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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ASCO 2019 포토에세이] 개막 D-1막바지 준비 한창...단체 참관객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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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9.05.31  05: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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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분야 세계 최대 학술대회 중 하나인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연례 학술대회가 5월 31일부터 6월 4일(현지시간)까지 5일간 미국 시카고 서멧 맥코믹 센터에서 개최된다.

의약뉴스도 ASCO 2019 현장 취재를 위해 한국시간으로 30일 오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3시간 비행에 14시간 느린 시카고 시간을 계산하면, 개막보다 하루 빨리 현장에 도착한다. 하루 먼저 현장에 들러 미리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다.

인천공항 게이트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사방이 제약사 직원들인지 RA, 마케팅, 약가, 삭감 등등 익숙한 단어들이 오고간다.

올해로 다국적 제약사 출입 10년차 기자인데, 아는 얼굴이 거의 없다. 10년간 제대로 일하긴 했나 자괴감이 든다.

시카고 현지로는 야밤이지만, 한국시간으로는 한창 일과시간인 오전 10시 40분 부터 밤 11시 40분까지 비행기 안에 갇혀있어야 하니 그동안 처리하지 못할 업무 생각에 부담이 백배다.

취재 기간 낮밤이 바뀌는 고난을 겪지 않기 위해 비행기 안에서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려 해도 불안감에 잠을 설치다보니 어느덧 미국 본토에 다다랐다.

때이른 여름 날씨에 휴가 시즌이 빨라졌는지 공항이 북적인 탓에 이륙이 늦어져 당초 예정보다 늦은 오전 10시경(한국시간 자정)에야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애초부터 미국 본토를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상공을 지나 밀워키를 거쳐 정남쪽의 시카고를 향한다.

특이한 비행코스는 시카고 상공에서 한 번 더 급선회, 미시간 호수 위로 떠오른 후 한 바퀴를 돌아 시카고에 착륙한다.

덕분에 굳이 시카고 다운타운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비행기 안에서 유명하다는 건물들은 나름 다 볼 수 있었다.

ASCO 기간 내내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취재가 이어질 예정이라 따로 관광할 시간이 없었는데, 뜻하지 않은 에어투어다.

행사 기간 동안 흐릴 것이라던 일기예보와 달리 오헤어 공항의 하늘은 더없이 맑다. 조그마한 캐리어 하나만 들고 오려다 두꺼운 패딩을 넣기 위해 대형 캐리어로 바꿨는데 괜한 짓을 한 듯 하다.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면서 또다시 갈등이 생긴다. 존경하는 선배가 “일 복잡해지지 않게 다른 말 하지 말고 그냥 여행왔다고 하면 돼”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지만, 이미 프레스 등록을 마친데다 ESTA에 NEWSMP 라는 상호가 달려 있어 찜찜하다.

결국 심사관이 뭐하러 왔냐는 질문에 투어도 하고 ASCO 구경도 하려 한다 했더니 그럼 투어가 아니라 비즈니스 아니냐고 따진다.

결국 사단이 났구나 싶어 죽어도 투어라 우겼지만, 소용 없다. 난데없이 세관 신고서에 빨간 줄을 그으며 “그게 비즈니스야”라고 야단친다.

꼼짝없이 시달리게 생겼구나 싶었는데, 웬걸 즐겁게 지내다 가란다. 그럴 걸 굳이 비즈니스라고 잔소리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시카고의 첫 인상, 별로다.

입국심사장을 벗어나니 외국인들 천지다. 미국에 오긴 온 모양이다. 사실 내가 외국인이지만.

동행들은 손쉽게 우버를 타고 숙소로 향했지만, 낯선 외국인과 숙소까지 가는 내내 숨막히게 어색할 것 같아 CTA로 향한다.

시카고 CTA는 안전하냐는 수많은 의문들을 몸소 체험할 기회다. 헌데 앞자리에 앉은 덩치 큰 흑인이 신들린 듯 끊임 없이 허밍을 한다. 무섭다.

눈이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아 천장을 보니, 이곳도 온통 임상 참가자 모집 광고로 도배가 되어 있다. 한국 지하철과 비슷한 풍경이다.

숨을 죽이며 그린 라인을 갈아 탈 수 있는 루프로 향한다. 익히 듣긴 했지만 Clark/Lake 역에서 그린라인으로 갈아타는 길에는 소변냄새가 진동한다.

허나 더 당황스러운 것은 이정표다. 그린라인은 행선지에 따라 둘로 갈라져 있는데, 갈라진 이정표 주변에 노선도는 없다. 내 목적지는 어디란 말인가.

느낌은 할렘이지만,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 목적지를 찾았다. 헛걸음 할 뻔 했다. 내 목적지는 반대 방향이다.

인터넷 뒤져보길 잘했다 생각하며 화살표를 따라 걷는데 웬걸, 두 목적지가 하나의 길로 연결된다.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의 알 수 없는 낙서, 나 같은 사람이 해놓은 듯 하다.

또 다시 낯설어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 ‘맥코믹 플레이스’에 하차했다.

역 앞 기둥에 멋들어지게 그려진 이정표. ‘맥코믹 플레이스’ 역이지만 맥코믹 플레이스는 여기에 없다. 홍대입구에서 홍대가 보이지 않는 이치다.

한참을 걸어 서맷 맥코믹 플레이스에 도착했다. ASCO 시즌이면 시카고 전체가 ASCO로 도배된다 들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맥코믹 플레이스에만 배너가 나부낀다.

맞은편 매리어트 호텔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싸우고 있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한 장면 같은데, 다윗의 덩치가 골리앗 만큼 큰 걸 봐서는 아닌 듯 하다. 다윗이 누군인지 모르는 사람의 작품일 수도.

여기까지 왔으니 동선 파악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주요 발표장소와 기자실까지 파악해 두려고 행사장으로 진입한다. 기자 외에도 사전에 참관하러 온 참가자들과 단체 관람객이 적지 않다.

행사장 초입에는 올해의 특별 수상자들 사진이 걸려있다. 죄송스럽지만, 아는 얼굴은 없는 듯 하다. 한 분은 뵙긴 했던 것 같기도.

안방에서 열리는 행사이니 만큼, 릴리와 머크(우리나라에서는 MSD)가 최대 스폰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아래 이름만 올린 스폰서들과 너무 차이를 둔 것 같다.

생각보다 작다 싶었는데, 기자실 위치를 물으니 서쪽 건물로 넘어가란다. 가면 갈수록 행사장도 커지고 있다. 끝이 없다.

선택장애로 주요 포스터와 오럴 세션 수백개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그걸 다` 쓰게”라고 물었던 선배님의 쓴소리가 다시 한 번 귀에 박힌다.

아무리 동선을 짜봐도 기자실을 벗어나긴 물리적으로 힘들겠다는 확신이 든다. 그래서인가. 기자실 위치가 동관 구석이면서도 절묘하게 미시건 호수 바로 앞이다.

어디 가지 말고 기자실에서 기사 쓰다 답답하면 호수 한 번 바라보라는 뜻인가.

의미 없는 장내 동선 파악을 마무리하고, 숙소에서 행사장까지 이동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서맷 맥코믹 플레이스를 벗어났다.

먼 길에 시카고의 높은 빌딩들이 다시 한 번 시야로 들어온다. 오늘 저녁 저 먼 곳에서 미팅을 잡았는데, 서울 반대쪽에서 롯데타워를 바라보는 심정이다. 내 숙소는 반대쪽이다.

행사장에서 숙소까지 거리는 대략 도보 20분 정도. 날도 선선하고 거리도 깨끗해 걸어서 출퇴근 할 만하다.

그런데 숙소로 가까워질 수록 폐허가 눈에 띄고 밤길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모 제약사가 밤에 미디어 행사를 잡았는데, 동선을 고민해야 할 듯싶다.

숙소 앞에 국립극장을 닮은 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직업병이다. 가족여행을 나가서도 꼭 그 지역 병원을 돌아보게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안에도 들어가봤는데, 왠지 여기는 들어가기 겁난다. 워낙 비싸다고도 하지만, 총기 사고 1위 도시라지 않나.

지구 반대편에서 남의 나라 병원을 둘러보는 이 시간, 한국 시간 새벽 네 시다. 이제 숙소에 들어가 내일의 취재 전략을 세우고 저녁 미팅 준비에 나서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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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sjh1182@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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