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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00:17 (금)
내려져 있던 모자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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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져 있던 모자를 들어 올렸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1.05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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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옆으로 끼고 돌 때 나는 일부러 감촉을 느끼기 위해 그 것을 만져 보았다. 중심을 잡기 위하는 척 하면서 잡았던 것이다. 돌은 다른 돌과 다르지 않았지만 온기가 남아 있어서 인지 따뜻했다.

더디게 기온이 올라가지만 그에 비례해서 느리게 식는 것이 큰 돌의 특징이었다. 잡았던 손을 놓고 나는 경사는 심해졌으나 미끄럽지 않아 그대로 직선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등산화의 앞 굽을 조금 숙였다.

조심하지 않아도 됐지만 그러는 것처럼 위로 가면서 나는 바로 저 쪽에 있는 절대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 것은 일종의 예의 였다. 고개를 빼고 앞을 바라보는 것은 묵상 중인 그를 흔들어 깨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것 다음으로는 바로 옆에 도착해서 여기 계신 줄 몰랐다고 능청을 떨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기면서 촉각을 한 쪽에 집중했다. 절대자에게 들키지 않고 그 앞에 설 수 있도록 조심해서 발을 디뎠다.

사람들은 절대자 옆에서 떠들고 발을 뻗고 심지어 기대고 앉아 있었으나 그의 존재를 알지는 못했다. 보통사람의 눈에 띄기를 바라지 않는 절대자가 자신의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번 접촉한 사람은 절대자라도 자신의 모습을 숨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굳이 숨기려 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만나려고 작정한 마당에 그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조용히 그러나 조심스럽게 절대자 옆에 서서 앉을 자리를 찾아보았다. 정상이라 편편한 자리는 없었다. 그나마 한 사람이 앉아 있기에 족한 자리는 절대자가 먼저 와서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절대자처럼 정자세로 앉아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해 쪼그려 앉는 쪽을 택했다. 그러기에 앞서 절대자에게 내가 왔음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조용히 묵상에 잠겨 있는 절대자에게 어떤 식으로 알려야 놀라지 않을 지 잠시 조용히 그대로 서 있었다. 좋은 방법은 절대자가 상념을 마치고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면 깨울 필요도 없고 놀래 킬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절대자의 묵상을 길어지고 있었다. 정상은 바람이 피해가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 그래서 올라 올 때 났던 땀이 금방 식어 버렸다.

나는 손을 뒤로 돌려 내려져 있던 모자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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