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9 23:03 (금)
임종환자 느는데 ‘생애말기돌봄’ 걸음마
상태바
임종환자 느는데 ‘생애말기돌봄’ 걸음마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18.11.15 0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망자 76.2% 의료기관서 숨져...“제도개선 나서야”
▲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무관)

급성기 병원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국내 의료기관들은 임종기 환자의 인생 끝자락을 제대로 돌볼 준비가 덜 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정부가 생애말기 돌봄 체계 개선에 나설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명중 8명은 병원서 삶 마무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중 76.2%는 의료기관에서 죽음을 맞았다. 이는 네덜란드(29.1%), 스웨덴(42.0%), 미국(43.0%)은 물론 일본(75.8%)보다도 높다. 우리 국민이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은 2007년 60.0%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증가해 결국 지난해 세계 1위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병원서 죽음을 맞이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 이유는 고대구로병원 이청우 임상강사가 14일 발표한 ‘병원에서의 임종기돌봄에 대한 국민인식 및 요구도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국 20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일대일 대면면접방식으로 진행한 조사의 결과는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을 통해 공개됐다. 해당 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4.38%p 표본오차가 있을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자택에서 임종하고 싶다는 바람과 달리 사람들이 의료기관에서 삶을 끝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집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렵기 때문(33.2%)’이었다. ‘불편한 주거환경(19.6%)’, ‘간병인을 구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18.6%)’ 등도 이유로 꼽혔다.

조사 대상자들은 중증질환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복수 선택 가능)으로 ‘질 높은 의료적 돌봄을 받는 것(88.4%)’을 가장 많이 고르기도 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 사망 전 1년간 지출하는 의료비는 10년 동안 3.4배 증가해 2015년엔 월평균 132만 9000원을 기록했다. 특히 사망 직전 한 달 동안 지출하는 의료비는 40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월 241만 7000원에 달했다.

▲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최윤선 이사장(좌)과 고대구로병원 이청우 임상강사.

◇임종기 돌봄에 서투른 급성기 병원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최윤선 이사장은 “병원사망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반해 질 높은 임종기 돌봄은 부재한 상황”이라며 “대다수의 임종이 일어나고 있는 급성기 병원에서의 임종기 환자의 생애 말기 돌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김대균 교수는 “병원사망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병원 대부분은 임종환자들이 가족과 함께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노력에는 소홀한 것이 현실”이라며 “질 높은 돌봄과 배려가 결여된 임종기 돌봄은 의료진과 병원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공개된 조사결과를 보면, 임종기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의료진의 태도를 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통증완화를 위한 노력’과 ‘자세한 설명’에 있어서는 각각 64.9%, 63.8%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반면, ‘의료진의 친절한 응대태도’에 대한 긍정응답 비율은 56.8%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한 ‘임종 경험 당시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에 대한 만족도’는 40.0%(매우만족 8.7%+약간 만족 31.3%), ‘임종 경험 당시 병실환경’에 대해 만족하는 비율은 32.0%(매우만족 5.3%+약간 만족 26.7%)로 나타나 역시 낮은 수준이었다.

◇모든 병원에 ‘전문완화의료팀’ 운영해야
이와 관련해 김대균 교수는 “호주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년간 정부 주도하에 ‘국가 완화의료 전략’을 개발했다. 또, 3년간 우리 돈으로 650억 원 이상을 투입해 ‘국가 완화의료 케어 활동’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하며 “(우리 정부도) 제도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 가톨릭의대 김대균 교수.

그러면서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병원에서의 임종비율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의료기관에서 질 높은 임종돌봄을 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과 지역사회 거점병원을 시작으로 모든 급성기 병원에 ‘전문완화의료팀’ 운영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임종기 판단 이후 1인실 이용 급여화 ▲임종실 설치 장려 ▲모든 급성기 병원 의료인에 대한 임종돌봄 교육 실시 ▲질 높은 완화의료에 필요한 도구 개발 및 보급 ▲임종돌봄 수준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 등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임종기 환자에 대한 1인실 급여화’는 조사대상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임종기 환자와 보호자에게 필요한 지원 내용이기도 하다. 1위는 ‘간병에 대한 지원’이었다.

또한, 대한병원협회 양문술 총무이사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에 관한 교육은) 학생 때 한 두 시간 받은 게 전부지 수련과정에서나 일하면서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해 ‘모든 급성기 병원 의료인에 대한 임종돌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