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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최저임금에 진료시간 단축 자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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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최저임금에 진료시간 단축 자구책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5.20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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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연 설문 조사...10명 중 8명 대안 모색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시행됐을 때부터 의료계가 제기한 우려가 드디어 현실로 드러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진료시간을 단축하는 등 자구책에 나섰고, 이는 곧 국민 건강에 큰 위해로 돌아온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설문조사 중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진료 시간 단축 검토 여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최근 2018년 이후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해, 의원 경영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개원의 11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진료시간을 단축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50.8%(539개), 단축이 필요해 검토 중이라는 응답이 32.8%(348개)로 나타나, 84%에 달하는 의원이 진료시간을 단축, 혹은 단축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진료시간을 단축했다는 의원의 주 평균 단축 진료시간은 5.2시간으로,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의 주 평균 근로시간 또한 2017년 43.3시간에서 2019년 41.0시간으로 단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의원이  진료시간을 단축하면서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의 근로시간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또 의원이 부담한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의 연간 평균 인건비 규모는 2017년 5.7% 증가했고, 2019년 8.0% 증가해 의원의 경영 부담이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구 개인의원, 환자 없는 오후 시간

▲ A씨의 의원은 오후 늦은 시간에 이미 환자가 없어 한가했다.

그렇다면 실제 개원가에서도 진료시간을 단축하고 있을까? 최근 기자가 만난 한 개원가 원장 A씨는 진료시간을 실제로 줄였다고 답했다. A씨가 운영하는 의원은 동대문구에 위치해 있었는데, 기자가 방문했을 때가 오후 4시 경이었지만 환자는 없고 한가하기만 했다.

과거 8시 30분부터 7시까지 진료를 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전체가 올라 지금은 9시부터 6시까지만 진료를 한다는 것. 의원을 방문하려고 문의하는 환자들에겐 5시 30분까지 와달라고 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의원에 정규직으로 간호사, 물리치료사와 비정규직으로 행정직 2명 두고 있는데, 아무래도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다보니 감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임시직으로 쓰는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준다고 해도 정규직들이 갖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엔 간호사를 2명을 썼지만 지금은 1명만 쓰고 있고, 진료보조를 시킨 적이 있지만 이제는 시킬 수 없다”며 “비정규직으로 쓰는 인력은 오전 9시부터 1시까지 다른 한 명은 오후 2시까지 근무한다. 제일 붐비는 점심시간 언저리만 4명이 근무하도록 했는데, 우리 병원 규모에선 이것이 제일 효율적으로 인건비 부담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미안할 수 있지만 직원들 입장에선 8시간 근무하고 100만원을 버나, 6시간 근무하고 100만원을 버는 건 느낌이 다르다”며 “원장 입장에서도 직원들에게 임금을 충분히 주지 못한다면 휴식시간이라도 줘야한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근무시간을 더 단축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원가에 환자가 줄어들고,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사실일까? 과거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업무보고 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있지만 이는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발언했지만, 실상은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었다.

A씨는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은 예약하기도 힘들지만 개원가에 환자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우리 의원만 해도 아무 때나 와도 대기시간 거의 없이 진료가 가능하다”며 “나만 그런가 하고 싶어, 의원급들을 방문하는 제약회사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다른 곳도 비슷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 진료시간을 단축한 의원의 알림장.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도 수가가 거의 오르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A씨는 “최저임금이 올라도 수가가 오르지 않는 건 일견 이해는 된다. 국민들이 돈 내기 싫어하는데, 그들의 표로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수가를 올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A씨는 “보건의료계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는 건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며 “식당을 예로 들면,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앞으로 모든 메뉴의 가격을 올리는 걸 식당 주인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는 지출이 늘었다고 해서 수가를 올릴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의사들의 소득을 통제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가를 올려달라고 했지만, 최저임금 상승은 수가 상승의 요인으로 고려하지 않겠다고 하니, 그런 부분에서 서운함이 많다”고 강조했다.

 ◇중구 개원의, 전체적 인건비 상승에 고민

▲ B씨의 의원은 환자가 몇 명 있었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중구 쪽에서 개원하고 있는 B씨의 의원은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늦은 시간에도 제법 환자들이 있었다. 한적하기만 한 A씨의 의원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민은 A씨 못지않게 B씨도 하고 있었다.

B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전반적인 인건비 부담이 늘어났는데, 최저임금을 적용했을 때 예를 들어 180만원을 받는 사람이 190만으로 올라가면, 200만원을 받는 다른 직원은 210만원으로 올려줘야한다”며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인건비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 상승이 2년 누적 30%라고 말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으로 수가가 올라갔으면 하지만 수가는 2%씩 올라가고 있어서 힘들다”며 “결국 자구책으로 인원을 줄이게 된다. 구조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원이 생기면 충원하지 않는 방식을 쓰게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악순환으로, 3명이서 하던 일을 2명이서 하게 되니, 업무량이 많아져 남은 2명도 그만 두게 되고, 다시 2명을 뽑으면 과다한 업무량으로 그만두게 된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B씨 역시 A씨처럼 진료시간을 줄였는데 재작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였던 진료시간을, 지금은 30분 단축한 6시로 줄였다는 것. 주말인 토요일 진료 역시 예전엔 오후 4시까지 했지만 지금은 오후 3시까지만 하고 있다.

B씨는 이로 인해 결국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요일 진료만 봐도 요새 오전만 하는 의원들이 늘었다. 그렇다면 토요일 오후에 아픈 환자들은 동네의원을 못가고 어쩔 수 없디 대형병원으로 가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며 “동네의원에서 해결될 일들이 대형병원 응급실을 가야하니 낭비가 발생한다. 경증환자들이 병원 응급실을 가면 혼잡해지고, 이는 중증환자의 진료에도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B씨는 3명이었던 인원을 2명으로 줄여도 어떻게든 병원이 운영되는 것을 두고, 엄살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생각하면 이는 심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명이 할 일을 2명이서 못하진 않고, 진료를 못 보는 게 아니다. 하지만 3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하면 업무에 치여 그만큼 환자에게 제공돼야할 서비스가 줄어들게 된다”며 “이렇게 떨어지게 되는 서비스의 질은 그대로 고착화될 것.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병원의 불친절함이 표면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원가 덮친 최저임금 여파, 인근 약국까지도 영향
최저임금의 여파는 개원가 뿐만 아니라 인근 약국에까지 미쳐 있었다. 개원가가 진료시간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인근 약국들도 함께 문을 닫는 케이스가 늘어난 것.

▲ 인근 의원이 문을 닫자 약국 역시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C씨 역시 최저임금으로 인한 여파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약국 인근의 개인의원이 5곳 가량 됐지만 의원들이 진료시간을 줄이면서 약국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 심지어 약국 인근 의원 중 한 곳은 오전에만 진료를 하기 때문에 계속 환자가 줄고 있다는 게 C씨의 설명이다.

C씨는 “예전엔 이곳이 메인이었는데, 병원들이 동네에 많이 생기면서 환자들이 그쪽으로 많이 빠져나갔다”며 “건수만 봐도 50%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예전엔 7시까지 했었는데, 요즘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직원은 6시까지만 근무하고 있다. 그 이후에는 나 혼자 근무한다”며 “직원 근무시간을 줄이고 있는데, 워낙 안 되다보니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나뿐만 아니라 약국이 있는 건물에서 진료하는 원장들도 환자가 줄고, 최저임금 문제도 있어서 진료시간 뿐만 아니라 간호사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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