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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1만 미터의 산을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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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1만 미터의 산을 오르지 못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5.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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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끔찍한 기억은 그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사고에 대한 기억 대신 새로운 도전에 열을 올렸다. 

3천 미터 급 산도 없었던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산정의 높이가 7000 미터이고 굴뚝 높이 3000 미터를 더하면 산의 최종 높이는 해발 1만 미터 였다. 

세계의 내로라 하는 산악인들은 한국의 이 산을 정복하기 위해 고소적응과 함께 하루도 쉬지 않고 인공 암벽을 오르내리는 극한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산악인들은 이 산의 이름을 ‘코리아 더블유 엠’이라고 불렀다. 사실 이 산의 이름은 원래 뒷산이었다. 경상도의 작은 마을 뒤에 있어서 붙은 이름인데 산이 200 미터 안돼 그냥 뒷산으로 불렸던 것이다. 

쓰레기 산이 완공되고도 정부나 지자체는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외국 언론들은 산악인들의 입을 빌려 쓰레기의 영문 앞 자인 더블유와 마운틴의 첫 글자를 따서 코리아 더블유 엠이라고 부리기 시작했다. 

그 후 한국의 언론들도 따라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그런 이름이 붙었다. 애초 이 지역은 이런 작은 돌산들이 수십 여가 붙어 있는 이른바 산악 지대 였다. 

마을은 골짜기를 끼고 십여 가구씩 옹기종기 모여 살았는데 한 때 인구가 5천 만 명을 넘을 때도 가구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워낙 오지인데다가 교통도 불편했고 산들이 많아 개발의 이익보다는 개발비가 더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건설업자들이 최후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곳이다. 그런데 쓰레기 산이 만들어 지면서 쓰레기 산 건설의 최대 업체가 이곳을 눈여겨보고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기초부터 완공까지는 3년이 걸렸다. 지상에서 1만 미터를 쌓아 올리는데 이 기간은 세계의 어떤 나라 건설업체도 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만큼 한국의 건설 기술이 우수했으며 세계 각국은 이 산의 완공식에 수많은 기자들을 보내 인류가 만든 위대한 유산을 기록으로 남기기에 바빴다. 

산은 곧 명물이 됐다. 코리아 더블유 엠을 구경하기 위해 각국의 여행사들이 바쁘게 움직였으며 모객 된 고객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경상도 직항로를 가득 채웠다.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매캐한 연기와 짙은 안개 사이로 삐죽이 솟아오른 첨탑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일행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일정대로 여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가이드 말에 절대적으로 따라야 했다. 이들은 대개 고속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1천 미터에서 하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상은 두 발로 걸어야 했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이 정도 산행만으로도 세계 최대의 산에 올랐다는 자부심을 품었다. 그러나 트래킹 전문 여행사는 달랐다.

좀 걸어 봤다는 사람들은 8천 미터까지 욕심을 냈다. 인간이 무산소로 등정할 수 있는 거의 마지노선이었다. 여기까지는 간혹 등정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그곳에서 내려다 본 풍광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마치 우주에서 지구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 그곳을 정복한 자들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1만 미터는 오르지 못했다. 아직 1만 미터 정상을 오른 이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1번이 되기 위한 산악인들의 도전과 열정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누군가가 정상에서 그 나라의 국기를 손에 들고 사진을 찍는다면 이는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도착한 암스트롱의 그것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위대한 것이었다. 

그 위대함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도전자는 끊임없이 나왔다. 그러나 그들은 8천 미터 까지는 성공했으나 그 이상을 오르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산소 부족도 원인이었지만 직벽인 건물의 외벽을 장비의 도움 없이는 오르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과학자들은 잘하면 두 명 정도가 21세기가 지나기 전에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간의 한계를 지닌 체력을 지닌 자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고 그는 어벤저스와 같은 강인함으로 마침내 인류에게 거대한 즐거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나라들의 경쟁은 극심했다. 팀을 꾸려 전문적으로 훈련하는 것은 물론 국가 프로젝트로 상당한 예산이 지원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기 나라 땅에 있는 산을 자기 나라 사람이 제일 먼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언론들도 유망하다 싶은 등산가를 모아 도전의식을 부추기고 성공했을 경우에 받게 될 찬란한 칭호와 엄청난 부를 예고했다.

기업들은 등반에 성공할 경우 산의 높이만큼의 오만원 권을 주겠다고 장담했다. 5만 원권을 1만 미터 높이로 쌓았을 경우 얼마인지를 사람들은 계산기를 들고 두드려 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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