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0명 중 8명, 간호사 10명 중 7명은 ‘뇌사’와 ‘사망’을 같은 개념으로 인식했다. 그럼에도 뇌사 상태인 환자의 가족에게 장기기증을 언급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뇌사추정 및 잠재 조직기증자 발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은 2018년 한 해에 걸쳐 ‘뇌사’, ‘장기기증’ 등에 관한 의료기관 종사자의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에는 총 1238명의 의사가 응했는데, 이들의 83.4%(1032명)는 뇌사를 사망으로 판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뇌사가 곧 사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응답은 5.6%(70명)에 불과했다. 판단을 유보(모르겠다)한 의사는 전체의 10.9%(135명)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의사가 뇌사상태를 사망한 것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뇌사자의 가족에게 장기나 조직 기증을 언급하거나, 나아가 동의를 얻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망설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답한 의사들 중 장기기증 언급, 장기기증 동의를 스스럼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비율은 각각 52.1%, 45.6% 수준이었다. 조직기증 언급, 조직기증 동의를 스스럼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비율은 각각 42.6%, 35.8%로 더 낮았다.
같은 조사에 간호사는 1979명이 참여했는데, 간호사들도 대부분(69.0%, 1366명) 뇌사를 사망으로 판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뇌사를 사망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9.0%(179명)에 그쳤다.
하지만 간호사들도 뇌사자의 가족에게 장기나 조직 기증을 언급하거나, 동의를 얻는 행동을 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사들 중 장기기증 언급, 장기기증 동의를 스스럼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비율은 각각 20.9%, 15.9% 정도였다. 조직기증 언급, 조직기증 동의를 스스럼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비율은 각각 17.9%, 12.9%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진들은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개선해야 할 점으로 ‘의료진의 적극적인 뇌사추정 및 잠재 조직기증자 발굴’을 가장 많이(의사들 중 36.2%, 간호사들 중 39.1%) 꼽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지난 2000년 5343명이었던 장기이식대기자는 지난해 3만 7217명까지 늘었다.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사람은 지난해에만 1909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