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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아져서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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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아져서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1.20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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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났지만 편안한 것이 절대자의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는 감히 그 눈을 똑바로 바로 보기 힘들었다.

살인자의 그것처럼 찔러오는 듯한 느낌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범인이 어떤 신성한 것을 경외시하는 그런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대화하기 위해서는 눈빛의 교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시선을 피하는 것은 상대를 무시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고 자신이 괜히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죄책감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절대자는 편히 마음을 가지라는 듯한 제스처로 손을 앞으로 내밀고 나를 은근한 시선으로 쳐다보면서 인간이 만든 구조물을 둘러싼 철조망 쪽을 가리켰다. 그곳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군부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둥근 공 모양을 한 구조물은 적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한 안테나 역할을 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국가의 중요한 보안 시설에 해당됐다.

넘쳐나는 등산객으로부터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처진 철조망은 가시가 날카로워 근처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절대자는 이런 시설이 이곳에 왜 와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해서 나는 간략하게 이런 내용을 설명했다. 절대자는 그래도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한 번 더 시설물 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철조망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거대한 지구 모양의 둥근 형태도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가더니 점차 축구공 만하게 작아졌다. 그러다가 미세먼지처럼 더 작아져서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 식으로 절대자는 주변의 인공구조물을 모두 치워버렸다. 나는 놀라면서 그래서는 안된다는 말을 완곡한 어조로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절대자가 누구의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이런 노력은 부질없었다.

철조망은 메뚜기 떼처럼 군무를 그리다가 사라졌고 그 위의 철조망도 그런 식으로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여러 개의 첨탑은 통째로 뿌리 뽑혀서 서해바다 쪽으로 사라졌는데 그 모습은 태양 가운데에 서 있어 마치 거꾸로 선 에펠탑처럼 아래쪽이 훤히 드러났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절대자는 그렇게 휘파람을 불 듯이 손쉽게 해치웠다. 그러면서 절대자는 저런 것은 이제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이 없는 시대가 지구에 도래할 것이고 따라서 그 것을 위한 것들은 모두 우주 밖으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절대자의 논리였다.

앞으로는 몰라도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으므로 나는 지금의 우리 실정을 절대자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줬다. 다시 시설물들을 원위치해야지 그렇지않으면 혼란을 올 것을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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