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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신곡>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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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12.11  16: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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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문화재뿐만이 아니다. 고전 작품 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단테의 <신곡>은 알아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아는 것이 부족한 나는 읽기에 매우 애를 먹었다.

본문보다 주석서를 더 많이 참조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숱한 비유적 인물과 그 인물의 지위와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신곡>을 해설한 책도 있을 정도이니 이 책의 어려움 혹은 읽기의 버거움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간혹 이해되는 부분들이 나왔기 때문이고 그런 맛은 싫증 날쯤 하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흔히 <신곡>은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한다. 오래됐기 때문이고 다른 고전들이 대개 이 고전에 빚질 만큼 문학성과 예술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대한 죄와 벌을 그려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독자들은 단테가 그린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이 대체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곳은 죽어서야 가는 곳이므로 최대한 늦춰보고 싶은 것이 대개 사람들의 생각이다. 더 늦출 수 없을 때가 되면 사람들은 지옥이나 연옥 대신 천국으로 직행하기를 소망한다.

생전에 그가 어떤 짓을 했느냐 와는 무관하게 다들 간다면 땅속 깊숙한 곳 보다는 하늘나라로 가서 전생보다 더 화려한 이승의 삶을 꿈꾸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은 원한다고 해서 그렇게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지옥의 불구덩이를 피하고 싶어 하지만 그곳에 빠져 하루 종일 불에 타고 있는 처참한 귀신들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들이 했던 생전의 업보를 죽은 뒤에 벌로 받기 때문이다.

단테가 그린 지옥은 예상대로 땅속에 위치하고 있다.

그 지옥에는 생전에 행세깨나 했던 인물들이 즐비하게 등장한다.

단테는 그런 원혼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들이 겪는 고통을 적나라하게 적기 위해 험난하고 힘겨운 길로 접어드는 수고를 감내했다.

그곳의 첫 관문에는 선이나 악에도 무관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나태한 자들이 있다.

왕파리와 말벌 온갖 귀찮은 벌레들에게 고통을 당하는 형벌을 받고 있는데 형벌은 끝이 없고 계속된다.

음란함과 애욕으로 일생을 보낸 자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무서운 바람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고 오로지 먹는 것에만 집중했던 탐식가들과 재물에 목을 맸던 악마들 그리고 낭비를 일삼거나 지나치게 인색한 자들은 흙탕물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분노의 죄인들은 스틱스 늪의 하부지옥에서 벌을 받고 이단자들은 불타는 관속에서, 영혼의 불멸을 부정한 자나 무절제나 폭력보다 더한 기만의 죄를 지은 자 역시 지옥 불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은 심한 악취를 풍기는 지옥의 골짜기에 빠져 하루종일 허우적거린다. 제12곡에 이르면 단테는 펄펄 끊는 피의 강물에 잠겨 있는 폭력범들의 형벌을 본다.

자살한 자들이나 재산을 함부로 다룬 자들은 암캐에게 뜯어 먹힌다. 불타는 모래밭에서 불비를 맞는 것은 남색의 죄를 범한 자들인데 이들은 모두 피렌체에서 명망이 높았던 자들이다.

제7원의 가장자리에 다다랐을 때 스승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의 허리에 감고 있는 밧줄을 낭떠러지 아래로 던지는데 이때 절벽 아래에서 무서운 괴물 게이온이 떠오르는 것을 본다.

고리대금업자도 불비를 피할 수 없으며 뚜쟁이들은 악마에게 채찍을 맞고 똥물 속에 담겨 있는 것은 더러운 아첨꾼들이다.

돈을 받고 성직을 사거나 신성한 물건을 거래한 죄인들도 벌을 피할 수 없다. 바위 구멍에 거꾸로 박혀 하늘로 들린 발바닥에는 불에 타는 형벌을 받는 이는 교황 니클라우스 3세다.

앞을 볼 수 없도록 머리가 등 뒤로 돌아가 있는 자들은 점쟁이와 예언자들이고 탐관오리는 펄펄 끊는 역청 속에 잠겨 있으며 위선자들은 겉은 황금 옷을 입고 있으나 안은 무거운 납 옷을 입고 괴로워하고 있으며 예수를 못 박았던 자들은 땅바닥에 못 박혀 있다.

도둑들과 신을 모독한 자들은 뱀들의 공격을 받거나 뱀으로 변하기도 한다. 제26곡에 이르러 단테는 트로이의 전쟁영웅 오디세우스의 영혼을 만난다.

사기와 기만을 교사한 죄를 받고 있는데 그는 금지한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다 죽었다고 단테는 적고 있다. ( 신화에 따르면 오디세우스는 오랜 고초 끝에 고향으로 돌아와 아내 페넬로페를 학대한 정적들을 죽이고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이런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

교황의 이익을 위해 간교한 술책을 벌인 자나 종교나 정치에 불화를 불러온 자들도 지옥의 구덩이에 빠져있다.

신체가 갈라지는 벌을 받고 있거나 자신의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자 가운데는 무함마드의 영혼도 있다. ( 무함마드는 이슬람교의 창시자다. 단테는 그를 종교를 분열한 자로 보아 지옥 가운데서도 심한 곳에 배치했다. 그의 영어식 이름은 마호메트다.)

연금술로 사람을 속인 자나 화폐를 위조한 자는 역겹고 악취나는 질병에 시달리고 제우스에 저항한 자들이나 배신자들은 하반신이 얼어붙은 호수에 감겨 있다.

34곡에 이르면 지옥편은 끝나는데 동굴 입구에서 단테는 아름다운 하늘의 별들을 보게 된다. 연옥의 시작이다.

연옥이 시작되기 직전에 단테는 피부가 벗겨지는 형벌을 받는 가리옷 사람 유다(예수가 뽑은 12사도 중 한 사람으로 나중에 예수를 배신했다. 최후의 만찬에서 유다는 예수에게 입을 맞춰 그가 예수라는 것을 병사들에게 알려줬다. 하지만 나중에는 돈을 돌려주고 목매 죽었다.)를 본다.

유다는 머리는 입안에 있고 다리는 다리 밖에 나와 있는 끔찍한 모습이다. 머리가 아래로 처박힌 브루투스( 로마시대의 정치가로 카이사르의 살해에 주동적인 역할을 했으며 전투에 패한 후 자살했다.)와 카시우스( 브루투스와 함께 카이사르 암살을 도왔다.)도 있다.

단테를 안내했던 베르길리우스는 지옥의 모든 것을 보았으니 떠날 시간이라며 단테를 연옥으로 이끈다.

연옥은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지옥과 천국 사이의 제3지대로 죽은 자의 영혼이 살아 있는 동안 죄를 씻고 천국으로 가기 위해 잠시동안 머무는 곳이다.

천국으로 가기에는 조금 부족하고 그렇다고 지옥으로 떨어질 정도의 죄를 짓지 않은 자들이 깨끗해지는 정화소이고 정죄계(깨끗함과 죄 사이의 경계)인 것이다.

연옥에서도 지옥과 마찬가지로 단테의 스승이 여행길을 안내한다. 교황에게 파문당했던 왕을 만나고 게으름 때문에 참회를 막바지까지 늦추고 죽기 전까지 회개를 미뤘다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자와 군주와 제후와 바위를 등에 짊어지고 오는 교만의 영혼들을 본다.

그들에게서 단테는 이 세상의 영광과 명성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깨닫는다. 제12곡에서 천사는 단테의 이마에 새겨진 7개의 P자 중 하나를 날개로 지워주고 둘째 둘레에 이르자 철사로 눈을 꿰맨 채 암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질투의 죄인들을 만난다.

분노의 죄인들은 짙은 연기 속에서 벌을 받고 나태의 죄를 지은 영혼들이 죄를 씻고 로마시대 시인은 탐욕의 죄 대신 낭비의 죄를 지었으나 죄를 씻고 천국으로 올라간다.

호메로스(오디세우스의 저자), 안티고네와 이스메네(오디세우스의 딸들)그리고 탐식의 죄에 걸린 시인과 교황, 호색과 수간의 죄를 지은 자들이 서로의 죄를 상기시키는 모습을 본다.

단테는 불길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오자 조금 꺼려했으나 자신을 천국으로 인도할 베아트리체를 상기시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낸다. 30곡에 이르러 드디어 꿈에 그리던 베아트리체를 만난다.

장로들의 노랫소리가 울리고 천사들이 꽃을 뿌리는 가운데 나타난 베아트리체를 보고 단테는 옛사랑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낀다. ( 단테는 실제로 9살 때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러다가 9년 후 길거리에서 우연히 보고 완전히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때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각자 결혼해 자식들을 낳았다. 베아트리체는 한 창 때인 25살 때 죽었다고 한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나는 순간의 묘사는 이렇다.

“꽃들의 구름 속에서 하얀 베일에 올리브 나뭇가지를 두르고 초록색 웃옷 아래로, 생생한 불꽃색의 옷을 입은 여인.”( 열린책들)

단테는 그녀를 보는 순간 무섭거나 슬플 때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달려가듯이 달려나갔다. 그 순간 자신을 여기까지 안내했던 베르길리우스는 이미 예고한 대로 단테를 떠났다. ( 이후 여행은 스승 없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단테가 슬픔에 울자 베아트리체는 여왕처럼 의젓한 몸짓으로 아직은 울지 말라고 달랜다.

33곡에 이르러 단테는 완전히 죄를 씻고 천국에 오를 준비를 한다. 나무처럼 순수하게 다시 태어났으니 아름다운 별들에 오를 준비가 된 것이다. ( 이 부분은 지옥의 끝부분과 동일 하게 끝난다.)

드디어 천국 편이다. 이곳은 그녀의 말대로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러기에 앞서 단테는 아폴론( 제우스의 아들로 올림포스 12신 가운데 하나로 태양 음악 시 예언 의술 궁술을 관장한다. 머리에는 월계관을 쓰고 손에는 리라를 든 아름다운 모습이다. )에게 마지막 위대한 작업을 하는 자신에게 월계관을 씌워 달라고 기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본격적인 천국 여행이 시작된다. 단테는 하지만 철학이나 신학의 교양이 부족한 독자는 천국이 어렵게 보일 수 있다며 미리 돌아갈 것을 권하는 친절을 보이기도 한다.

월천을 지난 단테와 베아트리체는 수성의 하늘을 날고 로마법전을 편찬한 유스티아누스 황제를 만난다.

네 번째 하늘 태양천에서 단테는 위대한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야기를 듣고 솔로몬의 현명함을 칭송하고 십자군 원정에 참여한 자신의 고조부를 만나고 피렌체 가문의 영광과 몰락, 군주의 부패와 타락을 이야기한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와 성직자와 수도원의 타락을 지적하고 달과 태양, 금성과 수성, 목성을 보고 지구의 초라한 모습에 웃음을 짓는다.

황성천에 이르러 단테는 너무 찬란해 직접 바라보기 힘든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와 가브리엘 천사와 사도들을 본다.

베드로의 축복을 받은 단테는 고향 피렌체로 돌아가 시인으로 월계관을 쓰고 싶다는 속내를 한 번 더 드러낸다.

그때 야고보와 성요한이 나타나고 930세에 죽었다는 아담의 영혼을 보고 마침내 둘은 최고의 하늘로 불리는 엠피레오로 올라간다. 장미 사이에 있는 성모 마리아, 요한, 프란체스코, 배네딕투스, 아우구스투스, 배드로와 그 맞은편에 앉은 안나가 그를 반긴다.

33곡에 이르러 단테는 하느님을 직접 보고 삼위일체의 신비를 체험한다. 마침내 단테의 소망은 이루어진다.

: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게 된 동기는 이렇다. 어느 날 단테는 인생의 중간에서(그는 인생을 70세로 보고 35세를 가운데로 보았다.) 길을 잃고 헤맸다.

거칠고 황량하고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은 그는 햇빛 찬란한 곳으로 올라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표범과 사자와 암늑대가 가로막고 있다.

그때 안내자 겸 스승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자신은 아우구스투스 치하의 로마에서 살았던 시인임을 밝힌다. 그는 언덕 위로 가기 위해서는 다른 길 즉 저승세계를 거쳐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둘의 여행이 시작된다. 이것은 지옥의 첫 번째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후 내용 들은 앞서 대충 훑었다.

너무 가볍게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전권에 대한 해석치고는 너무 성의가 없다. 하지만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은유적이어서 이 정도로도 숨이 턱에까지 차오른다.

단테의 저승 여행은 일주일 간이다. (1300년 부활절을 전후한 4월 8일 금요일부터 15일 사이에 이루어졌다.) 살아 있는 사람은 갈 수 없는 저승을 보고 듣고 온 것을 이야기 형식으로 정리해 놓았는데 그 길이가 무려 1만 4233행에 이른다.

그 사이사이의 행간은 하나도 버릴게없다. 이 시대를 살면서도 그때와 비교하면 자신의 모습이 어떤 상태인지 고스란히 투영된다.

지옥이 아닌 연옥이나 천국에 들기 위해 충실히 사는 삶이라기보다는 인간 본연의 성실함과 착함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다면 어렵게 읽은 보람으로 충분히 보상이 된다.

수많은 역사적 인물의 배치와 지옥세계의 기하학적 구조는 오늘날에도 많은 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 대상이다.

과연 우리 인간은 인생의 중심에서 길을 잃고 허둥 거릴 때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노력할지 그대로 주저앉을지는 오로지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높은 곳이 굳이 하늘일 필요는 없다. 어떤 종교적 성취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자신이 가고자 정해놓은 곳이 바로 높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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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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