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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꺼내는 작업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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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9.06.19  10: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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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분명하지 않았다. 낙엽 밟는 소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낙엽 떨어지는 것 같은 가벼운 소리도 같았다.

물방울이 흘러가는 소리 같기도 했고 시골 사립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럴 것이다. 텐트 안에서 텐트 밖에서 나는 소리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바람 소리 같기도 했고 비가 오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높은 산의 깊은 곳에서 나는 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촉각을 한 곳으로 모았다. 잠은 오지 않고 되레 반짝이는 별처럼 정신이 또렷해졌다.

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텐트의 자크에 손을 댔다가 황급히 떼어냈다. 무슨 넘지 못할 선을 넘었다가 실수를 깨닫고 뒤돌아 나오는 형국이었다.

그래서인지 등골이 오싹했고 그런 기분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아무런 기척도 심지어 호흡까지 멈추고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그러나 밖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조금 전에 들었던 기척이라는 것도 무기척 이었으나 어떤 기척을 바라는 마음 때문에 소리를 들었다고 착각에 빠졌을 수도 있었다.

아무것도 정확한 것은 없었다. 나는 밖에 무엇이 있다면 그래서 안의 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 그에게 나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눕혔다.

그리고 마찬가지 동작으로 손을 뻗어 텐트 구석에 있는 술병을 집어 들었다. 나는 술 욕심이 많았다. 그래서 독한 술을 그것도 용량이 700 미리가 아닌 1000 짜리를 구비해 왔다.

홀로 고독을 먹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고 여겼고 그 순간에 술은 좋은 친구였고 동반자라는 것을 50평생 살면서 확실히 알아챘던 것이다.

손에 묵직하고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유리의 감촉이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그것을 내 쪽으로 잡아 당겼다.

끌려 올 때 무슨 소리가 나지 않도록 나는 최대한 속도를 늦췄고 그 때문에 소리는 나지 않고 내 근육은 팽팽하게 당겨졌다.

술을 내 앞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한 나는 이번에는 배낭의 끈에 매달린 스테인리스 술잔을 손으로 잡았다.

그것은 병을 꺼내는 것보다 더 힘겨운 작업이었다. 반쯤 열린 배낭 사이로 병을 꺼내는 일과 끈에 매달린 컵을 떼어내는 것은 방법에서 우선 차이가 났다.

고리를 찿아서 풀어야 했다. 그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나는 아까보다 더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분명히 딸깍 소리가 들렸을 것이지만 나는 그 소리를 손으로 감쌌기 때문에 텐트 밖으로는 어떤 말고 새어나가지 않았다.

안도하는 마음이 들자 이번에는 술을 따서 입에 넣은 것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병 속의 술은 그대로 술일 뿐이었다.

마개를 열어야 하고 따라야 하는 일이 남았다. 마개는 코르크로 막혀 있었다. 겉에 있는 뚜껑를 돌려서 빼낸 다음 마개를 열어야 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 어려운 것을 마침내 해냈다. 그때 다시 밖에서 어떤 소리가 감지됐다. 동작을 멈추고 나는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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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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