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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 국가검진 표류, 유병률은 핑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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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 국가검진 표류, 유병률은 핑계였나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9.10.17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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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질환과 형평성 논란...전염성 질환 특성 고려해야

C형 간염 국가검진 사업이 유병률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사실상 난파의 위기에 처하자 마지막 고비를 넘을 것으로 기대했던 관련 학계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년째 역설해 온 C형 간염 국가검진의 당위성을 또 다시 되풀이하며 언젠가 들어주기만을 기다릴 뿐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패배의식까지 느껴진다.

무거운 분위기의 배경에는 C형 간염 국가검진 사업 불발이 겉으로 드러난 ‘유병률’과는 무관하다는 의혹이 자리하고 있다.

갖은 논리로 유병률이 가진 한계를 허물어봐야 어차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실망감이 가득하다.

16일,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간의 날 기념식에서는 ‘20회’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C형 간염 국가검진 사업이라는 해묵은 주제가 다시 한 번 등장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조만간 국가검진 사업에 포함될 것이란 기대감에 기운이 넘쳤던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안타까운 탄식과 쓴 웃음이 더 컸다는 점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전염성 질환인 C형 간염을 퇴치하기 위해 국가검진 사업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셀 수 없이 많은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국민 인식개선 캠페인에 나섰으며, 심지어는 구례군과 함께 C형 간염 퇴치사업을 전개하며 스크리닝의 유효성을 재확인하기까지 했다.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10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이는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대거 등장했고, 옵션이 늘어나면서 약제비 부담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C형 간염 국가검진 사업의 비용 효과성은 더욱 상승했고, WHO 역시 2030년 바이러스성 간염 퇴치를 목표로 제시하며 힘을 실었다.

일부에서는 C형 간염 국가검진에 부정적인 해외사례들을 제시하며 반대하고 있지만, 대표적 사례로 꼽히던 미국 질병 예방 서비스 테스크포스(USPSTF,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조차 최근 모든 성인(18~79세)에게 최소 한 차례 이상 C형 간염 선별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국가검진사업 기준 가운데 하나인 ‘유병률 5%’를 이유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병률 5% 미만의 다른 질환들 가운데 국가검진사업에 포함된 사례가 적지 않음에도 유독 C형 간염에만 ‘5%’라는 철벽을 두르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 전염될 수도 있는 질환의 특성, 8~12주 만에 완치가 가능해 국가검진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반론에도 요지부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형 간염 국가검진을 주장해 온 학계에서는 “들어주지 않으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간의 날 행사에 참가한 외부 인사들 중 일부는 ‘유병률 5%’를 핑계라고 지적했다. C형 간염 국가검진사업이 관철되지 못한 배경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복수의 외부 인사들은 유병률을 불가사유로 꼽고 있는 정부 역시 실제로는 비용효과성을 인정하고 이를 추진하려 했으나 전문가위원회에서 불발됐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당시 담당공무원이 모욕적인 발언까지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유병률이나 재정 부담의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는 추측의 근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로는 ‘유병률’을 내세워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것. 난국 타개에 회의적이었던 분위기의 배경이다.

한편, 대한간학회를 비롯한 간질환 전문가들은 “치료제에만 의지해서는 C형 간염 퇴치를 이룰 수 없다”며 “최소한 특정 연령이나 특정 지역 등 일부 인구 집단만이라도 선별검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질환들이 무분별하게 국가검진사업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국가검진사업에 있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위양성률인데, C형 간염 스크리닝만큼 정확한 검사는 없다”면서 “비용효과성 역시 약가가 절반으로 떨어지기 전부터 입증됐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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