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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급여제한·퇴출 시스템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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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급여제한·퇴출 시스템 도입 필요”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18.11.0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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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연구용역 중간결과 발표...복지부 ‘공감’

“40년 전 한 달 항암제 사용비용은 100불이었다. 지금은 1만불이다. 감당이 가능한 수준인가. 제약사에서는 R&D 비용 때문에 가격이 높아진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럼 40년 전에는 R&D비용이 안 들었나. (가격에 비해 효과가 없는 의약품을) 퇴출시키는 시스템은 당연히 필요하다. (김흥태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약품 등재 후 임상적 자료 등을 활용한 평가 및 관리방안’을 주제로 7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건보공단이 추진 중인 연구용역의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세 명의 연구진이 발제에 나섰는데, 급여의약품에 대한 ‘사후평가’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 공통된 요지였다.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된 약제는 리얼 월드 에비던스(Real World Evidence)로 재평가한 후, 평가결과에 따라 약가인하를 포함한 급여제한, 나아가 급여목록 퇴출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연구진의 견해를 들은 보건복지부는 “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지고 있다”면서 ‘같은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건보공단이 7일 주최한 공청회에서 발표에 나선 김흥태, 안정훈, 이대호 교수(왼쪽부터).

◇면역항암제 ‘기적의 치료제’ 아냐…사후관리 해야
이날 발제에 나선 국립암센터 김흥태 교수(연구책임자)는 2년도 안 돼 항암제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 ‘면역항암제’를 가지고 급여의약품 사후평가 제도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과거 암 환자들이 가장 무서워했던 게 구토, 탈모였다면 지금은 ‘재정독소’, 즉 엄청난 비용”이라면서, 문제는 고가항암제의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에서 젬시타빈 단독요법보다 젬시타빈+얼로티닙 병용요법의 생존기간이 ‘2주’ 연장되는 걸로 나왔는데, 2주 연장에 드는 비용이 15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한 것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전수조사를 했더니 ‘3일’ 더 산다는, 통계적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비용도 1500만원이 아니라 7900만원”이라고 말했다.

또한, 방광암과 두경부암의 경우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해서 종양이 거의 치료된 경우가 있지만 약이 전혀 효과가 없었던 환자도 있었고, 특히 면역관문억제제는 임상시험 때는 B형 감염, 결핵환자, 뇌전이 등 까다로운 제외 기준이 적용되지만 막상 시판하면 모든 환자가 사용 가능하니 다양한·심각한 부작용이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면역항암제가 독성이 적다고 하는데 임상시험 자료와 실제 진료현장 자료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면역항암제의 경우 표적항암제보다 다양한 증상의 폐렴이 나타난다”고도 했다.

특히 “임상시험에서는 언급되진 않지만 면역항암제에서는 ‘Hyperprogression’이란 게 나타나는데, 이런 환자들은 생존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된다”면서, 실제 환자와 임상시험 환자 사이에 큰 공백이 있음을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김흥태 교수는 “우리나라는 진입장벽은 높지만 사후관리시스템이 없다”면서 “유럽에서는 주기적으로 약가협상 등을 한다”고 덧붙였다.

뒤 이어 발제에 나선 이화여대 안정훈 교수는 “대만에서는 2018년 9월 18일에 ‘재평가’를 명문화 시켰다”며 “이를 통해 임상시험 결과보다 생존기간이 낮을 경우 약제의 일정 부분을 환급한다는 조항, 5년 중 한해라도 우리 돈으로 184억 원 이상의 약제비가 들 경우 재평가를 한다는 조항 등이 생겼다”고 소개했다.

제약회사가 내놓은 약의 효과와 실제로 암 환자에게 썼을 때 나타나는 약의 효과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우리나라도 사후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안 교수는 사후관리제도가 도입된다면 등재심사기간이 줄어들 수 있어 제약사 입장에서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에 가칭 ‘약제사후관리위원회’라는 자문위원회를 두고, 이를 통해 사후관리대상 약제 선정과 관리 및 검토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연구진 중 한명인 서울아산병원 이대호 교수 역시 임상적 유용성과 약제 가격이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사후관리제도 도입·시행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걱정스러운 제약업계
발제자들의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를 대표해서 나온 김소은 MSD 상무는 “등재 후 사후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회원사 모두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후평가를 RWE(리얼 월드 에비던스)로 할 경우 적절한 비교약제를 어떻게 정할지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최정인 팀장은 “사후관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싶다”고 했다.

약가인하나 급여제한, 퇴출 등을 위해서만 활용하지 말고 허가사항 변경, 진료지침 반영 등에 사용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이대호 교수는 “대조군이 필요한 경우는 약제의 효과를 보려고 할 때고, (사후관리는) 임상연구와 실제 효과가 얼마나 차이나는 지 보자는 것이기 때문에 대조군(비교약제)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지금 제약사가 내놓고 있는 약제가격이 소비자의 밸류(value)에 맞춘 약가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후관리는) 약가인하가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건을 팔면서 자기 성능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고, 그냥 ‘효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가격에 약을 팔겠다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제약회사가 2~5년 내에 자신들의 약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면 퇴출돼야 한다”면서 “‘퇴출’은 급여를 제한하거나 취소하겠다는 거지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 보건복지부 곽명섭 과장.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고가약제에 대한 접근성은 강화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증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 과장은 “지금까지는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된 약제가 건강보험 제도권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되는 게 들어오려 하고 있다”며 “보험자로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증대되고 있어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부분은 (제약사가) 각국에서 비밀유지를 하기로 계약한 걸 오픈하라고 할 힘이 없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급여진입단계에서 평가됐던 임상적 유효성이 정말로 맞는 것인지 평가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해 사후관리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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