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9 22:37 (금)
항생제 내성 대책, 의사 통제만으론 역부족
상태바
항생제 내성 대책, 의사 통제만으론 역부족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18.11.13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질적 사용량 여전...“정부가 적극적 정책 펼쳐야”

세계보건기구(WHO)가 ‘인류의 가장 큰 공중보건 위기’로 언급하는 ‘항생제 내성 문제’에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 방향을 바꾸거나 대대적 수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항생제는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이다. 때문에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면 감염병 치료약이 없게 되는 상황과 같아진다.

특히 2016년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일일 항생제 사용량은 34.8DDD로 OECD 가입국의 평균(21.1DDD)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2016년 8월에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년)’을 발표하기도 했다.

 

◇진단명 왜곡하는 의사들
하지만 13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균요법학회 항생제관리분과 배현주 위원장(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의사만 통제하는’ 정책으로는 항생제 사용량을 줄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배 위원장은 그 이유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하는 급성상기도감염(감기) 항생제 처방률은 2006년 49.5%에서 2016년 35.6%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급성하기도감염은 21.7%에서 35.8%로 늘었다는 점을 들었다.

▲ 한양대병원 배현주 교수.

특히, 늘어난 ‘기타 급성하기도감염’ 처방의 89.80%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것을 두고 “공개되는 상병만을 의사들이 회피한 결과 진단명 왜곡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상기도감염과 달리 하기도감염은 ‘중병(重病)’으로 분류되는데,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 의원급에서 90% 가까이 처방됐다는 건 처방 시 질병분류코드를 상기도감염으로 넣지 않고 ‘기타 하기도감염’으로 넣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배 위원장은 “아무런 약을 주지 않으면 환자만족도가 72%, 무슨 약이라도 주면 86%, 항생제를 주면 91%로 나타났고, 항생제를 쓰지 않으려면 의사가 환자를 상대하는 시간이 40% 늘어난다는 조사가 있다”면서 “도덕적 측면에만 호소하기에는 항생제 사용에 대한 유혹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의 경우 스펙트럼이 좁은 효과를 가지는 항생제를 쓰라고 권유하고 거기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만큼 보건복지부 산하 ‘항생제 전담관리부서’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국내 의료기관의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생제 스튜어드십(적정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위한 전문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감염병, 약제, 미생물, 의료정보 전문가)을 국가가 나서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병원·요양병원은 현황 파악조차 어려워
내성균관리분과 엄중식 위원장(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중소병원이나 장기요양병원은 내성균 보균의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국내 역학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미 내성균은 광범위하게 확산됐고 토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추정했다.

▲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교수.

그러면서 그는 중소병원, 장기요양병원의 감염관리를 위한 정부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특히 다제내성균 감시에 필요한 배양검사와 유전자검사(PCR)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충분한 격리실 운영을 위한 건강보험 급여가 현실화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엄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다인실 정책이 적은 자원과 인력으로 효율적인 진료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됐지만,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다”면서 중환자실과 병동의 다인실 정책에 대한 정부의 전면 재고를 촉구했다.

아울러 “기존의 급성기 중증환자 진료를 하는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에도 내성균 환자 감염관리를 위한 시설 개선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면서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음압 및 접촉 격리실 확충, 병상당 의사 및 간호 인력 선진국 수준으로 충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