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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12-09 18:50 (금)
산의 능선에 올라 일단 시야를 확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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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능선에 올라 일단 시야를 확보해야 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3.28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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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보기에 좋았다. 숲은 울창했고 골은 깊었다. 하늘은 높았고 구름은 멀리 흘렀다. 나는 가능한 한 정상까지 가는 길을 길게 잡았다.

일정이 3일이나 있는 만큼 최단 거리를 택할 이유는 없었다. 대청봉까지는 하루에 왕복을 한 경험이 두어 차례 있었다. 서두르지 않았으므로 나는 산세를 더욱 유심히 살펴볼 수 있었다.

모처럼 휴가 기분도 내고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묵을 때를 씻어 보자는 심사도 한 몫 거들었다.

그래서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도 둘러보는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올라가서는 한 시간 이상을 바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참으로 경치가 좋았다. 보이는 곳에 인가나 인간의 구조물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으므로 마음은 상할 필요가 없었다.

다시 원점으로 내려와서는 신흥사에서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머물렀다. 이른 오전이어서 경내는 조용했고 분위기는 고즈넉했다.

외국인 남녀 한 쌍이 들어와 주변을 살펴보았다. 처음 와보는 사람이 으레 그렇듯이 얼굴 가득 호기심이 넘쳐났다.

그들은 험한 산을 등산하는데 필요한 준비를  철저히 했는지 배낭의 크기가 내 것과 얼추 비슷했다.

여자도 남자와 차별없는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구경하면서도 그것을 내려놓지 않고 어깨에 붙이고 있었다.

척 봐도 산꾼 같은 행세였다. 힘들다는 티를 내지 않았고 얼굴에는 묘한 자신감 같은 것이 묻어났다.

그들은 나의 존재를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것처럼 느끼고 있었으나 없는 사람 취급하듯이 신경을 쓰지 않았고 나도 일부러 그렇게 했다.

절의 둥근 기둥에 잠시 기대앉아서 아까 올라갔던 권금성의 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사는 것도 별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인간 세상은 왜 이리도 복잡하고 험난하고 이기와 질투가 가득한지 한번 쯤 속세를 벗어나 보라고 철학자 니체처럼 설파하고 싶었다.

외국인이 자리를 뜨고 나서도 한동안 나는 그렇게 멍 때리기를 했고 대웅전 안쪽으로 보이는 불상을 향해 경건한 마음이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 손을 모아 보기도 했다.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경내를 내가 떠난 시간은 오전 9시 38분이었다. 나는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느리게 걷더라도 쉬지는 않았다. 울산바위에 올라가 보기도 했다. 속초 시내가 보이는지 안보이는지 안개가 자욱이 몰려 왔다. 안개 틈새로 바다가 보이는지 안보이는지 가늠해 보면서 왔던 길을 다시 되짚었다.

여기서부터는 안내 표시판도 보지 않으리라. 오로지 정상 쪽으로만 향하면 방향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식량도 있고 잠자리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사람만이 느끼는 여유가 갈수록 더해졌다. 등뒤의 묵직함은 힘들기 보다는 안도감을 더해 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의 온 생각은 절대자를 만다는데 모아졌다. 그를 만났을 때 해야 할 태도와 대화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다.

지난번 관악산에서 만났을 때 크게 실수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때를 복기하면서 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던 말들을 상기했다.

절대자가 언제 어디서 불쑥 나타날지 모를 일이었다. 아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근심스러운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심각한 쓰레기 상황을 생각하자 한시라도 빨리 절대자를 만나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서왔다. 나는 일단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능선까지는 쉬지 않고 오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히말라야의 눈표범처럼 시야를 확보해야 절대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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