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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PA-HF 성공, 심부전 연구 르네상스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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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PA-HF 성공, 심부전 연구 르네상스 도래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9.09.23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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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엄청난 성과” 극찬...아쉬웠던 PARAGON-HF도 재평가

신약개발 불모지였던 심부전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된다.

최근 프랑스에서 개최된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회의(ESC 2019)를 통해 구체적인 데이가 공개된 DAPA-HF와 PARAGON-HF가 심부전 연구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 촉매제가 되리란 평가다.

특히 이례적으로 NEJM 게재 전 선공개 된 DAPA-HF 임상은 향후 심부전 관련 SGLT-2 억제제 연구에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심부전 전문가들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DAPA-HF의 임상적 가치와 PARAGON-HF가 남긴 과제를 두고 다양한 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주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된 대한심부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두 연구가 주요 세션으로 다뤄졌다.

의약뉴스는 이 자리에서 대한심부전학회 유병수 총무이사(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병원)를 만나 두 임상연구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DAPA-HF는 대단한 성공...‘HR=0.74, P=0.0001, NNT=21’ 놀라운 수치
유병수 교수는 DAPA-HF 결과의 임상적 가치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상당히 크게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병원 유병수 교수(자료사진).

DAPA-HF는 심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에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연구로, 1차 복합 평가변수(심혈관질환 사망 및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부전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 상대위험비(HR)가 0.74, NNT(number needed to treat)는 21로 집계됐다.

과거와 달리 최근 임상현장에서 심부전 환자에 대한 표준치료가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DAPA-HF가 1차 복합 평가변수에서 보여준 ‘HR=0.74, P=0.0001, NNT=21’이란 스코어는 쉽게 보기 힘든 수치라는 평가다.

유 교수는 “ESC 발표 현장에 있었는데, 맥머레이 교수가 DAPA-HF연구를 발표하던 중 청중들의 박수세례로 세 차례나 발표가 중단됐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그 중 첫 번째가 1차 목표에 대한 슬라이드가 공개됐을 때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새로 발표되는 연구일수록 표준치료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그 말은 그만큼 대조군과의 차이를 만들기가 힘들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P밸류가 0.0001에 NNT가 21까지 나왔다는 것은 상당한 수치”라고 강조했다.


◇EMPA-REG 이후 일관된 SGLT-2 억제제 심혈관 질환 이점 재확인
유 교수는 두 가지 측면에서 DAPA-HF 연구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 가지는 EMPA-REG에서 출발한 SGLT-2 억제의 심혈관질환 이점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고, 이 연구를 통해 비로소 SGLT-2 억제제가 당뇨약이 아닌 심장약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는 “이전의 연구들이 심부전이 없는 환자들에서 1차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DAPA-HF는 심부전이 있는 환자에서 효과를 입증한 것”이라며 “이는 드디어 SGLT-2억제제가 새로운 계열의 심부전 치료제로 들어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DAPA-HF는 EMPA-REG에서 보여준 결과를 일관되게 보여주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연구 결과가 계속 나올 것”이라면서 “계속해서 긍정적인 결과가 유지되면, SGLT-2 억제제가 당뇨병 치료제가 아닌 심부전 치료제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미 이번 ESC에서 전문가위원회가 SGLT-2억제제의 심혈관질환 이점에 ‘더 이상의 연구가 필요하지 않다’며 재론의 여지가 없음을 피력했다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EMPA-REG에서 DECLARE, DAPA-HF까지 이어진 연구결과는 심혈관 질환에 있어 SGLT-2 억제제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위험 요인만을 가진 환자에서는 SGLT-2 억제제가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미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심부전은 물론 사망까지 줄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EMPA-REG와 DECLEAR나 DAPA-HF 임상이 차이가 있지만, 이를 약제간의 차이로 볼 수는 없다”면서 “향후 다양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계열 효과로 정리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로서는 가이드라인에 약제간의 차이를 명시할 수밖에 없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약제간에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활용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SGLT-2 억제제 후속 연구에도 관심 집중...HFpEF에서도 성공 가능성 높아
유 교수는 DAPA-HF가 향후 심부전 연구에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DAPA-HF로 확인된 학문적 성과가 새로운 연구를 촉진시킬 것이란 기대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임상연구가 항암제에 집중되어 있지만, 서양에서는 심혈관질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학문적 발전이 가능한 분야는 심부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그는 “심방세동 분야는 이미 NOAC(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tion)의 특허가 만료되고 있고, 협심증 약도 신약이 나온지 20년이 넘었다”면서 “심부전 분야에서는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 발사르탄)와 SGLT-2 억제제 이외에도 몇 가지 약이 더 개발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이미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 역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DAPA-HF를 시작으로 향후 수년간 SGLT-2 억제제 관련 임상연구 결과가 줄지어 발표될 예정이라는 것.

특히 그는 최근 엔트레스토 마저 고배를 마시며 난공불락이 되어버린 심박출량 보존 심부전(HFpEF)에도 SGLT-2 억제제가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자신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DELIVER 및 DETERMINE 시험에서 HFpEF 환자를 대상으로 포시가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기전적으로 신장관련 프로파일을 개선해 신장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심장과 신장은 기전이 같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더해 SGLT-2 억제제는 다면적 효과가 있고 사망률도 개선한다”며 “심부전 연구는 사망률을 얼마나 줄이는 가가 키포인트로, SGLT-2 억제제는 HFpEF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부전 표준치료의 부족함 드러내...당뇨환자 구분도 아쉬워
다만, 유 교수는 DAPA-HF 임상에 있어 두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엔트레스토를 복용 중인 환자수가 너무 적었고, 당뇨병 유무에 따라 환자군을 구분해 결과적으로 비(非)당뇨병 환자의 모수를 줄였다는 지적이다.

논문에 따르면, DAPA-HF 연구에 참여한 4744명의 심부전 환자들 중 표준요법으로 엔트레스토를 사용한 환자는 11%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이 연구에서는 이전에 엔트레스토를 사용한 환자의 심혈관질환 사망 및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부전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 등의 1차 복합변수의 상대위험비가 0.75로 엔트레스토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0.74)와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이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이 표준치료를 잘 따르는 환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엔트레스토를 사용한 환자수가 11%에 불과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현재 임상현장에서 엔트레스토를 지나치게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DAPA-HF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임상 현장이 지나치게 과거의 치료법에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 실제로는 엔트레스토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전체 환자를 표준요법에 위약으로 치료한 그룹과 표준요법에 포시가를 추가한 그룹을 1대 1로 배정했는데, 각각의 그룹은 다시 2형 당뇨병이 있는 환자들과 없는 환자들로 1대 1 배정했다.

연구 결과, 2형 당뇨병이 있는 그룹에서 심부전 상대위험비가 0.75, 없는 그룹에서는 0.73으로 큰 차이 없이 모두 유효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당뇨병 유무를 구분하다보니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모수가 11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면서 “구분하지 않았더라면 모수가 2500명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서 사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에 자신감을 줄인 것”이라며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파워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에 따르면, 이전에 이미 2형 당뇨병에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당뇨병 유무를 구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PARAGON-HF, HFrEF 기준 상향 불 지펴...통계적 실패에도 임상적 의미 남긴 연구
한편, 유 교수는 작은 차이로 인해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한 PARAGON-HF 연구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임상적으로는 가치가 있는 연구라고 꼽았다.

PARAGON-HF는 HFpEF 환자를 대상으로 엔트레스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자 진행한 연구다.

5년 전 심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PARADIGM-HF 임상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이름 그대로 심부전 치료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던 만큼 기대가 컸지만, 아쉽게도 HFpEF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하위 분석에서 여성환자 및 심박출계수 57% 미만의 환자에서 가능성을 확인, 이를 근거로 미FDA와 승인 절차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아쉽게도 1차 목표 달성에 7명이 부족해 통계적으로는 실패했지만, 해석의 여지가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의 질이 상당히 좋게 나왔는데, 중국이나 동유럽 등(임상 후진국)의 비중이 높았던 것이 실패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심박출계수 57% 미만의 환자에서는 긍정적으로 나왔는데, 이전에 알닥톤(성분명 스피로노락톤)으로 진행한 TOPCAT 임상에서도 50% 미만의 환자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었다”면서 “이를 보면 60% 이상의 환자에서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60% 미만에서는 확실하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재 40%로 설정된 HFrEF 환자 외에 40~60% 사이의 환자들에게도 임상적 혜택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TOPCAT에 이어 PARAGON-HF 임상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HFrEF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 교수는 “아직까지는 일부의 목소리일 뿐 컨센스가 형성된 것이 아니다”라며 “학술지에 언급된 내용도 정규 논문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PARAGON-HF에서 엔트레스토가 심박출계수 56%까지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40%로 제한하는 것이 과도하다 볼 수 도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모든 연구들이 40%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HFrEF 기준 상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장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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