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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 경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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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 경렴정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2.1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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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추운 날 지난여름을 돌아보는 것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날을 추억하기 위한 것이다.

경북 영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절 부석사다. 그곳에서 보는 풍광이 아름답고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속세의 시름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보지 못하면 오는 길에 소수서원을 들러보는 일정은 의미 있다. 소수서원은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길의 입구는 절의 입구보다 더 화려하다. 오래된 나무들이 날개를 펴듯이 가지를 벌려 방문객들을 환영한다.

기꺼이 환대에 응하면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 마치 서원의 원생이라도 되는 양 학구심이 나도 몰래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더 길었으면 하고 바래기보다 이 쯤해서 근사한 한옥 건물이 나오기를 바랄즈음 과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작은 정자가 오른쪽에서  눈길을 잡아 끈다.

이름하여 경렴정이다. 북송시대 성리학의 대가였던 주돈이의 호를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였다고 한다.

지금 그 자리에 서면 인걸은 간데없고 세월의 흔적만 남아 있지만 아늑하게 하늘 천 따지를 외치면서 인류를 구하고 세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큰 뜻을 품었을 젊은 청춘들의 기세가 느껴진다.

아래쪽으로는 죽계수라 불리는 시냇물이 소리치며 흐르는데 그 소리는 마치 졸음을 쫓는 죽비소리처럼 서늘해 등골의 땀을 시원하게 해준다.

소나무 숲에 겹겹이 쌓인 풍광이 대단해 어설픈 풍수가의 눈에도 이곳이 명당임을 한눈에 알아보니 과연 선조들의 안목이 대단하다.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면서 지난여름은 참으로 더웠네! 상기하는 것은 올겨울의 추위가 아주 매서운데 너무 일찍 온 것을 책망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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