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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그대로 두고 고개만 왼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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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그대로 두고 고개만 왼쪽으로 돌렸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1.06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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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따뜻한 온기가 퍼졌다. 모자 하나 썼을 뿐인데 몸은 이렇게 쉽게 반응했다. 사람의 몸이라는 것은 이렇게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다.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처럼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조금 여유가 생긴 나는 넘어지지 않게 발을 디딜 곳을 세심하게 살폈다.

몸도 따뜻해지고 조심도 했으므로 나는 안심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절대자와 대면할 준비를 마쳤다.

절대자는 내가 옆에 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몸은 과연 절대자다운 행동이었다.

이런 것은 배워야 한다. 품위라는 것을 인간들이 지녀야 하는 것은 그 것이 있을 때가 없을 때보다 보기에 좋기 때문이다.

나도 절대자와 같은 그런 몸가짐이 있어야 한다. 그 것은 불편할 수 있으나 인간이란 원래 불편하도록 태어났으므로 그것에 반하는 편함이 되레 불편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절대자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절대자가 먼저 알은체를 하기 전에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이 절대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자세로 한동안 있었다. 그러나 절대자는 나의 존재를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절대자처럼 편한 자세가 아니어서 더 지체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랬다가는 다리에 쥐가 나거나 혹은 자세를 바꿀 때 본의 아니게 절대자에 대해 예의를 차리지 못하는 불경스런 행동을 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묵상에 잠긴 절대자를 밀치거나 혹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어깨에 손을 댈지도 모를 일이었다. 헛기침을 조심스럽게 한 나는 절대자에게 안녕하세요, 저 이인입니다. 여기 왔어요. 하고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위엄 있는 사람들을 대할 때는 최대한 예를 갖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 말을 더듬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되레 하고 싶은 말은 절도 있게 입 밖으로 내뱉어야 절대자의 시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것은 누가 말해 주기 전에 경험으로 알 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 제서야 절대자의 작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그는 이미 꼿꼿한 몸을 다시 한 번 세워서 나무처럼 더 반듯하게 상체를 만든 다음 몸은 그대로 두고 목만 내가 있는 왼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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