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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살로메> (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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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9.03.19  15: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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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용모, 육감적인 몸매의 여자가 남자를 유혹해 파멸로 이끈다. 아담에게 사과를 건넨 이브를 팜므파탈의 원조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요한의 머리를 요구한 살로메는. 성경 속 살로메와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는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치명적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짧지만 강렬하다. 그 점은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야기는 헤롯왕의 궁전에서 펼쳐진다. 달빛이 교묘하다.

알다시피 헤롯왕에게는 부인 헤로디아가 있다. 헤로디아의 딸이 살로메가 되겠다. 살로메의 아버지는 따라서 헤롯이다. 하지만 친딸은 아니다. 의붓아버지가 되겠다.

헤롯 형의 전 부인이 지금 왕비인 헤로디아다. ( 성경에서는 동생이다. 어쨌든 지금으로 보면 참, 거시기한 집안이다.)

살로메는 아름답다. 달빛보다도 그렇다. 그래서 젊은 시리아인인 왕의 근위대장과 병사는 물론 거기의 남자들은 모두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는다.

그들은 달린 입으로 한마디씩 한다. 오늘 밤에는 살로메 공주님이 유난히 아름다워.

그 아름다운 몸을 보는 또 다른 눈이 있다. 바로 헤롯이다. 딸을 보는 그의 눈빛이 음흉하다. ( 표현이 과했다고 해도 이해 바란다. 전체 상황을 보면 그렇다.)

그 때 우물 안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갇힌 요카난이다. (세례 요한의 히브리식 이름) 내 뒤에는 나보다 더 강한 사람(예수)이 온다고 소리친다.

병사들은 수군거린다. 사막에서 메뚜기와 산 꿀을 먹고 산 예언자의 목소리라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그 입을 다물게 하고 싶어도 참는다.

듣는 귀로 살로메도 그의 존재를 안다. 살로메는 그러나 요카난보다는 아버지를 비웃는다. 어머니 남편이 눈꺼풀을 떨며 두더지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고.

그 의미는 모르기보다는 확실히 알기 때문에 살로메는 괴롭다. 그래서 순백의 비둘기처럼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마침 달이 떠오르자 그녀는 한 번도 순결을 빼앗긴 적이 없는 처녀에 그것을 비유하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요카난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인간의 아들이 곧 온다고 외친다. 살로메는 예언자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젊은 요카난을 만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병사들은 말린다. 왕명으로 면회까지 금지한 자를 공주에게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물러나면 살로메가 아니다. 기껏 병사들의 반대에 비위나 맞추는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데려오라고 병사들에게 호통친다.

요카난이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장교에 몸을 맡긴 여자, 몸이 단단한 젊은 남자에게 몸을 맡긴 여자, 근친상간의 침상. 자신의 부정을 회개하라고 헤로디아를 꾸짖는다.

살로메는 어머니를 모욕하는 자를 무섭다고 하면서도 그에게 더 가까이 간다. 우물 위의 여자를 보고 우물 아래의 요카난이 말한다.

금을 바른 황금 눈까풀 아래 황금빛 눈으로 나를 보는 저 여자가 누구냐. 헤로디아의 딸 유대의 공주라는 대답.

그러자 곧바로 네 어머니는 부정의 포도주로 땅을 채웠고 그 죄의 외침이 하느님의 귀에까지 갔다고 저주를 퍼붓는다.

어머니에게 나쁜 소리를 하는 말을 듣고도 공주는 그를 나무라기 전에 그 목소리는 내 귀에 음악이라고 허튼소리를 지껄인다.

빠져도 완전히 빠졌다. 우물 속의 생쥐 꼴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달라고 요카난에게 애원한다. 그렇다고 들어줄 요카난도 아니다.

사막으로 가서 사람의 아들(예수)을 찾으라고 딴소리다. 두 사람은 각기 서로 다른 욕망에 이끌리고 있다. 어긋나는 길은 합쳐질 수 없다.

요카난의 몸을 사랑해 그 몸을 만지게 해달라는 살로메와 하느님의 말만 듣겠으니 나에게 말도 걸지 말라는 요카난. 둘은 고집에서 막상막하다.

싫다는 데도 숲의 정적보다 검은 머리카락을 만지고 싶다거나 입을 맞추고 싶다는 여자나 소돔의 딸 물러가라,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지 말라고 외치는 요카난이나 한 성질에서는 피장파장이다.

과연 성질 대 성질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병사들은 안절부절못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한다. 근위대장이 자살했다.( 그 이유는 잘 나와 있지 않다.) 그래도 공주의 관심은 오직 요카난을 만지는데 있다.

입 맞추고 싶어 혈안이 된 대단한 여자다. 간음의 딸이나 근친상간의 딸에게 저주가 있다는 악담도 사랑에 빠진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

이 정도면 한 번쯤 소원을 들어줄 법도 한데 요카난도 남자치고는 쩨쩨하다.

다시 한번 그 여자에 그 남자.

어수선한 틈을 타서 테라스에는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헤롯왕이 헤로디아와 함께 나타나 무슨 일인지 궁금해한다.

연회장으로 오라는 공주가 오지 않자 기다리다 지쳐서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다 시체가 흘린 피에 미끄러지는 헤롯왕. 체면 단단히 구겼다.

병사들 말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벤 시체가 아니면 시체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런 시체에 자빠졌다. 그 스스로 불길한 징조라고 중얼거리지 않아도 비극의 기운은 깊숙이 파고든다.

그는 일어나서는 그가 온 목적인 공주를 보기 위해 안달한 모습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보지 말라는 부인의 간청에도 너무 많이 보고 있다.

포도주잔을 들이밀고는 네 작고 빨간 입술을 여기에 살짝 담그라고 유혹한다. 나머지는 내가 먹겠다면서.

공주는 태연하다. 목마르지 않다고 대답한다. 과일을 주면 배고프지 않다고 하고 내 곁에 앉으면 네 어미의 관을 씌워주겠다고 말하면 피곤하지 않다고 거절한다.

살로메는 둘러치는데도 명수다.

조용히 하면 중간이라도 가련만 요카난은 또 우물 안에서 떠들어 댄다. 때가 와서 예언이 이루어진다고. 그날이 가까이 왔다고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음탕한 창녀를 돌로 치라고, 검으로 찌르고 방패로 짓누르라고.

왕비는 그가 당신 아내인 자신을 모욕하고 있다고 유대인에게 넘기라고 유대인들처럼 요구하지만 헤롯은 당신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다고 거부한다.

그러면서 눈빛은 살로메에 머문다. 그리고 나를 위해 춤을 추라고 명령한다. 왕명이다. 그러나 살로메의 대답은 노.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요카난이 화를 부추긴다. 벌레에 갉아 먹힌다고 이번에는 헤롯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헤롯은 내가 아닌 카파도키아 왕이라고 딴청을 부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간청한다. 살로메, 나를 위해 춤을 춰다오.

피에 미끄러지고 공중에서 날개가 퍼덕이는 소리를 들은 슬픈 나를 위해.

춤을 춘 다음 원하는 것을 말해라. 그러면 다 들어주마. 왕국의 반이라고 주겠다.

옆에서 듣고 있던 헤로디아는 왕의 말을 거부하라고, 춤을 추지 말라고 딸에게 말한다. 왕은 거듭 요구한다.

움직이지 않던 살로메가 반응을 보인다. 그러자 왕은 정말 원하는 것을 다 주겠다고 왕관을 걸고 신을 걸고 맹세하겠다고 재차 다짐한다.

춤을 추고 난 후 잊지 말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요구하라고 한 번 더 못을 박는다. 맹세를 깨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고 나는 내 말의 노예라고.

이번에는 살로메가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살로메는 춤을 춘다. 베일 일곱 개를 벗으면서. ( 아마도 스트립쇼일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이라면 인류 최초의 스트립 쇼걸이 살로메가 되겠다.)

: 살로메는 노예들이 가져온 향수로 치장을 하고 신발을 벗고 맨발로 춤을 춘다. 하얀 비둘기, 하얀 장미꽃 같은 두 발로 살로메가 몸을 흔든다.

헤로디아는 춤을 추지 마라, 내 딸아 하고 만류하지만 듣지 않는다. 어미의 말을 무시하는 살로메. 베일이 하나씩 벗겨진다. 왕의 환호. 춤은 끝났다.

행복한 헤롯은 나를 위한 춤을 춘 딸에게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네 영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너에게 주겠다고 가지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한 약속을 지킬 기세다.

여기서 그 유명한 은쟁반이 등장한다. 살로메는 왕국의 반이 아니라 은쟁반 위에 올리고 싶은 것으로 요카난의 목을 요구한다.

얼씨구나 좋구나.

그제서야 왕비는 말한 번 잘했다고 딸을 칭찬한다. 헤롯은 경악한다. 노. 보석을 주마. 다른 것은 다 돼도 머리만은 사절이다.

그러나 살로메는 나의 즐거움과 왕의 맹세를 들먹이면서 사랑했던 남자 요카난의 머리를 거듭 주장한다. 왕은 애걸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요카난의 머리를 요구합니다.’

그 어떤 것도 살로메의 관심 사항이 아니다. 왕은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저 아이에게 달라는 것을 주도록 하라고 사형집행인에게 명령한다.

왕의 절규.

‘어떤 왕도 맹세 같은 걸 하지 못하게 하라. 지키는 것도 지키지 않는 것도 무시무시한 일이다.’

살로메의 그다음이 궁금한가. 그럴 것이다. 살로메는 살아서 행복했을까. 은쟁반에 올라온 요카난의 머리 앞에서 살로메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렇게 할 거라고 말한 대로 당신에게 입 맞추겠다고. 그리고 그가 살아서 하지 못한 그것을 한다.

단맛일까, 쓴맛일까. 그것이 무슨 맛이든 살로메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원하는 일을 했으니까. 그런 독부에게 왕은 빙글 돌아 저 계집을 죽여라, 하고 고함친다.

막이 내릴 때 달빛( 처음에도 그 빛이 나왔다. 중요한 순간에 달은 빛을 발하며 땅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보고 있다.)이 그녀를 환하게 비추고 병사들은 때마침 방패로 그녀를 눌러 뭉갠다.

오스카 와일드는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탐미주의자였다.

숨 막히는 빅토리아 시대 그는 시대의 이단아였다. 언행은 파격적이고 재치 있었으며( 시인 예이츠는 그의 말솜씨에 대해 “일상 대화에서 그렇게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을 정도다.) 입는 옷은 대단했다.

패션의 원조이며 시인 극작가 소설가 평론가 재담가인 만능인 오스카 와일드. 잘생긴 얼굴에 잘 차린 옷을 입은 오스카 와일드.

벨벳 자켓에 흰 와이셔츠. 그 구멍에 녹색 카네이션을 꽂았다. 짧은 바지에 검은 비단 스타킹을 신고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에는 책을 잡고 조금은 아련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인생에는 천재성을 쏟아부었고 글쓰기에는 그냥 재능만 투여했다.” 과연 그랬다.

동성애로 재판을 받아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그 자신은 사회주의자이며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했다.

살로메에 대해 그는 “병적인 정렬을 묘사해 관객을 전율시킬 목적으로 썼다”고 밝혔다. 의도한 대로 작품은 나왔다.

살로메는 프랑스어로 썼으나 그의 동성 애인으로 알려진 앨프리드 브루스 더글러스(서문에 나의 친구이자 내 희곡의 번역가라고 그를 소개했다. )가 영역했다.

왜색풍이 짙은 삽화는 오브리 비어즐리의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이후 가장 사랑받는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살로메> 외에도 <행복한 왕자>, <아서 새빌 경의 범죄>, <진지해지는 것의 중요성> 등을 후대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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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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