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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고독은 절대적 자유가 준 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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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고독은 절대적 자유가 준 산물이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1.0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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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은 무인도의 쓰레기 청소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렇지만 눈짓으로는 어서 말을 해! 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달리 할 말도 없었으므로 나는 눈빛에 호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들 세 개의 자루에 쓰레기를 꽉 채운 다음이었다.

조장의 명이 없어도 8명의 대원들은 한 곳에 가지런히 쓰레기를 모아 놓고 그 주변에 앉을 거리를 찾거나 아니면 쭈그리고 앉았다.

모아 놓은 쓰레기 더미가 그들에게 안락한 보금자리처럼 느껴지자 나는 말을 꺼냈다.

쓰레기 수거 1차 작업을 마친 오전 10시 무렵이었다. 군대로 치면 9시에 시작한 제식 훈련을 하다가 10분간 휴식하는 것과 같은 시간대였다.

담배 일발 장전과 같은 시덥잖은 말들이 오가지 않았으나 모두 싫지 않은 표정들이었다.

쉰다는 것은 좋은 것이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손발을 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나는 두 발을 허공에 대고 신발을 털면서 아, 뭐 별거 없어. 라고 말을 시작했다.

사실 별다를 것이 없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대원들은 일상의 변화한 그 무엇에 대해 한껏 기대를 걸었다.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언가 색다른 것에 대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무인도 청소는 자주 있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그랬다.

내가 선뜻 자원에 나선 것도 일상에 대한 무료함을 조금 달래보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무료하다는 것은 일의 싫증이나 업무의 짜증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냥 무인도가 주는 어감이 좋았고 앞서 말한 대로 그곳에 가면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고독할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동료들은 내 입이 마치 월급봉투인 것 마냥 잔뜩 기대를 가지고 쳐다봤다. 그러나 내 입에서는 별다른 말이 튀어 나오지 않았다.

그들 중 일부는 내 말의 여부에 따라 다음 청소 회의 때 또 다른 무인도의 지원자로 자신이 나서도 될지 말지를 결정하려는 듯 잔뜩 긴장하기도 했다.

하는 일은 다르지 않으나 장소와 공간이 주는 변화가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내가 무인도에서 했던 일은 해변가로 밀려온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비닐류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육지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동료들은 거기에 플러스 알파를 원했다.

혹은 인어 아가씨가 살고 있지는 않은지 호기심 어린 눈초리를 주었는데 그 시선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자유와 고독에 대해. 3박 4일 일정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기간은 혼자인 인간이 느끼는 절대 고독을 체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미국에 있는 아내를 그 때 잠시 생각했다. 그 내용은 전편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얼마 후면 한국에 돌아올 그녀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을 물린 후 텐트에 홀로 앉아 작은 별과 나직이 뜬 초승달과 친구 삼아 대작하면서 느꼈던 고독의 그 부분에 이르자 대원들은 눈을 반짝였다.

그러다가 그 사이로 보름달처럼 밝은 아내의 얼굴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사실을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절대 고독이었으며 절대적 자유가 가져다준 한가한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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