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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골짜기산의 국제 공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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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골짜기산의 국제 공모에 들어갔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5.07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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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쓰레기 산이 아무리 좋아도 자연산만큼은 아니었다. 인공이 위대해도 자연을 따라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남편은 인공산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원래 있던 산에 더 마음이 끌렸다. 등산이라고 하면 둘 다를 포함했지만 그 에게는 애초의 산에 국한됐다.

그가 휴가를 내고 설악산에 오른 것은 그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모양이 좋고 접근성이 뛰어나도 인공은 인공이었다. 그는 인공을 오를 때 쓰는 방독면이나 특수 처리된 아웃 도어를 불편해했다.

비록 완벽하게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삼중 필터가 달린 방독면을 쓴다고 해도 왠지 거북했다. 좋은 공기를 마시고 호흡을 깊게 하기 위해서 등산하는데 굳이 방독면까지 써야 할 이유가 없었다.

오를 때 입는 옷도 마찬가지였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등산용품 제조사는 통풍은 물론 피부 보호를 위해 역시 삼중의 여과장치가 달린 특수 아웃도어의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화려한 색깔과 특수라는 용어가 주는 특권의식에 젖은 부호들은 한 벌에 수 백 만원 하는 이 아웃 도어를 앞다투어 사들였다.

심지어 이들은 쓰레기 산을 오르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때도 이런 옷을 입고 다녔다. 단지 편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었지만 실재로는 옷으로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서 였다.

외국 여행을 떠날 때 이들의 차림은 더욱 화려했고 현란했다. 멀리서도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을 한 눈에 알아봤다. 옷차림이 단연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상의에 들어간 칼라만 네 가지가 넘고 하의에도 그 정도의 색이 들어갔으니 오색의 물감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셈이다.

현지 언론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동네 산을 가면서 히말라야 복장을 한다고 비꼬았으나 그런 것에 주눅이 들 그들이 아니었다.

외국인들도 한국인이 자신들도 입지 못하는 아주 비싼 옷을 입고 있다는데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얼마나 잘 살면 너나없이 저런 옷을 입을까 하는 시기와 질투가 기사의 밑면에 그대로 드러났다. 남편은 그런 것도 부담스러웠다.

확실히 등산옷이 편하긴 했다. 땀이 차도 곧 말려 주었고 걷는데 들러 붙지도 않았으며 비가 와도 젖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막아 줬고 더우면 바람을 불어 넣었다.

그는 그렇기때문에 외국인들의 비난이 터무니없지는 않지만 전적으로 동감하지도 않았다. 옷입는 것까지 시비하는 것은 문화적 우월감에 빠진 열등한 민족의 소산이라고까지 여겼다.

그는 설악산의 공룡 능선을 걷고 있었다. 평일이었고 이른 아침이어서 산은 온통 그의 것이었다. 부지런한 사람들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뒤를 보고 앞을 보아도 산속에는 자신만이 있었다. 이런 풍광을 혼자 독차지 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는 온 세상이 자신의 것이라고 되는 양 두 팔을 지켜 들고 마음껏 행복에 젖어 들었다.

세상을 사는 것이 별 것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때 그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홀로 행복한 것이 미안했다.

사람들이 이런 행복을 같이 느꼈으면 하고 바랐지만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대신 이런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했다.

그는 그러나 곧 슬픔이 먹구름처럼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저 깊은 골짜기 역시 쓰레기로 채워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어떤 모양으로 채워 넣을지 당국은 국제 공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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