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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작정 설악산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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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작정 설악산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3.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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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낸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놀랬다. 그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미조차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가 국장에게 그런 보고를 한 것을 나중에 알았을 때 동료들은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보다 현재 일에 만족했고 열심이었던 그였기에 충격은 컸다. 처음에 동료들을 그가 큰 회사의 사장이었다는 사실에 며칠만 일하겠지, 아니면 한 달 후에 사표 쓸 거야,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일 년이 가고 이년이 가고 삼 년이 지나자 잘못된 판단을 했음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휴가라니.

그는 동료들의 궁금증에 속 시원히 답하지 않았다.다만 거듭되는 호기심에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는 말만 했다.

그들은 그 누군가가 미국에 있는 부인이라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삼년간 떨어져 있더니 이혼이라도 할 모양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들은 그가 앞으로 보여줄 태도에 대해 미리 걱정했다.

그들은 그가 보이지 않거나 없는 틈을 타서 한마디씩 했다. 그러면서 그의 청소 인생은 이것으로 끝이다, 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그는 3일 후에는 돌아온다고 말했다. 다른 직업보다도 이 직업을 사랑하고 자신은 언제나 쓰레기 줍는 일을 하겠다고 의문을 표하는 동료들에게 대꾸하고는 휴가를 떠났다.

그는 집에 도착해서 등산복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삼일의 휴가를 허투루 쓸 이유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만 휴가를 내고 싶었다.

절대자를 만나기만 하면 오늘 당장이라도 복귀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전 약속도 없이 절대자를 하루아침에 만나는 것을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무작정 산으로 향했다. 그는 강릉으로 먼저 갔다. 케이티엑스에서 다시 삼척행 버스로 갈아타고 설악동 입구에서 내린 그는 무작정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평일 이른 시간에 등산로는 한적했다. 더 깊이 들어가자 관광버스에서 내린 산악회원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생각 없이 한 발 한 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은 깊었고 내는 길게 이어졌다. 그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심호흡을 깊게 가져갔다.

산도 좋았다. 쓰레기가 넘쳐나는 해변만은 못했지만 그래도 산을 그는 미워 할 수 없었다. 자연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은 사실 바다가 아닌 산이 먼저였다.

그는 30여 년 전에 설악산을 오른 적이 있었다. 그가 비선대를 거치고 흔들바위를 지난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접어 들을 때 그는 산이라는 것이 이럴 수도 있을까 하는 의문을 숱하게 품었다.

이것이 과연 산인가. 뒷산에서만 놀았던 그가 설악산을 접하고 나서부터 그는 인간이 한 뼘은 더 커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때의 충격을 그는 간직하면서 쭉쭉 뻗어 올라간 나물들을 쳐다보았다. 나무 사이로 작은 하늘이 보였고 그 사이로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다녔다.

그는 어디선가 자신을 보고 있을 절대자가 나타나기만을 바랬다. 배낭을 조금 가볍게 하기위해 그는 산행 한 시간이 지난 후에 바위턱에 기대앉았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쵸코렛 하나를 까먹었다. 달고 맛있었다. 해변에서 먹는 도시락 맛이 났다. 그는 이 순간에도 쓰레기를 주워 담고 있을 동료들을 생각했다.

홀로 호강하고 있어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일년마다 휴가를 가는 동료들도 그런 자신을 이해하리라고 믿었다. 무려 3년 만의 휴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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