야기 해보자. 저택에서 찰스의 본 이름을 찾은 남편은 16살의 어린 여자로부터 호감을 얻는다.

그녀 역시 폴라 만큼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 행복한 남자는 어디서건 어떤 조건에서건 그렇게 된다. 이것은 운명이다.) 여자는 그 기분을 대학 졸업까지 이어가다 마침내 찰스의 결혼 승낙을 얻는다.

식을 올리기 3일 전 그녀는 찰스에게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의심한다. 부인의 자리에 자신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어딘지 바람빠진 듯한 찰스의 공허함 속에서 그녀는 그를 떠났다.

▲ 자전거를 타고 야외로 나왔나. 커다란 고목을 등뒤로 하고 (앞에는 호수가 있다.) 남자는 편지를 읽고 있고 여자는 수표를 들어 보이고 다. 리버풀 신문사는 그에게 고료를 편지와 함께 동봉했다. 남자는 여기서 여자에게 청혼을 하고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들인다.
▲ 자전거를 타고 야외로 나왔나. 커다란 고목을 등뒤로 하고 (앞에는 호수가 있다.) 남자는 편지를 읽고 있고 여자는 수표를 들어 보이고 다. 리버풀 신문사는 그에게 고료를 편지와 함께 동봉했다. 남자는 여기서 여자에게 청혼을 하고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들인다.

그녀가 떠난 후 비서로 들어온 부인과 수 년을 더 생활했다. 그러나 찰스는 여전히 찰스이고 스미스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찰스는 왕의 신임을 얻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비서는 그와 두 번째 결혼생활을 한다. 그러나 스미스는 폴라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 언제 찰스가 정신을 차릴까 관객들은 조마조마하게 그 시간을 기다린다. 그의 손에는 언제나 열쇠가 들려 있다.

리버풀로 면담가면서 가져온 신혼집의 바로 그 열쇠. 그는 군중 들 틈에서 저 건물을 돌면 담배가게가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그것을 바탕으로 점차 그의 기억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눈 색깔을 닮은 구슬 목걸이도 한 몫한다. 폴라는 말한다. 당신이 아는 사람이 나 일수도 있다고.

그는 마침내 신혼집으로 들어간다. 꽃은 여전히 피어 있고 가지는 늘어져서 전처럼 그가 들어줘야 한다. (수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집 만큼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가 손에 쥔 열쇠를 열쇠 구멍에 넣는 순간 문이 열리고 찰스는 비로소 스미스의 존재를 알게된다.지금의 아내가 과거의 아내였다는 사실과 함께.

폴라는 자신을 알아보는 스미스와 진한 포옹을 한다. 둘의 외로움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이다. 이 순간 사업제의 같은 기분 나쁜 청혼을 한 존은 그녀의 마음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국가: 미국

감독: 머빈 드로이

출연: 그리어 가슨, 로랄드 콜맨

평점:

: 여자가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것이 볼 만 하다. 첫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다.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정성스럽게 간호한다. 마치 부모가 젖먹이 아이를 보살피는 것 같다. 첫 눈에 반하는 여자의 마음은 이런 것인가.

비록 기억 상실증에 걸렸어도 이 남자를 과연 불행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예쁜 여자가 기억을 잃은 남자와 마주 앉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의자를 사이에 두고 두 다리를 벌린 여자의 자세는 음란하기보다는 발랄하다.( 어느 가수의 의자 사진이 연상된다.)

대뜸 그녀는 그에게 아주 친절한 분 혹은 당신이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묻는다.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될 늙은 남자에게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여성의 의도는 어디에 있는가.

그녀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평생 배필로 그를 선택했다. 이런 날은 황금햇살이 비춰주어도 모자란다. 그런데 앞서 말한 대로 대지는 온통 진한 회색뿐이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 천사가 점찍은 남자의 일생. 그녀의 일생은 그와 함께 시작됐다.

머빈 드로이 감독은 2차 세계 대전후 힘들고 지친 세계인에게 사랑의 마음을 가득 심어 줬다.

특히 멜로에 강세를 보여 <마음의 행로> 이후 비비안 리 주연의 <애수>( Waterloo Bridge)를 만들어(비비안 리를 보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 여심을 자극했다.

솜사탕 같은 감미로운 드라마에 사람들은 눈물을 찍어 냈고 어느새 전쟁의 아픔은 서서히 잊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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