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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유토피아>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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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유토피아> (1516)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2.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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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노래한 <유토피아>는 알고 보면 과격한 책이다. 사전 지식 없이 처음 접해본 사람은 사유재산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등 내용의 파격성에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다.

급진적인 사회주의자인 카를 마르크스나 월리엄 모리스 같은 인물이 이 책의 영향을 아니 받았다고 할 수 없다. 그들의 주장 내용은 이미 오래전 사람 토머스 모어에 의해 주창됐기 때문이다.

토지와 자본의 공개념 등에 대한 내용에 이르러서는 이건 뭐지? 하는 두려움과 함께 참신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그 당시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느꼈을 감탄은 충분히 상상해 볼 만한 근거가 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세상 어디인가에 있는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됐다.

거기에 직접 갔다 온 사람의 이야기가 갔다 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구체성과 사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토피아 섬에 가고 싶어하는 잉글랜드 인이 당시에 많이 있었다.

어떤 이는 대단한 열정으로 이미 정착된 그리스도교를 더욱 번성시키기 위해 청탁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인 그 섬으로 가기 위해 그곳의 주교로 파견해 달라고 교황에게 손을 쓰기도 했을 정도다.

그러나 모어는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지 않고 있다. 거기에 갔다 온 사람에게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보려는 순간에 예기치 않은 일들이 발생해 물어볼 기회를 놓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위치에 대해서는 말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앞서 말한 대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거나 토지의 공개념과 공동체 의식이나 종교적 자유 등이 언급되고 있다. 따라서 일부 독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보다는 다양한 해석과 색다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혼란 스럽다는 말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다.

상상력이 없는 독자들은 이해하기 난해한 것은 분명하다. 모어는 그것을 염려한 덕분이지 이 책의 서문에 무지한 독자들을 위해 책의 출판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책은 토머스 모어가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라는 인물이 자신과 페터 힐레스라는 인물에게 말한 내용을 꺼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라파엘이 유토피아 공화국에 갔다 온 사람이고 모어와 페터가 그의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이 되겠다. 신기한 나라와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모어는 이를 정리했고 이것이 <유토피아>가 됐다는 설명이다.

6주 만에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1년 여의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모어는 자신의 집에 돌아와 낯선 사람이 되거나 하인들이 주인행세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과 이야기하고 변호인으로 중재자로 사무적으로 만나야 할 사람 때문에 극히 바쁜 나날을 보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본격적인 내용은 2권에서 시작된다. 2권을 쓰고 나서 1권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앞서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고 했으니 위치보다는 유토피아의 지형에 관해 먼저 살펴보자.

 

유토피아는 섬이고 섬은 초승달의 양쪽 끝이 서로 가까이 마주 하고 있는 형상이라 바닷물이 들어와서 넓은 만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바닷물은 호수처럼 고요하고 잔잔한데 주변은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위험한 해협이 있어 천혜의 요새 형태를 취하고 있다.

소수의 수비병으로도 막강한 함대를 쳐부술 수 있어 전쟁에 유리하고 전쟁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축복받은 땅이다. 

그곳에 규모가 크고 웅장한 도시가 모두 54개가 있고 도시들은 언어와 관습과 제도와 법이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토지는 넉넉하게 할당받아 주민들은 지주라기보다는 스스로 소작농이라고 생각한다. 왕은 폭정을 하지 않는 한 종신직이고 농사일은 남녀 구별 없이 모두 해야 한다. 그러나 몸이 녹초가 되도록 짐승처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일은 없다.

24시간 중 겨우 6시간 만 일을 하면 된다. 나머지 시간은 술을 마시고 떠들고 나태한 시간을 보내는 대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데 대개 지적활동을 하는데 쓴다.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드는 대신 새벽같이 일어나 대중을 위한 공개 강의를 듣는데 이는 사는 것이 풍족하기 때문이다. 생필품의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인구의 절반인 여자들도 일을 하고 다른 곳에서는 지탄받는 게으른 대집단인 신부와 종교인도 부자와 신사나 귀족이나 지주 그리고 이들에 붙어살며 주먹이나 휘두르는 무리나 나태를 핑계로 구걸하는 사람도 없으니 자연 생산량이 많다.

그들은 사치와 방탕 대신 필수적인 일에 종사하며 어떤 누구도 특권을 이용하지 않으니 그토록 짧은 시간에 그토록 많이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모어는 말한다.

집이나 옷이 사치스럽지 않고 식전에는 기도 대신 도덕을 주제로 한 글을 읽는데 흥미로운 것은 연로자들이 대화를 독점하지 않는데 있다.

외려 젊은이들이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데 이는 그들의 품성과 사고의 특성을 알아내기 위함이다.

도시들 끼리의 여행은 자유롭고 아무것도 지참하지 않고 가는데 어디서나 부족한 것 없이 자기 집처럼 편하게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섬 전체가 마치 한 가족처럼 움직인다.

그러나 여행 중이라도 일정한 작업량을 완수해야 한다. 이는 어디를 가든 공동체에 유용한 존재라는 생각을 각자 하기 때문이다.

빈둥거리거나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은 유토피아인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낭비할 기회가 없는 것은 물론 술집도 맥줏집도 사창가도 없다.

따라서 이곳 사람들은 타락할 기회가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현대인들 가운데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전쟁이 일어날경우 국민 대신 용병이 싸운다. 이미 확보한 막대한 금액은 이들 용병을 고용하는데 쓴다.

특이한 것은 금과 은이 이곳에서는 다른 곳과 달리 사용된다는 점이다. 왕이나 귀족이 사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예나 범죄자들이 귀나 손가락에 목에 혹은 머리에 쓰는데 그것은 수치스러운 행위의 표현이다.

범죄자들이나 사용하는 것이 금과 은이므로 유토피아 인들은 금은이나 다이아몬드, 루비 같은 것은 손에 넣지 않고 어쩌다 들어와도 아이들의 놀이감으로 준다.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귀중한 것으로 만들어 놓는 우를 이곳 사람들은 범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옷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고귀하다는 생각에 기뻐하는 것을 보면 경악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그러니 그들에게 빚진 것도 없고 아무런 의무도 없는데도 맹목적으로 부자들을 숭배하는 어리석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훌륭한 교육을 받고 여가시간에는 독서를 하는 사람에게 인색하고 욕심 많고 살아서는 쌓아 놓은 돈을 한 푼도 남을 위해 쓰지 않는 부자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귀족의 피를 타고 났다고 해서 터무니없이 기뻐하는 사람들은 경멸의 대상이다. 행복을 모든 종류의 즐거움에서 찾기보다는 오로지 선하고 정직한 즐거움에서만 찾는데 이는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타인의 즐거움을 박탈하는 것은 불의한 것이 된다.)

살아 있는 짐승을 죽이면서 자신의 즐거움을 얻는 사냥행위는 천한 노예나 하는 일이고 참된 즐거움은 정신적 즐거움에서 찿는데 이는 지식과 진리에 대한 명상과 잘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느끼는 감사함 그리고 앞으로 누릴 행복에 대한 의심의 여지 없는 희망에 있다.

덕의 실천과 선한 삶을 인식하는 학문을 갈고 닦는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육신의 건강도 즐거움의 중요한 요소다.

육체적 질병에서 오는 고통은 즐거움의 가장 강력한 적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18세 남자는 22세가 돼야 결혼할 수 있으며 혼전 성교는 중벌에 처하고 혼전에 남녀는 서로 나체를 보여준다.

이는 겨우 손바닥만 한 얼굴로 사람의 매력을 추정했을 때 오는 오류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종교를 강요해서는 안 되고 제물로 사용하기 위해 동물을 도살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당시 유럽 사회에 비춰 볼 때 유토피아는 지금까지는 없는 신세계였다.

: 토머스 모어와 에라스무스는 친구 지간이다. 에라스무스가 <우신예찬>을 쓴 곳은 런던에 있는 모어의 집이었다.

그는 그곳에 머물면서 책을 쓰고 그 책을 토머스 모어에게 바친다고 했다. 모어 역시 <유토피아>에서 에라스무스에 관한 내용을 적고 있다.

2권이 끝나면 페터 힐레스가 제롬 부스라이덴에게, 제롬 부스라이덴이 모어에게, 모어가 페터 힐레스에게, 에라스무스가 울리히 폰 후텐에게 쓴 편지글들이 붙어 있다. 이 역시 매우 흥미진진한 것으로 빼놓지 말고 꼭 읽어 봐야 할 부분이다.

에라스무스가 밝힌 모어의 간추린 생애는 이렇다.

모어는 어린 시절부터 글을 많이 읽었고 청년기에는 그리스어와 철학을 공부했으며 부친의 뜻에 따라 법을 공부했고 어린 아내가 일찍 죽은 후 몇 달 후에 과부와 재혼했다.

부친이 세번째 재혼하자 의붓어머니도 친어머니 못지않게 대접했고 판사였을 때는 청렴하게 소송을 처리했으며 대사 임무도 완벽하게 수행해 헨리 왕이 그를 왕실로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함에도 그는 우월감이나 군주의 총애에서 오는 영향력을 다른데 쓰지 않고 오로지 백성들의 봉사에 활용하는 공직자의 바른 자세를 갖고 있었다.

학문에 있어서는 운문을 먼저 시작했으나 바로 산문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결국 <유토피아>를 쓰게 됐다.

에라스무스는 모어가 이 책을 쓴 것은 잉글랜드에서 위해를 일으키는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집필 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런 행복한 판타지 소설이 요즘도 여전히 흥미롭게 읽힌다는 것은 그가 꿈꿨던 내용들이 요즘 시대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역할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주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한편 모어는 반역 은익죄로 런던탑에 유폐된 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가 죽은 후 4백 년이 되던 해인 1935년 교황 비오 11세는 그에게 성인의 직위를 내렸다.

그가 죽을 때 그는 긴 수염이 단두대에 걸리자 처형인에게 수염은 죄가 없으니 옆으로 치워 달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의 유머는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친구에게 빚진 닭 한 마리를 갚아 달라고 유언한 것과 함께 많이 회자 되고 있다.

현재가 어렵고 괴로우면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꿈꾼다.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행복한 사회는 아니다.

최선의 국가형태는 어디에 있는가.

부자들의 음모로 사회의 모든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부의 평등한 분배를 통한 다수의 행복을 찾기 위해 사유재산제를 폐지하고 공유재산제를 도입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독자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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