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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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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의 가을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0.17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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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 있다. 바로 무등산(1187미터)이다. 빛고을 광주에서 화순까지 뻗쳐 있다.

가을 이맘때쯤이면 산 이곳저곳에서 피어나는 억새가 장관이다. 산세는 비교적 완만하나 정상으로 갈수록 가팔라진다.

원효사 쪽에서 오르면 서석대를 먼저 거치고 증심사 쪽에서 산행을 하면 입석대와 우선 마주친다.

예리한 칼로 깎아 놓은 듯 한 수직 벽의 절리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대개는 흙산이어서 날카롭기 보다는 부드럽게 다가온다. 교통편이 조금 불편해도 KTX를 이용해 광주송정역에서 내리면 하루 코스로 무난하다.

사람마다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어떤 코스로 오르든 7시간 정도면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하산하는데 무리가 없다. 이 것은 자유 여행만이 주는 덤이다.

그러니 시끌벅적한 산악회 일행들이 몇시까지 오르고 내리라는 말에 동요할 필요 없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천하를 주유한다는 심정으로 한 발 씩 내딛기만 하면 된다. 

숨을 깊이 쉬어 보기도 하고 평소 호흡대로 내버려 둬도 시원한 공기가 가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다. 가는 솔로 구석구석을 정성스럽게 씻어냈을 때 느끼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옥의 티라고 정상 부근에는 폐타이어를 잘게 쪼갠 것을 깔아 놓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어쩌다 바람의 방향을 잘 못 맞으면 훅 하고 불타는 화학가스 냄새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되레 타이어 사이가 벌어져 그 곳에 등산화가 끼일 염려가 있다.

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벌려 놓았던 폐기물을 등산로에서 시급하게 걷어 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폐 타이어는 정상 부근 뿐만 아니라 계단 중간중간에도 보기 흉하게 깔려 있다.)

그리고 원효사 쪽에서 숲속으로 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큰 길을 무심코 따라 올라 오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자동차를 만나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 다른 길을 찾아 보지만 그런 길은 없다. 길은 버스도 다닐 수 있도록  넓게 깎아 놓았는데 왼쪽은 절벽길이고 오른 쪽은 넘기 어려운 산으로 막혀있다.

차들은 등산객을 보호하기 위해 서행을 하지만 산 속에서 매연을 뿜어 대는 자동차를 보는 기분은 썩 좋을 리가 없다. 이런  길은 정상에 거의 다다른 중봉 갈림길 까지 이어진다. 

누군가 친절한 사람이 등산로 초입에 ‘이 곳으로 가면 군용차를 만나도 피할 길이 없다’ 는 친절한 푯말이라도 하나 세워 놨다면 숲 속 길을 택했을 텐데 하는 미련이 남는다.

완벽한 것이란 일상에서 존재할 수 없다고 위로해 보면서 요즘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다는 역 근처 송정시장으로 향한다. 

몸은 지치고 다리는 무겁지만 줄서서 먹는 국밥집에서 따뜻한 식사를 하니 복잡한 세상으로 돌아가는 방전된 몸의 충전은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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