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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0 06:03 (토)
생각의 시간이 필요해 느리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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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간이 필요해 느리게 걸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1.01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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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았으므로 절대자의 형상은 흐릿했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나는 애처 찾으려 하지 않고 되레 못 본 척 하면서 그 쪽으로 발걸음을 빨리 움직였다.

그러면서 힐끗 그 곳을 다시 쳐다 보았다. 아까 본 그 형상 그대로 였다. 하지만 거리가 가까워 올수록 절대자의 그림자는 더욱 또렷했고 주변의 섬광은 빛만큼이나 반짝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절대자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신문 속의 숨은 그림처럼 절대자는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다.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두 어 차례 만난 적이 있는 나에게 절대자는 감추고 싶지 않았던지 보여 지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관악산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큰 바위 뒤의 작은 공간이 절대자의 자리였다.

그는 마치 도를 닦는 부처처럼 정좌하고 앉아 있는 대신 편한 모습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 손은 가지런히 모아 무릎위에 올려놓았고 고개는 세우고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절대자는 내가 힘겹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내가 그를 안 보는 척 하면서 본 것처럼 나를 보고 있었다.

나와 절대자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 이제 겨우 300미터 지점에 이르렀다. 나는 갑자기 위로 가는 길의 보폭을 줄였다. 생각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절대자를 만나면 해야 할 말을 정리하고 부탁할 것을 간추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절대자를 다시 대면 했을 경우 해야 할 일 3가지 정도를 정리해 둔 상태이긴 했지만 다시 한 번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은 없는지 다시 확인하기 위해 나는 머리를 쥐어짜지 않을 수 없었다.

느리게 걷자 빠르게 걸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바로 막걸리를 파는 장사꾼과 그가 지르는 낮은 소리의 호객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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