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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는 손금도 볼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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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는 손금도 볼 줄 알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4.03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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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리처드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깥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휴게소 이정표였다. 그는 그녀에게 들러도 되겠느냐고 묻지 않았다.

배려였다고 그녀는 느꼈다. 허허벌판에 작은 건물 하나가 서 있었다. 어디를 둘러 보아도 이 건물 말고 다른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미국이 큰 나라인 것은 알겠지만 도로 주변에서 다른 건축물을 볼 수 없을 정도인 것이 이해불가였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녀는 붉은색 스카프를 둘렀다. 변화를 리처드는 감지했다.

둘은 햄버거를 시켜 먹었다. 무엇을 간단하게 먹기에 좋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근사를 하기 전에 요기가 필요했고 그녀는 따라온 콜라를 마시면서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실내에서도 리처드는 선글라스는 벗지 않았다. 그는 평소에도 자주 눈을 가리는 짙게 코팅된 안경을 썼는데 그것에 대해 그녀는 왜 그런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가능하면 사적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이것은 미국에서 3년간 보내면서 변화된 자신의 습관이었다.

시시콜콜하게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실례라는 것을 그녀는 체험으로 알았다. 휴게소 뒤에는 옷등 선물을 파는 작은 가게가 딸려 있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으나 들어와 보니 하나의 건물로 연결된 통로가 있었다.

그녀는 그곳을 바라 보았고 리처드는 그녀가 구경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둘은 좁은 공간에서 이거저것 아기자기 하게 꾸며진 실내를 둘어 보았다.

리처드가 담배를 사는 것을 보고 전갈 그림이 그려진 라이터를 그녀는 샀다. 그가 담배를 피기 위해 흡연장소로 갈 때 그녀는 그에게 그것을 전해주었다.

리처드는 감격하는 모습이었다. 세상에나, 선물을. 그는 3억 원짜리 피사의 오토메틱 시계를 선물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리처드에게서 그녀는 참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구나 하고 다시 느꼈다. 둘은 차에 올랐다.

그에게서 니코틴 냄새가 났다. 싫은 냄새였으므로 그녀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창쪽을 향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금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세서 그녀가 차의 뚜껑을 닫았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자 리처드는 그렇게 했으므로 그녀는 수동으로 오른쪽 창문을 조금 열었다.

작은 몸짓에도 어떤 의미를 부여했던 리처드는 그녀가 자신에게서 나는 냄새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워 했다.

입 냄새 일수도 있고 흑인 특유의 냄새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리처드는 조금 조심하면서 아래쪽의 작은 박스를 당겨서 열었다.

그리고 알약 형태의 껌통을 꺼냈다. 그녀가 옆에서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두 개를 집어 들어 그에게 건넸다. 그는 운전에 신경을 써야 했으므로 잠깐동안 그녀의 손안에 펼쳐진 두 개의 하얀 색 알을 오래 바라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손을 분명히 보았다. 생각해 보니 그녀의 손금도 본 것 같았다. 감정선이니 재물 운이나 생명선까지 눈앞에 선했다. 그런 것처럼 보였다.

리처드는 서양인답지 않게 동양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 손금도 볼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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