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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검사 거부한 환자, 의료진의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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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검사 거부한 환자, 의료진의 책임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12.0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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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생명배려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

추가검사를 권유한 환자가 이를 거절했을 때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소송에서 법원은 ‘그럴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료진의 간호기록이 실제 CCTV와 다르다며 기록 위조를 주장했지만 의도적인 위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 환자 측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A시는 지난 2017년 4월경부터 목에 통증이 있어 인근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B병원의 의사 C씨는 A씨에 대해 급섬인후염 의증으로 진단했는데, A씨가 검사를 거부해 다른 병원에서 처방 받은 소염제, 항생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경과 관찰 후, 증상이 악화되면 정밀검사를 해보도록 권유했다.

이후에도 A씨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다시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이번에도 A씨는 검사를 원하지 않았다. 증상조절만을 원한 A씨였기에 의료진은 특별히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다음날 A씨은 B병원 이비인후과에 다시 내원했고, 의사 D씨는 편도주위 농양 의증으로 진단한 후, 입원시켰고, CT 검사를 시행한 후 우측 편도주위 농양이 동반된 급성편도염 및 심경부 감염이 동반된 급성후인두염 소견을 보였다.

A씨는 계속해서 인후통을 호소하며 진통제 투여를 원했고, 체온이 38.1℃로 올라갔음에도 오한을 호소하는 등 증세가 계속됐다. A씨의 처가 의료진에게 고름이 차있어 가래가 나오는 증상에 대해 의료진에게 문의했고, 의료진은 오후 18시쯤 고름 제거를 위한 절개 및 배농술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가 숨찬 감을 호소해 의료진이 A씨를 외래 진료실로 옮겨 살펴본 결과, A씨의 기도가 폐쇄되어 있음이 관찰됐다.

이 가운데 A씨가 갑작스레 호흡곤란 증상과 함께 심정지가 발생하면서, 의료진은 A씨에게 4차례에 걸쳐 기관 내 삽관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기관절개술을 시행해 기관절개튜브를 삽입했다.

다음날인 의료진은 A씨에 대한 뇌파검사를 했는데, 중증의 광범위한 대뇌기능 이상이 있음을 확인했고, A씨는 같은 날 오후 뇌CT 촬영을 위해 CT 검사실로 이송되는 도중 기관절개튜브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기관절개튜브 발관에 B병원 의료진은 A씨를 급히 응급실로 옮겼고, 재차 기관절개술을 시행했다.

현재 A씨는 현재 뇌의 영구적인 허혈성 손상이 유발되어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편도주위 농양은 편도선 안쪽으로 염증이 심해져 고름이 차는 질환으로, 임상 증상으로는 심한 지속적 인후통과 연하공란을 호소하며 지속적 발열과 오한 등을 동반한다.

A씨의 가족들은 “A씨가 추가 검사를 원하지 않고 반대하더라도 급성인후염에 대해 입원 등 처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치료했어야 했다”며 “인후 부종과 편도비대로 인한 기도폐쇄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위험을 알려야했고, 이비인후과 협진을 통해 충분한 치료를 시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다하지 않아 생명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진이 A씨를 CT 검사실로 이동하는 도중 기관 절개 튜브가 발관되었고, 이후의 응급처치 과정의 과실이 악영향을 미쳤다”며 “튜브가 발관되었을 당시, 의료진이 A씨에게 앰부배깅을 시행하면서 즉시 산소를 공급해야 함에도 산소공급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채 A씨를 이송한 점을 과실”이라면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 의사 C씨는 급성인후염 의증으로 진단했는데, A시가 검사를 거부해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증상이 악화되면 정밀 검사를 해보도록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재차 응급실에 내원했을 때도 A씨는 검사를 원하지 않고 증상 조절만 하기를 원했다”며 “급성인후염 의증만으로 무조건 이비인후과 진료 의뢰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응급실에 내원했을 때 A씨의 생체활력징후는 정상이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A씨가 마지막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다음날 이비인후과에 내원하자 편도주의 농양 의증으로 진단하고 입원조치해 필요한 검사를 진행한 후 배농술을 시행하기로 한 점을 비춰보면 A씨에 대한 생명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A씨의 기관절개튜브의 발관에 대한 과실 주장에 대해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를 토대로 A씨의 기관절개튜브가 발관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고, B병원 의료진이 A씨의 기절개튜브 발관 가능성을 예측하고 A씨에게 억제대를 유지한 점 등을 통해 과실을 인정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에서 원고 측은 “기관절개튜브 발관 이후 응급실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산소공급을 하지 않았음에도 간호기록에는 엠부배깅을 통한 산소공급을 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해 입증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기관절개튜브가 발관되었을 당시 앰부배깅 등을 하지 않은 것은, 당시 홀로 있던 의료진이 의사 1명이 앰부배깅을 시도하면서 시간을 지체하는 것보다 A씨를 응급실로 빨리 이송해 기관절개튜브를 재삽관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의사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서의 합리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간호기록지에는 의료진이 앰부배깅을 하면서 A씨를 응급실로 이송했다는 내용으로 기재됐으나, 이는 간호사가 당시 A씨의 이송을 담당했던 의료진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보고받아 기재한 것으로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해 잘못 기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어, “당시 B병원 복도와 응급실 구역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 A씨의 이송 과정이 모두 녹화돼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B병원 의료진이 의료상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간호기록지를 위조하거나 변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설령 의료진이 의도적으로 간호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해 원고의 입증을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삼아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피고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음에 그칠 뿐 입증책임이 전환되거나 곧바로 원고의 주장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설령 기관절개튜브 발관 및 재삽관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이 있다하더라도, 해당 과실이 A씨의 광범위한 중증의 대뇌기능 이상 및 전두엽 간질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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