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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파업전야(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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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11.19  17: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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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우리는 유치원 급식 사진을 보고 분노한다. 애들 먹는 것이 이렇게 부실해서야 쓰겠느냐는 것이다.

부모뿐만 아니라 거의 예외 없는 사람들이 그것을 먹는 아이들을 불쌍하게 여기고 그런 식사를 제공한 유치원을 타박한다.

먹는 것은 아이들 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영화사의 전설로 남은 <전함 포템킨>의 수병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첫 번째 원인은 부패한 음식 때문이었다.

고기에서 구더기가 나오는 식사를 받아든 군인들은 감히 명령을 거부하고 죽음의 저항을 시작하는 것이다. 장산곶메가 만든 <파업전야>만 해도 그렇다.

공장 노동자들이 먹는 식사가 그들의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에 그들은 식판을 던지고 식탁위에 올라갔다. 사측을 향한 노동자의 분노는 이렇게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어두컴컴한 금속공장에서 강철이 다듬어진다. 쇳물이 흐르고 용광로에 불이 붙고 해머 질이 시작된다. 분주한 움직임으로 보아 일거리가 상당한 모양이다.

신입사원도 들어온다. 그는 용모가 깔끔하고 부르는 노래가 선명하다. 대학교 물을 먹은 학출이다. 위장취업자의 등장은 이 영화가 다른 누군가를 선동하기 위한 영화임을 말하고 있다.

밥으로 시작된 불만의 기운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낮은 임금으로 옮겨붙어 여기저기서 불타오른다. 활동가들이 활약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이 곳에 꿈많은 한 젊은이가 있다. 근처 공장에 다니는 여자친구도 있고 둘이 합쳐 번 돈은 적금에 부었다. 그들에게는 다른 누구들처럼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동생 대학 보내고 작은 가게 내고 결혼해서 살림을 꾸리는 것이다. 꿈의 주인공은 그 꿈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단조반에서 금속을 다루고 있다.

철야는 일상이다. 잔업과 특근도 밥 먹듯이 하는데 회사는 일감이 없고 영업이 영 신통치 않다며 직원들을 혹사시키고 월급인상에는 인색하다.

반장은 작은 꼬투리를 잡아 반원들을 못살게 굴고 주임이나 부장 등 회사 관리직은 이들의 일상을 감시하면서 고삐를 더욱 바짝 쥔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사장 아들 전무는 공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미리 이것 저것 대비를 하면서 노사대결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난다.

반원들이 노조결성이라는 꿈을 꾸고 단체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노조는 곧 불순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했던 회사는 기여 하는 것에 비해 얻는 것이 적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묵살했다.

여자친구가 있는 젊은이는 이때 회사 주임의 쁘락치 제의를 받는다. 고향이 같다는 이유를 들면서 접근해 온 주임은 그에게 간첩질을 요구한다.

동료들의 동향을 일일이 보고할 것을 주문하면서 대신 반장직을 은밀히 내민다. 월급인상 카드도 꺼낸다. 그는 여자를 만나 이런 사실을 전하는데 여자는 그들의 수법을 모르느냐고 되레 타박한다.

여자는 이미 결성된 노조에서 활동하는 투쟁가로 변모해 있다. 그녀는 말한다. 내가 여전히 너를 사랑하지만 구사대를 그만두지 않는 한 너를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녀는 그들의 꿈이 담긴 적금을 깨서 한 푼도 남김없이 투쟁기금으로 냈다는 사실을 통보 한다. 그러나 남자는 아직 그녀의 뜻을 따를 생각이 없다. 보장된 반장직과 높아지는 월급은 동료들을 밀고하는 대가치고는 너무나 값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역곡절 끝에 노조 결성의 막이 오른다. 일단의 사람들이 회사 건물의 일부를 장악하고 유인물을 뿌리고 투쟁가를 외친다.

구호소리도 요란하다. 구사대로는 막기가 역부족이다. 전무는 깡패 동원을 지시한다. 두 대의 봉고차를 타고 온 동원된 용역들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어 날렵하게 이들을 제압한다.

끌려가고 터지고 붉은 스프레이 칠을 당하는 동료들의 아비규환을 그 남자는 모른체 했을까. 이미 신입 동료를 밀고한바 있는 그가 이번에도 동료들을 외면할 수 있을까.

그는 망설이다가 마침내 행동에 나선다. 이제 그의 오른손은 빈손이 아니다. 몽키스패너를 하늘 높이 들고 나가자고 외친다.

선두에 선 그 모습은 당시 타오르던 노동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노태우 정부는 당연히 영화상영을 철저히 봉쇄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영화는 몰래 퍼져나가 무려 30만 명을 동원하는 진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투쟁의 대열에 동참하는 일이었다. 영화에는 많은 노래가 나온다. 안치환의 '노동자의 길'이나 '늙은 군인의 노래', '동지가' 등이 그때 그때 배경음으로 나온다.

반면 다방에서는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이나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같은 유행가가 나와 대조를 이룬다. ( 두 노래의 흐름은 노조가 투쟁모의를 할 때, 술집에서 대책회의를 하는 회사측 사람들처럼 매우 이질적이다.)

영화가 나온 뒤로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늘도 바뀌지 않았네라고 공감하기보다는 이런 때도 있었어? 라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면 이 영화의 제작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국가:한국

감독: 이은기 이재구 장동홍 장윤현

평점:

: <파업전야>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한 노동영화로 불릴만하다. 짜임새가 있고 노조를 결성해 나가는 과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

80년대 후반 철권을 휘두르던 전두환의 5공화국 시대. 산업현장은 어수선하고 동료들의 갈등과 배신과 투쟁이 적나라하다.

구사대였던 남자가 투쟁의 선봉에 서는 장면은 극적이다. 빨갱이라면 이를 갈던 해병대 출신의 노동자 역시 잠시 혼란을 겪지만 끝내 노동자 편에 선다.

영화에서 나오는 빨갱이라는 단어가 주는 용어는 여전히 섬뜩하다. 노조 분위기가 감지될 때 회사는 전문가를 동원해 세뇌 교육을 시키는데 그 말의 핵심은 노조는 곧 공산주의자라는 것이다.

그 한마디는 동료를 이간질하고 배신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 밀고, 정보과장, 포섭, 산업전사, 수출역군, 위장취업, 야학, 블랙리스트, 유인물, 위장노조 등의 단어 등이 기억의 저편에서 왔다갔다 한다.

기름에 절은 작업복을 입고 족구하는 모습은 이 영화의 사실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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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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