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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5 08:54 (목)
대낮처럼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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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처럼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1.02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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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은 누룩 냄새가 달려들었다. 불콰해진 사람은 얼굴을 감추는 대신 드러내 놓고 내가 산에서 술 먹은 사람이라고 홍보했다.

그런 사람은 용기가 있었고 그 용기를 이용해 입을 벌리고 큰 소리를 냈다. 소리를 낼 때마다 입이 벌어졌고 벌린 입속에서 썩은 냄새가 주변으로 흩어졌다.

아직 날은 저물지 않아 나비며 벌들이 간혹 날아 다녔다. 산정은 높았기 때문에 도심처럼 다른 건물에 가려 일찍 사라지지 않고 서녘의 해가 질 때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날것들은 여전히 대낮처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벌들은 발효된 음식 때문에 군침을 흘리면서 장사꾼 주변을 부지런히 맴돌면서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었다.

그 것이 마치 꿀이라도 되는 양 흘린 막걸리위에 코를 박기 위해 땅에 내려앉기도 했다. 어떤 녀석은 정신없이 먹다가 등산화에 짓밟히기 직전 가까스로 날아올라 화를 면하기도 했다.

그런 벌 가운데 한 마리가 급히 도망치다가 그만 벌린 입속으로 들어갔다. 살기에 바빴던 그 벌은 입 안을 자신의 은신처로 착각 했는지 아니면 다급한 나머지 제정신이 아니어서 아무 대나 들어가고 보자는 심산으로 그렇게 됐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들어가고 나서 이게 아니다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벌인 입의 남자가 재채기를 하기 위해 입을 오므렸기 때문이다.

벌은 죽지 않기 위해 순간적으로 입 속을 빠져 나왔고 나오면서 그 자의 입술 언저리에 침을 박았다.

하나 밖에 없는 침을 박으면서 벌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벌은 자신을 조금 탓했다. 꿀 대신 막걸리에 취한 것이 일차적인 잘못이었고 아무리 다급해도 남자의 입속으로 숨어드는 우는 범한 것이 두 번째 실수였다.

모든 후회가 늦듯이 벌은 뒤늦은 후회를 했다. 침이 없는 벌은 오래 날지 못하고 숲속의 어떤 곳을 향해 날개를 접고 조용히 낙하했다.

그 모습은 마치 공항 근처에 다다른 여객기가 하강하는 모습처럼 가뿐했다. 그렇다. 죽음은 저렇게 조용하고 깃털처럼 가벼워야 한다.

한편 침을 맞은 사내는 노발대발했으나 산 속에서 뚜렷한 대책이 없었으므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급히 하산하는 방법을 택했는지 지름길을 향해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절대자를 만나기 30미터 전에서 이런 꼴을 목격했다. 그래서인지 긴장이 확 풀렸고 이런 기분이라면 절대자를 만난다 해도 주접은 떨 일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거대한 삼각형 모양의 관악산이라고 적인 바위를 돌아 위로 걸음을 옮겨 놓았던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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