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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약품비, 합리적 운용 방안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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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약품비, 합리적 운용 방안 고민해야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9.01.1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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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등재제도 불완전 요소 존재...오래된 약제로 신약 등재 발목

지난해 불거졌던 점안제 논란을 계기로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2년 대규모 일괄 약가인하 이후에도 여전히 의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며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재정의 비효율적 운용에 있다는 것.

특히 지난 2006년 도입된 ‘선별등재제도(포지티브리스트)’가 비용효과적인 의약품만을 선별 등재해 약가거품을 없앤다는 당초 목표와는 달리, 한 번 급여목록에 등재되면 반영구적인 특권을 제공하면서 효율적인 재정 운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희귀의약품을 중심으로 신약의 도입 약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특권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정부는 동일한 고민으로 지난 2007년, 선별등재제도 도입 전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목록정비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실패, 일괄 약가인하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제네릭 종합대책과 사후평가 강화 등을 계획하고 있어 또 한 번의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R&D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제약계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난 2009년, 리베이트 약가연동제를 시작으로 쌍벌제와 일괄 약가인하로 이어진 소용돌이가 꼭 10년 만에 돌아온 분위기다.

◇국내 의료비 중 약제비 비중 20% 상회...저소득 국가와 유사한 수준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비 중 약제비 비중은 20%를 상회하고 있다.

OECD 주요 국가 중 의료비 대비 약제비 비중이 20%를 상회하는 나라는 40%에 가까운 그리스를 포함, 체코와 이탈리아 등 일부에 그치고 있다.

반면, 영국을 비롯해 노르웨이와 스위스, 스웨덴, 일본 등의 약품비 비중은 10%를 하회하고 있으며, 나머지 국가들도 대체로 15% 이내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점안제 연간 청구액 2400억 수준...희귀의약품 소요 재정 3200억 육박
이 가운데 지난해 발생한 발사르탄 사태와 점안제 일괄 인하 논란은 선별등재제도의 부정적인 측면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것이 재평가를 요구하는 측의 주장이다.

비용효과적인 의약품만 선별적으로 등재해 리베이트와 그로 인한 약가 거품을 없앤다는 것이 당초의 취지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특권만 부여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2012년 단행된 일괄 약가인하 당시, 동일성분, 동일효능, 동일용량의 의약품에 동일한 상한액을 책정하는 약가 정책이 시행되면서 계단식 약가제도가 사라지고 후발주자들도 동등한 지위를 누리게 돼 가격 경쟁도 무의미하게 됐다는 평가다.

그러다보니 연간 의약품 공급금액 50억 미만인 제약사들이 30%에 이르고, 100개 이상의 품목을 공급하는 업체가 40%에 육박할 정도로 제약사들이 난립해 있다는 것.

지난해 정부와 제약계가 대립각을 세웠던 일회용 점안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의약품 유통구조가 점안제의 시장규모를 2000억대로 키웠다는 분석이다.

정부측에 따르면, 지난해 점안제 청구액 규모는 약 2400억으로 환자부담금을 더하면 3000억을 넘어선다. 희귀질환제에 소요되는 건보재정과 유사한 규모다.

◇자국보다 시장규모 큰 특허만료 의약품
무분별한 제네릭 의약품의 난립 뿐 아니라 특허만료 의약품의 지속되는 특권도 논란의 대상이다.

동일성분, 동일효능, 동일용량의 의약품에 대한 동일약가 부여 제도가 오히려 오리지널 선호현상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괄 약가인하 이전에 특허가 만료됐음에도 원외처방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리피토는 연간 1500억대의 처방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 내 매출액을 뛰어넘는 수치다.<관련기사 : ‘특허 만료 오리지널에 한국 시장은 ‘블루오션’ 2018년 11월 13일자>

리피토만의 사례가 아니다. 적지 않은 특허만료 의약품의 국내 처방실적이 자국 내 매출액 보다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원외처방 시장에서 리피토와 함께 1000억대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쌍벽을 이루고 있는 비리어드 역시 미국 내 매출액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제약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가 글로벌 2% 수준에 불과함에도 규모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일단 진입하면 사실상 반독점 시장을 얻게 되는 셈이다.

◇효용가치 줄어든 약제, 재평가 방안 필요
이에 따라 기등재 의약품에도 정기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로 등재되는 신약들이 기존 약제와 비교해 혁신성을 앞세우는 만큼, 효용성이 줄어든 약제들에 대해서는 재평가를 통해 약가를 인하하거나 급여목록에서 제외하는 기전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은 "연간 점안제에만 들어가는 건보재정이 2400억원으로 매년 400억원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희귀질환치료제 건보급여 규모와 비교해 우선순위가 맞을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재평가 기전이 전혀 없으니 방법이 없다"며 "우선순위를 정해 새로운 재정투입 요소가 들어오면 말단 순위의 요소가 퇴출되는 기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평가 강화? 처방권 제한ㆍR&D 동력 상실 우려도
반면, 재평가를 통한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인하나 퇴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기는 많을수록 좋다’는 의료계의 지론처럼 모든 의약품이 모든 환자에게서 동일한 효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닌 터라, 혁신 신약이 출시된다 하더라도 기존 의약품의 효용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기등재 의약품의 퇴출이 결국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한다는 논리로, 과거 기등재약 목록정비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제네릭 종합대책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약가 차등이나 계단식 약가제도의 부활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어찌됐든 약가인하의 움직임이 뚜렷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으로, 한창 기술 수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R&D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후보물질 발굴에서 나아가 임상 단계로 접어들어 R&D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강조하며 제약산업 육성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이 같은 추세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해마다 기술 수출과 함께 임상 진전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실제로 주요 상위제약사들의 R&D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2012년에는 연간 1000억 이상을 R&D에 투자하던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상위 5대 제약사가 모두 연간 1000억 이상을 R&D 쏟아붓고 있다.

◇2012년 논란 되풀이 가능성...업계, 제네릭 종합대책ㆍ재평가 강화 움직임에 촉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 개의 제약사들이 건강보험에 의존해 사실상 동일한 의약품을 들고 난립해 있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서비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합리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건강보험 재정이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논리에 휘둘려 그 많은 제약사들을 부양하는 데 활용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리다.

자율 경쟁을 통해 재정 절감에 도움이 된다면 모르지만, 현실은 다르다. 사실상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존재가치가 희미해진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퇴출 기전, 신약 등재로 우선순위가 밀린 의약품의 약가인하 등 재평가 강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유다.

제약계도 10년 전 업계를 뒤흔든 기등재약 목록정비로부터 리베이트 약가연동제, 쌍벌제, 일괄약가인하로 이어진 소용돌이가 재연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를 상대로 한 제약계의 송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부 법무법인에서도 팀을 꾸려 이와 관련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풍문이다.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이 표류 끝에 일괄 약가인하로 이어졌을 당시, 일부 업체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참패한 바 있지만, 점안제 사례에서 보듯 최근의 분위기는 어느 한쪽의 유불리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제네릭 종합대책과 사후평가 강화 방안에 대한 정부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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