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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렐토, 하지절단까지 줄인 유일한 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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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렐토, 하지절단까지 줄인 유일한 약제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9.02.21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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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

“지금까지 이런 혜택을 제공한 약제는 없었다.”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 바이엘)가 비(非)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tion) 중 최초로 동맥질환에 진입했다.

효과에 대한 확신에도 불구하고 이상반응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해 시도하기 어려웠던 이중경로(Dual Pathway) 차단전략의 가치를 COMPASS 연구를 통해 입증해낸 것.

이에 따라 그동안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임에도 불구하고 아스피린 하나에 의지해오던 관상동맥질환(Coronary Artery Disease, CAD) 및 말초동맥질환(Peripheral Artery Disease, PAD) 환자들에게 보다 강력한 심혈관질환 예방요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에게는 하지 절단에 대한 공포를 덜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렐토가 가져온 NOAC의 진보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를 만나 말초동맥질환에 있어 항응고-항혈소판 이중요법의 의미와 COMPASS 연구의 가치를 조명했다.

▲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 바이엘)가 비(非)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tion) 중 최초로 동맥질환에 진입했다. 이중경로(Dual Pathway) 차단전략의 가치를 COMPASS 연구를 통해 입증해내며 그동안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임에도 불구하고 아스피린 하나에 의지해오던 관상동맥질환 및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에게 보다 강력한 심혈관질환 예방요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 특히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에게는 하지 절단에 대한 공포를 덜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렐토가 가져온 NOAC의 진보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를 만나 말초동맥질환에 있어 항응고-항혈소판 이중요법의 의미와 COMPASS 연구의 가치를 조명했다.

◇말초동맥질환(PAD), 심혈관계 사건의 고위험군
자렐토(2.5mg)는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혈성 사건의 발생 위험이 높은 관상동맥질환 또는 증상이 있는 말초동맥질환 성인 환자에서 아스피린과 병용하여 죽상동맥혈전성 사건(뇌졸중, 심근경색 및 심혈관계 이상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감소’에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이 가운데 말초동맥질환은 죽상경화증에 의해 주로 다리에 뻗어있는 동맥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데, 1~3%의 환자가 다리를 절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고영국 교수는 “말초동맥은 대동맥에서 나오는 모든 가지, 분지들을 일컫는 말로 굉장히 광범위한 개념”이라면서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초동맥이라고 하면 좁은 의미에서 사지동맥의 좁아진 상태를 말하며, 이 말초동맥이 50% 이상 좁아진 경우에 ‘질환이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혈관이 50% 이상 좁아져 있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말초동맥질환이 있으면 그만큼 심혈관 사건의 위험도가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말초동맥이 50% 이상 좁아졌다면, 상대적으로 얇은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은 심하게 좁아졌거나 이미 막혀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그는 “말초동맥질환이 있는 사람은 관상동맥이나 다른 혈관에 질환이 있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훨씬 더 높다는 이야기”라며 “따라서 말초동맥질환 환자는 심혈관계 이벤트의 아주 고위험군”이라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증상이 심해지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있거나 발의 색깔이 변하고 다리가 차가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조금 더 심하면 괴사가 나타나서 발가락 하나가 썩거나, 상처가 났는데 아물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말초동맥질환, 항혈소판제로는 한계
이처럼 혈관이 좁아져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각한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항혈전제를 사용하는데, 항혈전제는 크게 항응고제와 항혈소판제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자렐토를 비롯한 NOAC은 혈액응고인자에 작용하는 항응고제로 혈류가 느린 정맥질환에서 활용되어 왔으며, 혈류가 빨라 혈액응고인자의 영향이 적은 동맥질환에서는 주로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맥질환에서도 항응고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항혈소판제만으로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이와 관련 고 교수는 “그동안 동맥경화질환에는 항혈소판제를 써 왔는데, 아스피린이 대표적인 항혈소판제로 항상 대조군으로 많이 사용된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많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혜택(benefit)을 보여주는 연구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나마 “메타분석 등을 통해 ‘뇌졸중을 줄여줄 수 있다’, 또는 작은 연구에서는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지만 무작위 배정 비교를 통해 보여준 연구는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피린이 표준치료요법(SoC)”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스피린을 복용하더라도 계속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은 이벤트가 많이 나타났다”면서 “사망률이 5년 이내에 30% 정도 되어 거의 암환자 사망률과 비슷하며,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 사건 위험 또한 연구마다 다르지만 30~50%로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PAD 환자들에게 이러한 위험을 더욱 확실하게 줄여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클로피도그렐과 같은 2세대 항혈소판제나 비교적 최근에 소개된 3세대 항혈소판제를 활용한 연구도 진행됐지만,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의미있는 데이터는 얻을 수 없었다.

고 교수는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혼합해서 아스피린하고 비교한 연구도 있었는데, 약간 혜택이 있었지만 출혈의 위험이 높아서 그 조합으로는 장기적으로 쓰지 않는다”면서 “또 다른 항혈소판제제를 투여한 경우도 있었으나 마찬가지로 혜택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COMPASS Study, 혈관의 경계를 허물다
항혈소판제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혈소판과 혈액응고인자 모두에 작용하는 이중경로(Dual Pathway) 차단전략이 부상했다.

두 가지 혈전생성 기전을 모두 차단함으로써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겠다는 의도였지만, 강력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출혈의 위험이 커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이와 관련 고영국 교수는 “사실 (혈소판과 응고인자) 두 가지는 완전히 분리된 시스템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이라며 “즉, 응고 인자 관련 시스템이 활성화 되면 혈소판도 활성화 되고, 혈소판이 활성화되면 응고 인자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항응고제와 항혈소판제를 다 쓰는 것이 두 가지 경로를 완전히 막을 수 있으니 이상적”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두 가지를 다 쓰지 않았던 이유는, 출혈 위험 너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이익은 있는데 출혈이 많아지면 오히려 그 이익을 깎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일반적으로 두 가지를 잘 섞어서 쓰지 않고 정맥에서는 항응고제만, 동맥에서는 항혈소판제만 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정관념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 COMPASS 연구다. 대규모 무작위 배정 임상연구를 통해 항응고제인 자렐토와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의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것으로 NOAC이 정맥의 한계를 넘어 동맥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전세계 33개 국가 2만 7395명의 CAD·PA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COMPASS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렐토-아스피린 병용요법은 아스피린 단독요법 대비 뇌졸중, 심혈관계 이상으로 인한 사망 및 심근경색으로 구성된 복합평가변수에 대한 상대위험도(relative risk)를 24% 낮췄다.

또한, MACE(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 주요 심혈관계 사건) 개별변수 중 뇌졸중 및 심혈관계 이상으로 인한 사망의 발생 위험을 각각 42%와 22%씩 유의하게 감소시켰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도 18%를 줄였다.

다만, 자렐토 역시 아스피린과의 병용요법의 대출혈 위험이 아스피린 단독요법보다 높았지만, 치명적 출혈이나 두개내 출혈은 유의하게 증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이번 COMPASS 연구에서 나온 결과가 획기적인 이유는 이 두 가지를 결합해서 썼는데 효과가 좋았고 치명적 출혈 위험 역시 대조군에 비해서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출혈은 향후 치료에서도 계속해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COMPASS 연구에서는 항응고제와 항혈소판제를 함께 쓰더라도 출혈이 어느 정도 통제됐고, 이익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전에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NOAC과 항혈소판제를 같이 쓴 연구가 있는데 항상 출혈 위험이 문제가 됐다”면서 “COMPASS는 말초동맥질환, 동맥경화질환에서 항응고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거의 처음 확인한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고영국 교수는 COMPASS 연구의 성공 비결은 ‘적절한 용량 선택’에 있었다면서. 다리, 말초동맥질환 환자에서 심혈관계 사건만 줄여준 것이 아니라 하지 절단이나 주요 시술, 수술의 사건까지 모두 줄인 약제는 지금까지 없었으며, 그런 측면에서 COMPASS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라고 역설했다

◇COMPASS Study 성공의 비결은 ‘절묘한 용량 선택’
COMPASS 연구가 출혈의 위험을 넘어 최초로 항응고-항혈소판제 병용요법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절묘한 용량 선택에 있었다는 평가다.

바이엘은 COMPASS 연구에 있어 ‘1일 1회(QD)’라는 자렐토의 최대 장점을 버리고 1일 2회(BID) 2.5mg(자렐토+아스피린 병용요법)과 1일 2회 5mg(자렐토 단독요법) 이라는 새로운 용량과 용법을 시도했다.

정맥과는 달리 혈류가 빨라 저용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 죽상동맥혈전의 특성을 감안, 정맥질환에서 사용되던 자렐토 표준용량(1일 1회 20mg)보다 적은 용량을 2회에 나누어 투약하도록 한 것.

고영국 교수는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적절한 용량을 썼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라며 “심방세동을 예방하기 위해 쓰는 용량의 1/4(2.5mg BID) 정도를 쓴 군에서 가장 효과적이었고, 출혈 사건도 적었으며, 치명적인 이벤트도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더 높은 용량을 썼으면 혜택(Benefit)은 더 높았을 수도 있지만, 출혈이 많아지면 그 혜택이 줄어든다”면서 “그래서 용량 상의 혜택과 위험의 접점을 잘 찾아서 적절한 용량에서 혜택은 최대한으로 얻고, 치명적인 출혈의 위험도는 대조군에 비해서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렐토, 심혈관 사건 뿐 아니라 하지 절단 위험까지 줄인 유일한 약제
특정 질환에서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것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자렐토가 동맥질환으로 활동폭을 넓히고 항응고-항혈전제 병용요법이 가능해지면서,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은 심혈관질환 위험 뿐 아니라 끔찍했던 하지 절단의 공포도 덜 수 있게 됐다.

COMPASS 연구에 따르면, 자렐토와 아스피린 병용요법은 아스피린 단독요법 대비 허혈성 뇌졸중과 심근경색, 급성 하지 허혈 또는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28%, 허혈성 뇌졸중과 심근경색, 급성 하지 허혈 또는 심혈관계 관련 사망은 26%를 줄였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COMPASS 연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다리, 말초동맥질환 환자에서 심혈관계 사건만 줄여준 것이 아니라 하지 절단이나 주요 시술, 수술의 사건도 줄어주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면서 “두 가지 사건 위험 모두를 줄여주는 혜택을 보여준 약제는 지금까지 없었으며, 그래서 COMPASS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라고 역설했다.

특히 “말초동맥질환 환자 중에서도 증상의 유무와 중증, 하지 허혈질환 등이 있는데 이러한 증상이 있을수록 심혈관 사건이나 사망 위험도는 현저히 더 높아진다”면서 “이런 환자에서 지금까지 심혈관 질환을 확실하게 줄여줄 수 있었던 연구 데이터는 굉장히 적었고, 그 중 COMPASS는 확실한 데이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COMPASS 연구는 3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굉장히 큰 규모의 연구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계획된 것보다 1년 단축해서 결과를 정리했으며, 그 결과 또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로 말초동맥질환 유병률 증가...적절한 예방 필요
고영국 교수에 따르면, 심각한 말초동맥질환 환자 중 항혈소판제만으로는 부족한 일부 환자에게는 불가피하게 와파린을 사용해왔다.

와파린은 약물, 음식과의 상호작용이 많아서 용량 조절이 쉽지 않고, 그만큼 출혈의 위험도 크지만 항혈소판제만으로는 부족하기에 단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와파린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자렐토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말초동맥 시술을 하고 혈류를 보면, 항혈소판제로 부족하다는 느낌이 항상 있다”면서 “특히 중한 환자들은 좀 더 강력하게 썼으면 하는데, NOAC에는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와파린을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런 환자들은 아무래도 출혈이 우려되기는 하는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단기적으로 쓰는 것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아무래도 와파린은 조절이 어렵고 출혈의 위험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만약 해당 적응증으로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면 환자들이 많은 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나아가 “고령 환자가 점점 늘고 있고, 당뇨병 환자도 늘어나고 있어서 말초동맥질환의 유병률이나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더 큰 위험이나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적절히 예방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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