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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19.12.13 금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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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보니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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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9.12.04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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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나 쉴 만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움푹 패여 있으면서도 해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섬의 반대쪽으로 가야 가능할 듯 싶었다.

그러는 사이 배는 꺼졌고 잠도 달아났다. 잠이 달아난 것은 어떤 상념이 깊숙한 내면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다름아닌 푸른 군복을 입은 군 생활이었다.

군은 생각보다 규율이 엄격했고 신체를 크게 제압했다. 훈련소 생활에서 나는 이미 그것을 경험했다. 자대 배치를 받으면 낫다고 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차라리 훈련소 생활이 백 배는 더 나았다. 힘이 들어도 같이 힘이 들고 쉴 때도 같이 쉬고 무엇보다 상하 개념이 없는 동기들과의 생활은 자대 생활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불평, 불만을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하고 기댔던 것은 자대에서는 할 수가 없었다. 내무반 생활은 그야말로 숨통을 팍팍 조여왔다. 기대기는커녕 제대로 앉아 있을수 조차 없었다.

밤새 지오피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좀 여유가 있으면 좋으련만 취침 전까지는 늘 고참들의 ‘시다바리’를 들어야 했다. 그것은 정당하거나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행해야 하는 임무의 일종이 아니었다.

고참의 지시는 그런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사리사욕을 위한 철저한 이기심만이 지시의 배경에 어울렸다. 한 달 혹은 하루만 먼저 왔으도 고참은 하늘처럼 높았다.

그들은 그런 습성을 그들의 고참에서 배웠고 그 고참은 또 다른 고참에게서 후임병을 대하는 방식을 습득했다. 그것은 어렵지 않고 아주 쉬웠다.

세상에서 ‘고참 배우기’가 공부보다도 더 쉬웠을 것이다. 한마디로 같잖은 지시에 얼떨결할 상황도 없이 몸이 이리저리 움직였고 하루는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다가 나는 자유를 한 번 그것도 한 십 분 정도 맛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신체의 자유뿐만이 아니라 생각의 자유였다. 그러니 몸은 붕 뜰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초겨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우리 부대는 겨우내 눈을 쓸기 위한 빗자루 작업에 나섰다. 일명 싸리 작업.

싸리나무를 베어 오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것이 그런 기쁨을 가져달 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부지런히 지급 받는 낫을 놀렸고 톱을 들었다. 일정한 작업량을 채우면 됐기에 우리는 흩어져서 싸리를 모았다.

길고 두툼한 녀석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시골에서 보았던 어린아이만큼의 크기가 아니라 2미터가 넘는 장신이 싸리들은 가지라기보다는 나무 토막 같았다.

행여 누가 볼세라 빨리 일을 끝내기 위해 정말 허리를 펼 새도 없이 일하다 보니 작업량은 금새 채워졌다. 둘러보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싸리를 등받이 삼아 기댔다. 그리고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높은 산에는 흰 눈이 있었지만 주변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따뜻했고 나는 그만, 해서는 안 될 그 자유라는 것을 맛보았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허리가 땅이 닿도록 옆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세상에 살면서 이런 자유는 처음 맛보았다. 그것은 완전한 그야말로 순결한 자유 그 자체였다.

눈치 볼 상관이 없는 세상에서 나는 두 다를 뻗고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것은 자유였고 평화였고 행복이었다.

오 분만 더 이런 기쁨을 맛보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담배 한 대를 다 피울 동안 주변은 너무나 조용했고 몸은 따뜻했다. 나른했다. 한숨 자고 싶었다. 육체노동의 여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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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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